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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뮌헨! 독특한 연구문화 선도…과학 강국 독일의 비결

2023년 11월 06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느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축구와 맥주, 그리고 자동차로도 유명한 도시인데요, 독특한 연구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국내외 많은 연구소들이 본보기로 삼고 있는 과학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오늘의 과학도시는 독일 뮌헨입니다.

독일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이었지만, 전쟁 이후 미국과 러시아보다 뒤처지게 됐는데요, 21세기 들어서는 탄탄한 기초과학 베이스에 든든한 국가 지원까지 더해져서 다시 뛰어난 과학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독일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독특한 시스템의 중심에 과학도시 뮌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앵커]
독일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기술 강국이잖아요, 어떤 시스템으로 이렇게 과학을 발전시킨 건가요?

[기자]
독일의 과학기술 학계는 독특한 연구기관 체제를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대학이 연구를 독점하는 게 아닌, 대규모 연구협회가 연구를 주도하는 체제입니다. 독일에 주요 협회가 4곳 있는데, 막스 플랑크 협회, 헬름홀츠 협회, 라이프니츠 협회, 그리고 프라운호퍼 협회입니다. 워낙 유명해서 몇 번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가운데 기초과학 분야 최고 기관인 막스 플랑크 협회와 응용과학으로 유명한 프라운호퍼 협회의 본부가 뮌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앵커]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 투데이에서도 여러 번 전해드려서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지는데요, 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기자]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막스 플랑크 재단 소속의 85개 연구소로 구성된 기관입니다. 물리학, 화학, 의학은 물론이고, 인문학 분야 연구소들이 포함돼 있는데, 독일 곳곳과 미국 등 전 세계에 분포돼 있습니다. 아시아 지부는 우리나라에 있는데, 포항공대와 협정을 통해서 막스 플랑크 한국 포스텍 연구소가 포항에 들어섰습니다. 막스 플랑크 재단의 예산은 95% 이상이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지원하는데, 지난해 예산은 20억 유로, 우리 돈으로 거의 3조 원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예산 규모만큼이나 눈에 띠는 건 연구자 중심의 연구 시스템입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한 명의 저명한 학자를 중심으로 연구소와 실험실을 운영한다는 하고,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연구회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겁니다. 이런 체제 속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무부처가 바뀌어서 연구자들이 불안정해지는 위험이 줄고, 또 과학자의 창의성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뮌헨대학 등 인근 학교와의 협력이 활발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대학처럼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때문에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박사 과정생들은 실질적인 연구는 연구소에서 하되, 학위는 '학연 협동 과정'을 인근 대학에서 받게 됩니다. 막스 플랑크 협회로부터 뮌헨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받고, 학위 수여는 대학에서 받는 방식입니다.

[앵커]
막스 플랑크는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어떤 곳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이곳이 자유로운 연구 문화 말고도 차별 없는 연구 문화로도 유명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막스 플랑크 협회는 원래 이름이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였는데, 1940년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에서 이름을 따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겁니다. 막스 플랑크는 1918년 양자의 개념을 발견하고 양자역학의 성립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인데요, 막스 플랑크가 인종이나 유명세에 상관없이 능력만으로 인재를 기용하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과거 1930년대 독일에 나치 정권이 한창이던 시절 막스 플랑크는 비밀리에 유대인 과학자들이 연구소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막스 플랑크에 관한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막스 플랑크의 두 가지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양자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무명의 특허청 공무원이었던 시절에 논문 3편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물리학 연보'의 편집자였던 막스플랑크가 아인슈타인의 진가를 알아보고 논문에 대한 세미나를 주최했습니다. 또 이후 1908년 아인슈타인이 교수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유대인이었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계속해서 강의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일궈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때문에 당시 나치 정부가 막스 플랑크가 협회장을 연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플랑크의 양자이론이 결합해서 소우주와 대우주에 모두 적용 가능한 통일된 우주이론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앵커]
막스플랑크의 후학 양성 정신이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우리나라에도 막스플랑크를 모델로 한 연구 기관이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내 출연연인 기초과학연구원 IBS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모델로 2011년 세워졌습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정부의 지원과 우수한 연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서 올해 네이처인덱스에서 세계 정부 연구소 18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IBS는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연구자들이 호흡이 짧은 개별 과제에 지원하고 평가받을 필요 없이 중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틀을 깬 연구와 한 우물 연구를 할 수 있고 신진 연구자가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중이온 가속기 연구라든가 암흑물질 연구를 위한 실험실과 같은, 당장 연구 성과가 나오지는 못하지만 대규모 지원이 필요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앵커]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기초과학의 상징이라고 본다면 그 다음 단계인 응용과학으로 유명한 기관도 뮌헨에 자리 잡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기초연구에서 전 세계 제일 간다면 응용연구분야에서 최고 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게 프라운호퍼 연구소인데요,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 전역 등에 걸쳐 70여 개 연구소로 구성돼 있는데 본부가 뮌헨에 있습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경우는 연간 예산이 무려 3조 원이 넘는데, 예산의 단 30%만이 독일 정부와 주 정부 지원입니다. 나머지는 민간 산업체나 특정 정부 기관과의 프로젝트 계약으로부터 얻는데, 이 같은 예산 모델은 프라운호퍼 협회 자체뿐 아니라 협회에 소속된 개별 연구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요, 예산 대부분이 정부 예산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는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언뜻 보면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주해 와야 하는 척박한 환경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는데요, 이처럼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는 환경 덕분에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연구 우선순위를 정하기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시장의 요구에 맞는 응용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에 프라운호퍼 협회는 독일에서 가장 응용이 잘되는 특허가 출원되는 곳으로 성장했고요, 자체 기술료를 활용해 협회 재원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말 그대로 응용과학에 특화된 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과학자들이 부담 없이 연구할 수 있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부터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응용과학에 집중하는 프라운호퍼까지 갖춘 과학도시 뮌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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