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북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볼 건데요, 북유럽이 주민 행복도가 높기로 유명하잖아요. 이번 도시는 북유럽 가운데서도 주민들이 제일 행복한 도시입니다. 더 나아가서 지구를 행복하게 만드는 녹색의 도시, 탄소 중립의 도시인데요.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오늘의 과학도시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입니다. 덴마크는 OECD 국가 중에 국민 행복도가 가장 높은 나라 1, 2위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나라고요, 특히 코펜하겐은 올해 일과 생활 균형, 그러니까 워라벨이 가장 좋은,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코펜하겐은 시민의 행복을 넘어서 지구의 행복을 위한 탄소 중립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어서 전 세계 정부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조금 전에 영상을 보니까 행복의 나라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코펜하겐이 동화의 도시라고 불린다면서요?
[기자]
코펜하겐에서 수많은 문학 작품이 태어났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이 자라고 교육받은 곳이 코펜하겐입니다. 안데르센은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나서 쭉 코펜하겐에서 자랐고 코펜하겐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는데요, 엄지 공주와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등 다양한 동화가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배경이 되는 곳도 코펜하겐입니다. 이 때문에 코펜하겐에는 인어공주 동상도 있고요, 햄릿에 배경이 됐던 햄릿 성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곳들이 필수 방문지입니다.
[앵커]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서 그런지 많은 문학이 탄생했는데요. 문학 매니아 분들이시라면 꼭 한번 가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 이곳에 최근에 탄소 중립 정책으로 전 세계 정부가 주목한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코펜하겐의 또 다른 매력이 친환경 면모에 있는데요, 코펜하겐은 2009년 IPCC 회의에서 오는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도시 선언입니다. 이렇게 선도적인 선언을 할 수 있었던 건 코펜하겐이 오일 쇼크를 있었던 1970년대 중반부터 에너지 전환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탄소 중립에 기여 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고요,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그걸 상쇄할 만큼의 충분한 재생 전력을 생산해 탄소 중립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코펜하겐을 포함해 덴마크는 일찍부터 유럽에서 에너지 집약도가 가장 낮고,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습니다.
더 인상 깊은 점은 이 같은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도 높다는 점인데요, 시민들의 자전거 사랑에서 그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덴마크의 자전거 보급률은 90%에 달하고, 교통수단 가운데 자전거의 분담률은 30%를 넘습니다. 특히 코펜하겐에선 시민 60%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덴마크 정부는 2012년부터 자전거 고속도로를 약 200㎞ 구간에 도입했는데요, 자전거 고속도로 덕분에 코펜하겐 일부 구간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더 빠를 정도라고 합니다. 덴마크는 2045년까지 코펜하겐을 포함한 29개 지자체에 모두 800km 이상의 자전거 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덴마크는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이고요, 이미 전체 자동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4%를 넘어섰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덴마크에서는 일반 자동차를 구매할 때 차 가격의 180%에 달하는 등록세를 부과하는데, 전기차를 구매하면 세금이 전액 면제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전기차 편리성도 개선하기 위해 충전소도 활발하게 확충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 세계 도시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도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줄이는 노력을 봤는데, 이번엔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도 살펴볼까요?
[기자]
덴마크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가 전체 소비 전기 가운데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가 75%를 차지했습니다. 덴마크의 재생에너지원 가운데 대표적인 게 풍력 발전인데요, 코펜하겐 앞바다에 위치한 풍력 발전 단지의 모습을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2000년에 건설된 Middelgrunden 풍력발전 단지입니다. 당시 세계 최대의 해상 풍력 발전단지로 지어져 첫해 연간 최대 8만 5,000MWh의 전력을 생산했고요, 줄곧 코펜하겐 전체 전력 소비량의 3∼4%를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터빈이 설계 수명 20년의 연한이 다 되어 가서 터빈을 업그레이드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델그룬덴 외에도 덴마크에는 곳곳에 풍력 발전소가 설치돼있어서 풍력 발전이 덴마크 전체 전기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이 계획이 성공하면, 덴마크와 인접 국가까지 약 1,4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또 2050년까지 모든 에너지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덴마크 정부는 밝혔습니다.
[앵커]
코펜하겐에 그런데 이런 발전소들 말고 굉장히 아름다운 관광지로 변모한 발전소가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가장 먼저 보여드린 영상에서도 잠깐 등장했는데요, 아마게르 바케라는 열병합 발전소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에너지 생산시설을 넘어 시민 친화시설로 바꾼 혁신적인 사례입니다. 화면으로 보시는 곳이 아마게르 바케인데, 언뜻 보기에는 사람들이 스키를 다거나 여가 시설을 즐기는 관광지 같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물 아래에서는 쓰레기가 소각되고 있고,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공기가 정화돼 배출되고 있고, 이를 통해 지역으로 전기까지 공급되고 있습니다. 아마게르 바케에서 처리하는 쓰레기는 인근 60만 명의 시민과 7만 개의 사업체에서 나오는 분량으로, 재활용 불가능한 것들만 처리됩니다. 소각열은 보일러를 통해 증기로 전환되고요, 이 증기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열은 지역난방 시스템에 공급됩니다. 이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쓰레기 소각장으로 꼽히고요, 에너지 효율성도 뛰어나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기술력이 높은 만큼 건설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서 예산을 초과했던 문제로 비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혐오시설을 시민 친화적으로 바꿔서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명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우리도 본받을 게 많아 보이는데요. 그런가 하면 코펜하겐 내부 문제뿐 아니라 그린란드의 빙하 문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린란드는 남극과 함께 수천m의 빙하로 덮인 유일한 섬인데요, 이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입니다. 때문에, 덴마크에서는 빙하와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대표적으로 코펜하겐 대학과 그린란드 지질조사소의 빙하 보관소가 유명합니다. 여기에선 지난 60년 어치의 그린란드 얼음이 보관돼 있습니다, 직접 그린란드에서 가져온 거거든요. 빙하에 기록된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 등 대기 조성을 전부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전 세계가 이상 기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 빙하 보관소는 지구 기후의 보고라고 불릴 정도로 귀중한 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린란드 현장에서 빙하 손실량 등도 연구하고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구 성과들이 자주 발표됩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욱더 큰 문제로 부상하면서 이 연구소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말 코펜하겐, 친환경 도시 조성에 이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참 많은 그런 도시인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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