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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과학자들만 사는 곳…곳곳이 과학 기지

2024년 01월 29일 오후 5:06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의 둘러볼 곳은 이제까지와 앞으로의 과학도시를 통틀어 가장 지구의 남쪽에 있는 곳일 텐데요, 과학 연구기지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거주민의 100%가 과학자인 독특한 곳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딘지 감 잡아 보시겠습니다.

오늘의 과학도시는 남극의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입니다.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도시는 아니고, 수십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역인데요, 남극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도시가 없어서 이렇게 지명으로 구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스셰틀랜드는 남극 본토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남극의 가장 북단인데, 남극에서 연구 기지가 가장 많은 곳이어서 오늘의 과학 도시로 선정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남극의 지역이었군요. 그런데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남극은 그 자체로만 인식했지, 이게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거부터 알려주시죠.

[기자]
남극은 줄곧 어떤 국가에도 소속되지 않은 주인 없는 땅이었습니다. 19세기에 영국 탐험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영국과 일부 유럽, 남미 국가, 호주 등이 영유권을 주장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59년 미국 주도하에 남극에 대한 영토 주장을 금지하는 남극 조약이 만들어졌고, 현재 50여 개 나라가 가입한 상태입니다. 남극 조약은 회원국들이 남극에서 과학 조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연구 결과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대신, 군사 활동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금지하고, 환경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어느 국가가 속하지도 않은 나라니까 남극에 갈 때는 비자가 따로 필요 없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남극에 가기 위한 비자는 따로 필요하지는 않은데요, 다만, 환경 보호 조약과 관련된 허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남극에 도착하기 위해 거치게 되는 국가, 예컨대 아르헨티나나 칠레 등의 비자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합니다. 만약 남극이 국가였다면, 지구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겠지만, 남극에는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서 사실상 거대한 무인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극에 머무르는 사람은 곳곳의 연구 기지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와 연구 지원 인력이 전부입니다. 여름철에는 5천 명 미만이 상주하고, 추운 겨울이 되면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가 상주 인원이 천 명 미만으로 줄어듭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오늘 둘러볼 곳인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인데,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기자]
사우스셰틀랜드 제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극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인데요, 제주도의 두 배 면적으로, 수십 개의 섬으로 이뤄졌습니다. 섬들 가운데 가장 큰 건 킹조지 섬입니다. 우리나라 세종과학기지를 포함한 12개 국가의 연구 기지가 있고, 상주인구는 여름에는 약 600명, 겨울에는 약 200명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남극에서는 굉장히 번화한 편이라서 킹조지 섬이 남극의 비공식 수도로 불릴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몇몇 과학기지들이 위치한 리빙스턴 섬과 화산 연구 기지들이 있는 데셉션 섬도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 속해있습니다.

이렇게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 과학 기지가 많이 생겨난 이유는 남극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인데요, 킹조지 섬에 칠레가 운영하는 공항이 있고, 인근 섬들끼리 거리가 가까운 편이어서 연구기지들 간에 교류가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또 남극의 가장 북단이라서 기후가 가장 온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화하다고 해도 평균 기온은 한여름이 1.5도, 겨울은 영하 5도 정도로 춥고 척박합니다. 우리나라의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2도 정도인데요, 우리나라의 겨울보다 좀 더 추운 정도입니다.

[앵커]
한여름이 1.5도라고 하셨는데, 1.5도도 사실 굉장히 춥잖아요. 저희는 봄을 기다리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는 그게 가장 따뜻한 날씨라고 하니까 굉장히 추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서는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을까요?

[기자]
주로 남극 환경의 변화와 생태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는데요, 이러한 남극 생태계는 그 영향이 남극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극 기온이 오르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높이가 올라가게 되고요, 빙하가 녹아 바다에 유입된 차가운 물이 적도에 있는 따뜻한 해류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 북반구에 따뜻한 공기가 흘러들어 가면서 온도가 더 올라갑니다. 또 빙하가 녹아내리면 엘니뇨와 라니냐 등과 같은 기후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고, 해류 순환과 해양 생태계도 큰 영향을 줍니다. 남극의 빙하 변화가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최근 극지연구소는 이처럼 빙하가 녹으면서 동아시아 온도와 해수면이 상승하는 효과가 20년에서 70년에 걸쳐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미리 대비하고, 위협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가 남극 현장에 연구 기지를 세우고 빙하와 남극의 기후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생존과 직결된 정말 중요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군요. 남극의 동식물 연구도 한 부분이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남극의 독특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이나 동식물 연구도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극지연구소는 지구온난화로 남극에 20도가 넘는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과거 식물에 해를 가하지 않는 곰팡이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 활성화하는 현상을 관찰했는데요, 이 같은 연구는 기후 온난화가 기후변화뿐 아니라 지구 생물의 특성을 바꿔 생태계에 구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 남극에서 발견되는 희귀 식물의 화합물에서 신약 후보 물질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극지연구소는 최근 남극 지의류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체에서 항산화제, 항염증제, 항바이러스 등에 약리효과를 가지는 화합물을 발견했는데요, 당뇨병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을 확인해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이전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남극은 넓은 영토만큼 전 지구에 주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고, 또 독특한 환경 덕분에 인류에게 희망을 줄 신물질을 간직한 보고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서 남극에 사는 사람이 100% 과학자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러면 저희 같은 일반인이 방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남극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바로 이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인데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다양한 야생동물과 뛰어난 자연경관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스셰틀랜드 제도를 방문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남미 아르헨티나나 칠레에서 출발하는 남극 크루즈를 타는 건데요, 크루즈들은 다양한 국적의 투어 회사들이 직접 운영하고요, 패키지에 따라 동선과 일정이 다릅니다. 100명 규모의 크루즈부터 수천 명이 탈 수 있는 크루즈까지 규모는 다양하고, 소규모 크루즈일수록 섬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갈 수 있어 선호도가 더 높습니다.

이렇게 크루즈 여행을 하면 일반적으로 킹조지 섬, 데셉션 섬, 리빙스턴 섬 등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의 여러 섬을 방문할 수 있는데, 섬에서 내려서 다양한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크루즈 여행 가격 자체가 수천만 원 정도로 비싸고, 예측이 힘든 날씨 때문에 여행 일정이 수시로 변경된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그런데도 주요 여행 상품은 일 년 이상 전부터 예약이 거의 다 차 있는 수준이라고 하니까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여행 시기는 언제가 가장 좋을까요?

[기자]
여행 시기는 일반적으로 남극의 여름철인 11월부터 3월 사이가 가장 좋습니다. 기후도 상대적으로 온화해 카약과 캠핑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고, 야생동물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앵커]
오늘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 대한 이야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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