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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신체 능력 한계 돌파한다…옷처럼 입는 '로봇 슈트' 개발

2023년 11월 23일 오전 09:00
■ 이기욱 /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앵커]
인간의 신체 에너지 효율을 개선 시켜주는 웨어러블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됐는데요. 최근엔 옷처럼 편안하게 착용하면서 달리기 능력을 더 빠르게 만들어주는 로봇 형태의 슈트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개발자이신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이기욱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에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것이 '로봇 슈트'인데요. 입는 로봇이라고 하니까 바로 아이언맨이 떠오르는데, 정확히 어떤 형태인지 감이 잘 안 오는데요. 설명부터 해주세요.

[인터뷰]
네, 저희가 개발한 로봇 슈트는 마치 옷처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웨어러블 로봇들이 사용자에게 강한 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우리 로봇 슈트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조해줍니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로봇 슈트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불편함 없이 마치 자신의 몸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로봇 슈트의 구조는 특수 제작된 기능성 옷감을 사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튼튼하면서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슈트는 와이어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보조하며, 최대 30kg 정도의 수축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수축력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모델은 약 4.5kg이지만, 곧 2.5kg으로 경량화된 새로운 버전을 CES 2024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새로운 버전은 개발자가 직접 착용하고 전시장을 뛰어다니면서 선보일 것이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앵커]
굉장히 기대되는데요. 실제로 로봇 슈트를 착용하면 사람의 신체 능력과 에너지 효율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좋아지나요?

[인터뷰]
저희 로봇 슈트는 특히 햄스트링과 같은 근육 부위의 힘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습니다. 이번 버전은 전력질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었으니까요. 로봇 슈트는 사용자의 근육 움직임과 동기화되어, 근육 수축 시에 함께 보조력을 제공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신체 능력을 넘어서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로봇은 일상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고, 신진대사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로봇 슈트는 착용자의 신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전력질주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성능 로봇 슈트를 개발하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로봇 슈트를 착용하고 나서 얼마나 빨라졌을지 정말 궁금한데, 기록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200m(미터) 달리기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큰 기록 단축은 무려 3.4초였습니다. 9명에 대한 실험 평균적으로는 약 1초의 시간 단축을 보였어요.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로, 단순한 우연이 아닌 로봇 슈트가 실제로 달리기 성능을 향상 시킨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100m 단위로 기록을 측정했을 때의 결과였어요. 우리는 달리기의 후반부인 100m 이후 구간에서 기록이 더 많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힘들어지는 구간에서 로봇 슈트가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오히려 가속 구간인 100m 이전에서 기록 단축이 더 많이 일어났어요. 이는 로봇 슈트가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추진력을 강화해 성능을 향상 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이렇게 100m, 200m, 1초, 2초 줄어드는 게 많이 줄어드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요, 대단합니다. 그럼 이게 어떤 원리로 더 빠르게 만들어주는 걸까요?

[인터뷰]
로봇 슈트는 허벅지에 부착된 동작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이 센서들은 현재 사용자가 어떤 주행 상태에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햄스트링 근육이 언제 활성화될지 예측하죠. 이 예측에 따라, 로봇 슈트는 사용자의 햄스트링 부위 근육이 활성화되는 순간에 맞춰 보조력을 제공합니다.

이 '보조력'이란 것은 슈트의 옷감 즉 로봇이 와이어를 통해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당기면서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겁니다. 다리가 땅을 뒤로 차는 순간 와이어가 허벅지에 연결된 옷 부위와 다리를 당겨주는 원리이죠. 이것은 근육의 자연스러운 수축을 모방한 것으로 사용자의 달리기 속도를 향상 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마치 사용자의 근육이 더 강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어, 더 빠른 달리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앵커]
저는 언뜻 생각하기에 강하게 밀어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당기면서 효율을 올려준다, 이런 원리를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누구나 착용하면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한데, 이게 좀 연습을 해야 하나요?

