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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오스틴! 차기 테크허브 vs 탈출 러쉬…기로에 놓인 도시

2024년 01월 15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던 곳인데요, 실리콘밸리를 대신할
차세대 테크허브로 각광 받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불과 2∼3년 만에 테크 허브로서 자리 잡을지 혹은 입지가 줄어들게 될지 중요한 기로에 놓인 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오늘 둘러볼 도시는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입니다. 오스틴은 미국에서 치안이 가장 좋고,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히고요, 오스틴에 텍사스 주립대 메인 캠퍼스가 있고, 테크 기업들도 많이 들어서 있어서 시민들의 학력과 소득이 높은 편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오스틴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앵커]
3년 연속 1위면,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은데요. 오스틴은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테크 허브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떤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나요?

[기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IBM과 텍사스 인스트루먼츠가 오스틴에 자리를 잡았고요, 이후 80, 90년대 델 테크놀로지스 등 IT 기업과 세마테크 등 반도체 기업들이 몰리면서 '실리콘 힐스'로 불리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오스틴이 테크 허브로 부상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였는데요, 2021년 테슬라가 본사를 오스틴으로 이전했고요, 스페이스X의 새로운 본거지인 스타베이스도 텍사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신생 스타트업들도 오스틴에서 배출됐고, AMD와 애플, 아마존, 인텔, 구글, 메타 등도 오스틴에 사무실과 연구실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오스틴에 대규모 파운드리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공장 규모를 키워나갔고, 2021년에는 오스틴의 위성도시에 20조 규모의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최근 들어 급성장한 거 같은데, 제가 들어본 정말 유명한 기업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유명 기업들이 한 번에 대거 몰린 배경은 뭔가요?

[기자]
네, 무엇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원조 실리콘 밸리의 하락세가 큰 이유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실리콘밸리에 수많은 테크 기업이 몰리면서 캘리포니아의 물가와 주거비가 너무 비싸졌고, 차량털이와 강도가 급증하는 등 치안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러면서 거대 IT 기업들은 물론이고 스타트업들도 다른 도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요, 시애틀과 마이애미, 덴버 등 여러 곳이 거론됐는데, 특히 텍사스의 경우 텍사스와 엑시트 단어가 합쳐진 '텍시트' 단어가 나올 정도로 실리콘 밸리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텍사스는 다른 주보다 법인세가 낮고, 토지 취득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고, 임대료도 저렴해서 기업 입장에서 운영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요, 직원들도 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실리콘밸리나 뉴욕 등에 비해 낮은 물가 덕분에 생활비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텍사스 주 정부는 개인 소득세가 아예 없기 때문에 직원들의 체감 월급이 오르는 강력한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텍사스주가 암호 화폐와 같은 IT 신기술에 대한 규제가 적고, 법적 틀 마련이 신속한 편입니다. 또 국토가 넓고 에너지원이 풍부해서 에너지 집약적인 IT 사업, 예컨대 암호 화폐 채굴이나 서버 유지에 유리합니다. 특히 주도인 오스틴은 텍사스의 중심부에 있어서 다른 주요 도시들과의 접근성이 좋고, 텍사스 주립대에서 우수한 공학 인재들이 배출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러 가지 장점을 들어보니 위치도 물론 이고 테크 기업으로서는 매력적인 도시일 수밖에 없네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텍사스를 떠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테크 기업들의 텍시트라는 말이 나온 지 불과 2∼3년도 되지 않아서 텍사스에 테크 허브로서의 위기가 찾아온 건데요. 메타는 오스틴의 고층빌딩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하기도 했고, 구글도 오스틴 중심지의 다른 건물에 이전할 계획을 중단했습니다. 텍사스에 기반을 뒀던 스타트업 론드리스는 오클라호마주의 털사로, 카트라는 스타트업은 텍사스의 다른 도시인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VM웨어는 텍사스 사무실에서만 직원 577명을 해고한다고, 텍사스에서의 사업 축소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IT 인터넷 언론 테크크런치는 이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오스틴이 '별로 활기차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여기가 최근 들어 급성장했는데 이렇게 텍사스를 떠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진행된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인력 감축에 남아있는 직원들의 재택근무까지 늘면서 테크 기업들이 사무실을 확장 혹은 이전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겁니다.

또 최근 오스틴의 주거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고, 텍사스의 보수적인 정치색이 기술 산업의 발전과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심지어 최근 통계에선 텍사스 내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미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미국 전국적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져 20%에 달하기는 했는데요, 특히 공실률 1, 2, 3위 도시가 모두 텍사스주로, 휴스턴, 달라스, 오스틴이었습니다.

앞서 코너 시작에서 언급했던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도 부동의 1위였던 오스틴은 2023∼2024년도 발표에서는 무려 40위로 하락했습니다. 가계소득 대비 생활비가 최근 급격히 올랐고, 희망도와 가치, 일자리 시장, 삶의 질, 그리고 순 이주율 기준으로 여러 부문에서 점수가 떨어진 겁니다.

[앵커]
텍사스도 주의 성장과 여러 가지 부분을 보면 고민이 굉장히 깊어질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테크크런치는 오스틴이 기술계의 사랑을 계속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화두를 던졌는데요. 그간 문제로 지목됐던 물가와 주거비가 안정되고 정치계가 기술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다거나 기술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실리콘밸리로 텍사스만큼이나 마이애미, 뉴욕 심지어는 캐나다의 토론토, 밴쿠버 등이 각축을 다투는 시기인 만큼, 지금이 오스틴이 정체성이 결정되는 기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스틴으로서는 다행인 점은 테슬라가 여전히 오스틴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는 점인데요, 일론 머스크는 1억 달러의 기부금으로 오스틴에 과학·수학·공학에 중점을 둔 교육기관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외신에 보도됐습니다. 지난해 계획이 승인됐고, 앞으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스틴이 테크 허브로서의 매력도도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네, 앞으로 텍사스, 오스틴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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