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과학도시는 어디인가요?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동남아시아의 덥고 습한 도시인데요. 고층 빌딩과 잘 닦인 거리가 인상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도시 국가라는 단어를 보고 이미 어딘지 예상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의 과학도시는 싱가포르입니다. 국토는 좁지만, 글로벌 금융사들이 몰려있어서 홍콩과 1·2위를 다투는 아시아 금융 허브이기도 하고요. 전 세계 최대 수준의 항구 시설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물류 허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는 인공지능의 도시로 더욱 유망해질 것으로 전망돼 오늘의 과학도시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금융과 무역이 유명한 나라인 건 알고 있는데, 과학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그런데 도시국가라고 보통 소개를 하는데, 그 정의가 뭔가요?
[기자]
도시 국가는 한 개의 도시로 이뤄진 자치 국가인데요. 현존하는 도시 국가로는 싱가포르, 모나코, 바티칸 등이 있습니다. 국토 면적이 도시 수준으로 작은데, 도시가 국가의 기능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도시와는 다른 특징들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도시 안에 공항과 항만, 쓰레기처리시설, 발전소, 군부대 등 국가 기능 수행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다른 도시보다 도시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기술이 활약할 여지가 많은 구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둘러볼 싱가포르의 경우는 도시 면적이 약 734㎢로, 서울보다 약간 큰 정도이고, 인구는 60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정도인데요, 자체적인 물류 체계와 달러 통화, 군사력 등을 갖춘, 다방면으로 국가의 기능을 훌륭하게 하고 있는 도시국가입니다.
[앵커]
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물류와 금융 등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싱가포르의 진정한 저력이 과학기술력에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매년 국가별로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는데요. 국민의 디지털 지식이나 스마트폰 보유율, 미래 기술 준비도 등을 평가하는 겁니다. 여기서 싱가포르는 항상 상위권을 랭킹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덴마크, 미국, 스웨덴에 이어 싱가포르가 4위를 기록했거든요. 그러니까 순위를 보면 아시아 전체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디지털 기술 가운데서도 인공지능에서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지난해 국가별 정부의 인공지능 도입 순위를 보면 1등 미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전 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순위는 의료, 교육, 교통 등 여러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는 기준으로 평가됐는데, 상위권 국가일수록 이러한 서비스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구현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인공지능이 어떤 곳에 적용되고 있는지 주요 분야를 소개를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앞서 싱가포르가 물류·무역 허브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싱가포르 항만 공사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이 싱가포르 항만공사의 모습인데요. 항만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일정표 작성을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는 겁니다. 일정표 작성이라는 건 배와 화물 각각의 도착이나 출발시간, 날씨, 항만 내 다양한 활동이나 사고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해서 복잡한 업무입니다. 조금만 지연되거나 오류가 생기면 자원 손실이나 사회 불편이 어마어마하게 생기는데, 여기에 인공지능이 활약해서 위험을 줄이는 겁니다.
또 이 시스템은 화물업체와 협력 업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작업 매칭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를 통해 화물이 비어있는 상태로 운항하는 횟수를 50% 이상 줄였다고 하고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천만kg 감소했다고 보고됐습니다. 연간 3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앵커]
자원을 아낄 수 있는 데다 탄소 중립에도 기여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가 하면, 의료계에도 인공지능을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싱가포르에선 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친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국내에선 뜨거운 감자인 원격진료가 눈에 띕니다. 싱가포르는 원격진료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데요. 현재는 환자가 화상으로 의사와 만나서 진료를 보고 약물 처방까지 받을 수 있게 허용돼 있는데, 앞으로는 수술 정도만을 제외하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집에서 가능하도록 원격 진료를 확대하겠다고 정부가 밝혔습니다.
또 정부는 국민 건강기록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의료비 청구 속도 등이 빨라졌다고 평가했고요, 앞으로는 국민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원격진료를 통한 국민건강증진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의료계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환경 덕분인지, 글로벌 원격 진료 앱도 싱가포르에서 개발됐습니다. 미국·영국 등 전 세계 100개국의 환자가 이용하는 앱입니다.
[앵커]
항만 운용부터 의료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또 다른 적용 분야가 있을까요?
[기자]
이밖에 교육, 국방,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되는데요. 싱가포르 교육부 주도 하에 싱가포르 내의 대학교에서는 챗GPT를 사용한 표절을 막기 위해 표절검사용 제로 GPT 기술을 공식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제로 GPT를 직접 이용해봤는데요.
먼저 챗GPT에서 특정한 주제에 대한 에세이를 써달라고 하면 에세이가 작성되는데요. 이것을 복사해서 다시 제로GPT에 입력하면, 챗GPT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을 노란색으로 표시해줍니다. 이후에 글 전체에서 AI가 작성한 비율을 보여주게 됩니다. 한때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교육계에서 표절 문제가 학생들의 학습력 저하를 걱정했었는데요. 싱가포르는 교육부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에 직접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에게도 반드시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세계에서 선도적으로 인공지능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싱가포르가 꿈꾸고 있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기자]
싱가포르에선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분야에만 벤처 캐피털 투자가 18억7,000만 달러 이뤄졌는데요. 싱가포르 정부는 2030년 싱가포르의 인공지능 시장이 지금의 1.5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 부문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서 싱가포르에 입주한 금융 기업들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이용해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선순환을 장려하고 있고요.
이밖에 인공지능을 규제하기보다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규제 혁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에 대해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는데요. 싱가포르의 경우는 정부 관계자가 인터뷰에서 '직접 싱가포르는 AI를 규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규제에 대해 많이 열려있습니다. 이제까지 디지털 시대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을 때 성적이 가장 좋은 나라가 싱가포르였는데, 그러면서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 환경을 닦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융·무역 허브를 넘어서 인공지능·디지털 허브로도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요. 참고할 점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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