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둘러볼 곳은 바이러스학과 생명공학 연구가 활발하고, 국제 연구가 활발하기로도 유명한 도시인데요, 최근 지난 4년여간은 과학기술이 아닌, 전염병의 근원지 의혹으로 악명을 떨친 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우한입니다. 우한은 중국 중남부 후베이 성의 대도시인데요, 수많은 철도와 고속도로, 국제공항까지 있는, 중국의 교통 중심지고, 인구도 천만 명을 넘습니다. 인천에서 우한까지 직항도 있지만, 사실 우한은 과거에는 일반인에게 그리 인지도가 높은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아시는 것처럼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타게 됐습니다. 코로나19 관련 도시이자, 이에 가려진 과학 국제 협력의 거점으로서 우한을 오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코로나19'라고 불리지만 초창기에는 우한 폐렴으로 불리기도 했잖아요. 최초 보고된 환자가 우한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도 더 전인 2019년 말 중국 우한시의 화난 해산물 도매시장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했고요, 2019년 12월 31일, 중국 보건 당국이 WHO에 이 사례들을 처음 보고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23일 우한시를 봉쇄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은 아시아권을 넘어서 전 세계로 확산이 됐고, 3월 11일,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총력을 쏟았고, 코로나19 발발 1년도 안 돼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졌는데요, 최초의 mRNA 백신이 상용화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백신 개발이라는 기록도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마침내 3년 반 만에 팬데믹은 끝났지만, 지금까지도 감염은 계속되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지에 대한 논란과 이와 얽힌 미중 갈등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19가 전 세계 보건 문제뿐 아니라 국제 정세나 사회 이슈에까지 영향을 줬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최초 감염자가 우한에서 보고된 만큼 초창기에 질병 이름은 우한 폐렴이라고 불렸는데요, 특정 국가나 도시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WHO는 질병의 공식 명칭을 코비드 나인틴, 우리는 코로나19로 명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을 계속해서 우한 폐렴으로 부른다든가, 중국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요, 2018년경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었던 갈등, 그러니까 관세 부과와 같은 무역 이슈나, 기술 탈취 의혹, 지정학적인 긴장감 등이 코로나19로 극에 치닫게 된 겁니다.
대표적으로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래했다는 신빙성 높은 첩보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의혹을 부추겼고요, 중국 출신의 전 홍콩대 박사인 옌리멍 박사가 영국 토크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고 인터뷰하기도 했고요, 인터넷에서는 중국의 한 의사가 코로나19가 사스와 에이즈를 합성해 만든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가짜 뉴스로 들통 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의혹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자연 발생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잘못으로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이런 의혹인 것 같은데요. 이런 의혹이 퍼진 데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앞서 말씀드린 옌리멍 박사가 언급한 중국의 연구소,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입니다. 첫 폐렴 환자가 보고된 우한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으로부터 300m 거리에 우한 CDC가 있고요, 12㎞ 거리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는데요, 우한 CDC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모두 감염병을 연구하는 국가시설입니다. 특히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중국 과학원 산하 연구소로, 고 위험성 바이러스 연구를 수행하던 기관입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BSL-4, 그러니까 생물안전 4등급 실험실을 갖춘 연구소입니다.
BSL-4 등급은 우리나라에도 한 군데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바이러스, 혹은 합성한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겁니다. 실제로 연구소에서는 과거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SARS 등 고 위험성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2015년에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주를 감염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고요, 2017년에는 운남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가 SARS 바이러스의 모든 유전적 조각을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코로나19와 박쥐의 연관성이 제기됐고,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과거 연구에서 SARS 바이러스와 박쥐에 연관된 연구가 주목받으면서 의혹이 더욱 거세진 겁니다.
[앵커]
그럼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WHO는 2021년 초 중국 우한을 방문하여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조사를 수행했는데요, 조사팀은 실험실 초기에는 유출 가능성을 부정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는데, 이후 국제사회는 조사에 대한 투명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면서 보고서를 완전히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일부 과학자들도 코로나19의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인터뷰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요,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 FDA 국장도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실에서 유출됐다는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동남아거나 세계 여러 곳일 수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면서 미국이 계속해서 실험실 유출설을 퍼트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한 하면 코로나 19가 떠오르지만, 그전에는 과학계에선 국제 협력으로 유명한 곳이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2014년 중국 과학원이 프랑스 정부와 협력해 건설한 연구소인데요, 프랑스 리옹의 첨단 실험실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했고, 우한 연구소의 직원들이 실제로 리옹의 실험실에서 훈련을 받았기도 했습니다. 창립부터가 국제 협력에 기반을 둔 겁니다. 사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뿐 아니라 우한 도시 전역에 한때 프랑스 기업 50여 곳이 유치됐을 정도로 우한시 투자의 많을 부분을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보도에 따르면, 2015년경부터 중국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의 프랑스와의 협력을 줄이기 시작했고, 2017년쯤엔 프랑스가 연구소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처음에는 연구소가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희망했으나, 점차 프랑스 과학자들의 통제를 벗어나 중국 연구자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이후 코로나19가 터진 후 2015년부터 시작된 중국 우한과 프랑스의 연구 감소가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미국과도 대규모 협력 연구를 진행해왔고, 심지어 NIH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았는데요, 프랑스 당국이 미 당국에게 중국 우한의 불투명한 연구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며, 이때 NIH가 자금 지원을 줄였어야 한다고 비판이 후에 나온 겁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면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뿐 아니라 중국 기관이 미국이나 해외 기관들과 교류나 공동 연구가 어려워졌다는 보고가 나왔고, 실제로도 수많은 협력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네, 오늘은 중국의 도시죠, 우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