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오늘은 밀림의 제왕으로 불리는 동물, 사자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사자는 호랑이와 함께 고양잇과 가운데 가장 큰 맹수로 꼽히는데요, 아시다시피 수컷은 암컷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갑니다. 보통 수컷의 몸길이가 2m 안팎이고요, 큰 경우는 3m까지도 자라는데요, 사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수컷에게만 있는 갈기라고 볼 수 있겠죠.
[앵커]
맞습니다. 사자 하면 초원에서 멋지게 갈기를 휘날리면서 달리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거든요.
[기자]
그렇죠. 갈기는 사자의 상징과도 같은데요, 재작년에 SNS에서 이 갈기 때문에 화제가 된 수사자 한 마리가 있습니다. 중국 광저우의 한 동물원에 사는 '아항'이란 이름의 수사자입니다.
지금 보시는 사자인데요, 우리가 아는 사자의 모습과는 다르게 갈기가 마치 바가지 머리처럼 덮여 있죠. 이런 독특한 모습 때문에 아항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사실 광저우 지역의 습도가 높고 더운 데다가, 사진이 찍힌 당시 날씨가 무더운 편이어서 수사자의 갈기 털이 늘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까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이는데, 사자도 헤어 스타일이 참 중요하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갈기가 사자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기자]
수사자에게 갈기는 외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에서 보신 것처럼 암컷의 경우 좋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고르게 되는데, 보통 갈기가 풍성하고 잘 발달한 수컷일수록 건강 상태나 생식 능력 등의 면에서 우수한 개체이기 때문에 더 인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자 무리는 보통 잘 생긴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형태로 구성하게 됩니다. 또 이 갈기는 사자가 싸움을 할 때 방패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사자의 결정적인 약점이 목이기 때문에 갈기가 길고 풍성할수록 자신의 약점을 가릴 수 있는 거죠.
[앵커]
사자에게 갈기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권력을 지키는 데도 실제로 도움을 주는 거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과거에 살았던 사자 종이 멸종한 데에도 이런 갈기가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국제 연구팀이 1만 년 전에 멸종한 '동굴사자'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이 사자가 다른 종과의 번식이 일어나지 않아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보통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은 다른 하위 종과도 교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죠.
연구팀은 그 이유를 동굴사자에게는 갈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는데요, 암컷 사자들이 수사자의 갈기 털을 건강과 생식 능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여기기 때문에 동굴사자는 다른 사자들에게 번식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앵커]
갈기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또 사자의 특징으로 보면 개별 개체로도 무척 강한 동물이지만,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게 특징이잖아요?
[기자]
네, 사자에게 무리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사자는 고양잇과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아는 고양이는 상당히 독립적이고 단독생활을 좋아하잖아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랑이나 표범, 치타와 같이 40여 종이 넘는 대부분의 고양잇과 동물들은 독립성이 강하고 단독으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자는 이와 좀 다릅니다.
사자는 보통 10~20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면서 한두 마리의 수컷을 중심으로 암컷과 새끼들이 무리를 이루는데요, 보통 태어나서 3년 정도 지나면 독립한 뒤에 수사자 무리로 떠돌다가 힘이 좀 생기면 다른 무리에게 다가가 무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무리가 이뤄지면 수컷은 자신의 세력권을 지키고 암컷이 사냥을 하는데요, 서로 역할을 나누고 전략을 짜서 일부는 사냥감을 추적하고 나머지는 잠복했다가 덤벼드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 대체로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보다 지능이 높다고 하는데요, 서로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두뇌를 쓰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앵커]
사냥은 암컷이 주로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다큐멘터리 같은 거 보면 하이에나들한테 공격받거나 그럴 때 수사자가 멋있게 나서서 지켜주는 걸 제가 보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무리를 짓다 보니까 사자에게는 서열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서열 싸움이 아주 치열하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싸우는 모습을 보면 사자는 상체 근육이 잘 발달해서 싸울 때도 주로 앞발로 상대를 공격하는데, 한 번 내려칠 때 무려 800kg의 무게에 해당하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사자의 경우 우두머리가 되면 수많은 도전에 시달리는데요, 그래서 보통 권력이 3~4년을 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권력을 가졌던 사자의 경우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급격히 힘을 잃고 노쇠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마치 사람처럼 사회적 지위를 잃고 난 뒤에 우울증을 겪기 때문입니다.
중국 연구팀이 쥐를 이용해서 이런 실험을 해 봤는데, 쥐 역시 뚜렷한 서열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우두머리가 하루 열 번씩 나흘 동안 서열이 낮은 쥐의 도전을 받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우두머리가 결국은 물러나게 됐는데요, 모든 특권을 잃어버린 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면서 결국 활동 자체를 포기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쥐에게 밀렸을 때 이들 뇌의 특정 신경세포가 사람의 우울증에서 볼 수 있는 패턴과 비슷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연구팀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동물에게도 우울증과 같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마치 은퇴를 하고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자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는데, 저희가 호랑이에 대해서도 알아봤었는데, 사자와 호랑이, 둘 중 누가 더 강할까요?
[기자]
정말 결론 내리기 힘든 문제죠. 우선 호랑이가 덩치 면에서는 우세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 자란 수컷 사자와 호랑이의 몸무게가 보통 180~190kg 정도로 비슷한 편이지만,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큰 한국 호랑이, 그러니까 시베리아 호랑이는 이보다 몸무게가 훨씬 무겁고 덩치가 큽니다. 수컷의 경우 최대 300kg이 훌쩍 넘기도 하는데, 이런 호랑이와 대결한다면 아마 사자라 해도 상대가 되지 않겠죠.
하지만 공격 능력 면에서는 사자도 만만치 않은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자는 급소인 목덜미를 갈기로 철저히 보호하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 무리 생활을 하는 만큼 서열 다툼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전투 경험도 풍부하게 쌓은 편인데요, 이렇게 놓고 보면 대결하는 개체의 체격과 공격 특성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앵커]
오늘은 특히 사자, 수사자에 대해 많이 알아봤는데, 역시 제왕은 외롭다는 말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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