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전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인데요, 앞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실마리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프랑스 남동부의 소도시 생폴레뒤랑스입니다. 서초구 정도 면적에 인구는 천여 명에 불과한 소도시인데요, 10세기에 만들어진, 역사가 오랜 도시이다 보니 건축물들이 중세 유럽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 루베론 산맥과 가까이 있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면서 하이킹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찾는 곳인데요, 도시 자체는 과학도시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작은 도시일 뿐이지만, 내년부터는 전 인류에게 중요한 핵 연구가 진행될 인류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어서 오늘의 과학도시로 선정했습니다.
[앵커]
영상에서 잠깐 봤지만, 도시가 굉장히 푸르르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동시에 최첨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반전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생폴레뒤랑스는 전 세계 핵 연구의 중심지입니다. 오래 전부터 핵분열과 핵융합 연구 등 재생에너지를 연구해온 카다라슈 연구센터가 있고요, 전 세계 수십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핵융합로가 지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오늘은 핵융합 연구가 이뤄지는 ITER에 집중해서 들여다 볼 건데요, 핵융합은 저희 사이언스투데이에서도 여러 번 다뤘었죠.원소를 빠르게 가속해서 세게 부딪히게 해 서로 다른 두 원소의 융합 반응을 유도하고, 이때 나오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겁니다.
태양에 에너지를 얻는 방식인데, 이걸 지상에서도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인류도 무한대에 가까운 청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인류가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드는 데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최근 핵융합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ITER는 저희 사이언스 투데이에서도 굉장히 많이 다루었는데요, 이게 지어지고 있는 곳이 어딘지 몰랐는데 바로 생폴레뒤랑스였군요. ITER가 무엇인지 먼저 짚고 넘어가 볼까요?
[기자]
ITER는 이른바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인데요, 국제라는 이름이 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인도 등 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거대 프로젝트이고요, 회원국 말고도 참여국까지 모두 3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영상에 핵심 장치들이 나오고 있는데 1억 도를 넘는 플라스마를 가두기 위한 구형 장치,토카막과 8만km 길이의 초전도체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ITER 건설 부지는 축구장 60개 정도 면적이고요, 건설 비용과 운영 비용은 200억 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 30조 원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건물이라고도 불립니다. ITER는 1988년도에 처음 건설 계획이 나와서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했는데요, 이 건설이 시작될 때, 프랑스 소도시에 중심을 두게 된 이유는 오래 전부터 핵 연구를 해왔던 카다라슈 연구센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센터와 연계를 통해 연구·기술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인근에 공항이 있어 접근이 쉽다는 점 등 때문에 부지로 선정됐습니다.
[앵커]
ITER의 완공도 이제 멀지 않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완공 예정입니다. ITER가 완공되면 시운전을 거친 후 본격 운영을 시작할 텐데요, 장치 내부에 강한 자기장을 일으켜서 플라스마 온도를 1억도 가량으로 가열하고, 이 상태로 핵융합을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연구진들은 ITER가 2035년쯤에 핵융합이 대량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검증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ITER의 목표는 들어간 에너지지보다 10배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건데요, 이렇게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세계 곳곳에서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드는 발전에도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는 것처럼 핵융합은 원료나 반응물에 탄소 화합물이 들어가지 않아서 온실가스 배출 우려가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이고요,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지구 상에 풍부하고,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전과 달리 폐기물의 반감기가 짧아서 방사성 폐기물 걱정도 덜합니다. 또 현재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꿈의 에너지라고 불릴 만 하네요. 저희가 ITER 나올 때마다 꼭 나오는 게 우리나라도 핵융합 장치인 KSTAR가 있는데요, ITER와는 뭐가 다른 거죠?
[기자]
KSTAR, 이른바 한국형 인공태양이죠. KSTAR도 ITER와 마찬가지로 핵융합의 상용화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장치인데요, ITER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생김새도 비슷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KSTAR의 운영 목적 중 하나가 ITER의 연구·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겁니다. 우리나라가 ITER 프로젝트 회원국으로서 ITER의 본격 운영에 앞서서 KSTAR를 통해서 ITER에 도입될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로를 미리 시험해보고 있는 겁니다.
KSTAR는 2년 전 플라스마 불꽃은 30초 유지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같은 방식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을 훌쩍 재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지 보려면 불꽃을 무려 300초 동안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KSTAR 연구진들은 2026년까지 300초 가동 목표를 이루고, ITER가 KSTAR처럼 잘 가동될 수 있도록 시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KSTAR 다음 단계가 ITER인 거고요, ITER가 성공한다면, 이제 핵융합 발전소를 짓게 되는 건데요, 우리 연구진들은 우리나라가 KSTAR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핵융합 발전소를 지을 때, 다른 나라들보다도 더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더 우수한 기술력도 갖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 ITER나 KSTAR와는 관련이 없는 걸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가 지난해 핵융합을 통해 투입한 에너지의 1.89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는데요, 2022년 투입한 에너지의 1.54배를 얻어내면서 최초의 핵융합 성공을 발표하고, 그 이후에 몇 번 더 성공했다는 겁니다. 미국 리버모어의 국립점화시설, NIF에서 진행되는 핵융합은 ITER나 KSTAR와는 다른 방식인데요, ITER나 KSTAR는 토카막이라는 장치에 초전도체를 넣고 강한 자기장을 줘서 원소를 가속해서 핵융합을 일으키는 원리인 반면, NIF는 관을 통해 용기 속으로 레이저 빔 192개를 쏘는 방식으로 원자들을 융합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순 에너지를 만드는 성과는 NIF의 레이저 방식이 더 먼저 도달했지만, 이 방식은 아직 반응이 너무 짧아 연속적으로 큰 에너지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KSTAR나 ITER의 경우 에너지 순생산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일정 단계에만 도달하면, 그때부턴 장시간 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레이저 방식과 KSTAR·ITER 방식 모두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두 기술이 경쟁 관계에 있는 건 아닙니다. 투트랙으로 핵융합 발전에 다가가면서 이후 안정성과 최종 에너지 생산효율이 더 높은 것이 채택될 수도 있고, 두 방식이 서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함께 채택될 수도 있는 겁니다. 과학계는 핵융합의 다양한 기술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핵융합 발전 앞당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꿈의 에너지죠, 핵융합 에너지와 그 중심의 있는 ITER가 있는 생폴레뒤랑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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