[인터뷰]
로봇 슈트의 사용법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슈트를 입고 걷거나 뛰기만 하면 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로봇의 보조를 거스르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마치 새로운 운동 기구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스포츠 선수와 같이 운동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로봇 슈트에 빠르게 적응하여 즉시 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선수들은 단 1~2분 만에 슈트의 사용법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2~30대 사용자들은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는 슈트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연습과 경험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서 이 로봇 슈트가 단순 효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추진력을 강화해서 성능을 높인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럼 추진력이 필요한 달리기 말고 마라톤 종목에서도 효과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마라톤에서도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달리기 시 에너지 효율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로봇 슈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이 기술은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에도 유용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장거리 달리기에서 로봇 슈트의 효능을 실험하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100m, 200m 전력질주와 같은 단거리 달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마라톤과 같은 종목에서도 로봇 슈트의 효능을 시험해볼 계획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로봇 슈트를 어떻게 착용하는 건지 궁금한데, 그냥 옷 입듯이 입으면 되는 걸까요?

[인터뷰]
맞습니다. 로봇 슈트 착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일반 옷을 입듯이 입으면 되죠. 여러 번 실험에 참가한 분들은 스스로 쉽게 입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다음 버전의 로봇 슈트를 개발 중인데, 이 버전은 더욱더 빠르게, 약 1분 이내에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착용의 용이성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의 재활이나 보조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쉽고 빠른 착용이 필수적이죠.

[앵커]
다음 버전 로봇 슈트 개발 중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럼 지금보다 어떤 기능이 더 추가될까요?

[인터뷰]
저희는 다양한 버전의 로봇 슈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질주를 돕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패시브와 액티브 요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슈트를 개발 중입니다. 우리 몸의 근육과 인대처럼, 능동적이고 수동적인 요소 모두를 활용하여 달리기 효율을 높이는 것이죠. 예를 들어, 허벅지 앞쪽에 패시브 탄성 밴드만 적절히 부착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일상생활과 연계된 의료 버전의 로봇 슈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진행 중이며, 개인별로 다른 질환과 필요에 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맞춤화할 수 있습니다. 이 로봇 슈트는 레고처럼 모듈러하게 제작되어 개인별로 쉽게 맞춤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것을 세계 최대 IT 기술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선보일 계획입니다. 더불어 로봇 슈트는 CES 2024에서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도 현재 수상을 했습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재활 치료에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활 치료에서의 사용자 경험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데, 후속연구의 또 다른 목표가 궁금한데 예를 들면 '달리기 기록을 몇 초까지 줄이겠다', 이런 구체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저희가 지원받고 있는 국가 과제의 최종 목표는 100m를 7초대에 주파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중간 목표로 우사인 볼트의 세계기록인 9.58초의 기록 돌파를 설정했습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히 어려운 과제죠.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공학과 기계, 전기, 로봇 공학의 지식을 융합하여 100m를 7초대에 달릴 수 있는 로봇 슈트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앵커]
실제로 전 국가대표 육상선수와 함께 후속연구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인터뷰]
현재 연구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경수 선수와 그의 팀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모든 로봇 슈트를 선수들에게 개인 맞춤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오경수 선수의 피드백은 매우 중요합니다. 로봇 슈트의 보조 방식, 세기, 착용 부위 등 모든 측면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슈트와 신발 등 새로운 형태의 장비를 개발하면서 선수들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맞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경수 선수의 경험과 피드백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저희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로봇 슈트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거든요? 그러니까 장애인이나 부상자의 재활 목적인지 아니면 인간의 신체화 능력의 극대화인지 어떤 게 목표인가요?

[인터뷰]
저는 이 로봇 슈트의 최종적인 용도를 재활과 보조 목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의 접근 방식을 레이싱 카 개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레이싱 카는 일반 도로 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도화된 기술을 연구하고 시험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이러한 고성능 기술들은 결국 상용차의 발전으로 이어지죠.

마찬가지로, 저희 로봇 슈트 연구도 현재는 인간 능력의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기술적 진보는 궁극적으로 지체 장애인이나 부상자들의 재활과 일상생활 보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저희의 목표와 일맥상통합니다.

[앵커]
앞으로도 좋은 연구 부탁 드리고요. 내년 CES 2024죠? 거기서도 선보이실 로봇 슈트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이기욱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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