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과학도시는 어디인가요?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중동의 덥고 건조한 지역에 있는 곳인데요. 자원이 나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기술창업이 이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텔아비브입니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 최대 도시이자, 분쟁이 잦은 예루살렘을 대신해서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하는 도시입니다.
이스라엘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데, 80%가 사막이어서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돼 있습니다. 때문에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고, 예루살렘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텔아비브에 이스라엘 인구 6명 중 1명꼴로 살고 있다고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텔아비브에도 로켓이 떨어지고, 폭발이 일어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듯이 마냥 안전한 곳은 아닙니다.
[앵커]
사실 이스라엘은 전쟁 소식밖에 접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과학에 주목해 보는 건데요, 이렇게 척박한 환경의 도시가 이번 주 과학도시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이렇게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이스라엘은 전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그 중심에 텔아비브가 있다고 보고 오늘의 과학도시로 텔아비브를 선정했습니다.
먼저 이스라엘이 과학계와 산업계에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보겠는데요,
이스라엘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세계 100대 IT 기업의 75%가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또 매년 천여 개에 육박하는 창업이 이뤄지고 있고, 누적 스타트업 수는 9천여 개인데요, 1인당 스타트업 창업 수가 세계 1위인 스타트업의 요람입니다.
특히 아이디어만이 아닌, 탄탄한 연구개발을 사업화하는 데 독보적으로 강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스타트업 생존율이 높고 글로벌 진출 비율도 굉장히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 나스닥 상장된 기업 수가 90여 개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텔아비브 해안을 따라서는 실리콘 와디라는 첨단 기술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데,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수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라고 하셨는데요, 국토 면적이나 인구수에 비해 뛰어난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럴 수 있었던 비결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먼저 창업을 장려하는 환경이 아주 잘 이뤄져 있었던 덕분인데요,
현재 보시는 영상은 텔아비브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시프리아'라는 창업 육성센터와 이 센터에서 창업된 스타트업의 모습인데요,
신체 부위에 휴대용 현미경을 대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징후를 포착해 암을 바로 판별해주는 기술을 상용화한 곳입니다.
이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한 시프리아는 텔아비브 시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데, 임대료가 비싼 텔아비브에서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을 제공해 주고요, 다른 스타트업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줄 뿐 아니라 투자를 알선해주는 등 창업 초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시프리아 센터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무려 70% 정도가 사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창업 육성 센터가 이스라엘 전역에 걸쳐 5천 곳 넘고요, 텔아비브시에만 50여 곳입니다.
[앵커]
5천 곳이라니, 국토 면적을 떠나서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굉장한 것 같네요, 이같이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환경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기자]
이 같은 창업 지원 문화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경제 성장 동력이 명확하지 않았고, 실업률도 굉장히 높은 상태였습니다.
내전 국가들 사이에 위치해 있고, 주변 중동 국가들과 석유도 나지 않아서 해외 투자도 거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3년 이스라엘 정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요즈마 펀드를 설립했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나오는 사람이 요즈마 펀드 설립자, 이갈 에를리히 회장입니다. 요즈마 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4대 6으로 1억 달러를 출자하고,
이후 해외 자금까지 유치해 2억 달러 규모로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스타트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키거나 글로벌 기업에 거액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설립 10년 만에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으로 오늘날 전 세계 벤처펀드의 35%가 이스라엘로 유입되고 이스라엘의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앵커]
어마어마한 투자가 있었긴 하지만, 자금만으로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닐 텐데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률이 높은 이유가 또 무엇일까요?
[기자]
네, 맞는 말씀입니다. 앞서 이스라엘이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높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R&D 투자율이 높은 나라이거든요. 그에 비해 기술이 사업화 되는 비율이나 사업이 오래 안착하고 성장하는 비율은 적다는 평가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다양한데요,
그 이유 중 하나로 이스라엘의 대학과 연구소에 독립화된 기술사업화 조직이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와이즈만 연구소를 들 수 있겠는데요, 와이즈만 연구소는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 중 한 곳으로 유명한데, 와이즈만의 기술사업화 전문 조직 예다를 두고 있습니다.
예다는 연구소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와이즈만 연구소의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직원 20명이 특허출원부터 기술 지원, 창업 지원, 자금 융자 등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외부 통제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밖에 와이즈만 연구소 외에도 이스라엘 대표 공대인 테크니온에는 T-3이 있고요, 명문 사학 히브리대에는 자율주행 기술 회사로도 유명한 '모빌아이'를 설립한 이쑴 등 유명한 연구소와 대학에 이 같은 독립적인 기술사업화 조직이 있는데요,
손꼽히는 훌륭한 연구소와 대학에서 뛰어난 연구를 하면, 이것을 실험실 밖으로 끄집어 내주는 데 집중한 겁니다.
때문에 아이디어에만 의존하는 창업 외에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탄생했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롱런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그야말로 스타트업에 천국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요즘 전쟁이 치열한데 스타트 업계에 영향은 어떤가요?
[기자]
영향이 물론 있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종사자 15%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예비역 소집을 통보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소집 인력 36만 명은 이스라엘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연령대가 낮은 스타트업 특성상, 비율이 더 높은 겁니다.
소규모 스타트업은 1~2명만 빠져도 타격이 있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빌아이는 이스라엘 남부 주민 지원에 우리 돈 68억 원을 기부한다고 발표했고요,
이스라엘의 핀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테러 조직으로 송금되는 자금을 차단하는 등 기술 지원에 나서는 곳들도 생겨났습니다. 또 스타트업이 전쟁 시기를 버텨내도록 돕자는 펀드가 결성됐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650억 원이 모여,
연말까지 스타트업 100곳에 최대 50만 달러씩 투자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업무 공백을 메워주자는 운동도 온라인에서 일어났는데요, 미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테크 기업 출신 인력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원격근무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운동도 벌어졌습니다.
[앵커]
부디 전쟁이 조속히 끝나고, 더 이상 인명피해도 없었으면 좋겠고, 스타트업들도 큰 위기 없이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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