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떠나볼 도시는 어딘가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전 세계에서 우주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이고, 기술 수준도 뛰어난 곳으로 꼽히는데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국제 연구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게 되면서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 곳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입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 내륙에서 아시아 쪽이 아닌 유럽 쪽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인데요, 20세기 냉전 시대 구소련의 수도로써 전통적으로 우주 개발의 중심에 있었던 곳이고요, 냉전 이후에도 미국과 우주 패권 경쟁을 펼치면서 우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온 도시입니다. 오늘 이 내용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앵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주축이 되는 모양새이지만, 러시아도 전통적으로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우주 강국이라고 불리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세기 중반 냉전 시대 때 미국과 구소련의 우주 경쟁이 시작됐는데요,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 경쟁에서 선두를 달렸고요, 이를 계기로 미국과 소련의 우주 패권 경쟁이 시작돼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달까지 탐사했습니다.
냉전이 끝나고도 러시아는 계속해서 우주 개발에 힘을 쏟았고, 2021년 기준으로 GDP 대비 우주개발 투자비율이 0.24%로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였습니다. 러시아의 우주 기술 특징은 과거 구소련 시절 폐쇄적인 국가체제 때문에 해외 협력 없이 오로지 소련 내부의 우주산업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모든 우주 장비를 자체적으로 제작했다는 점인데요, 그 결과 방대한 우주 장비 제품군을 보유하게 됐고, 수십 년간 다양한 우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전쟁 전까지는 세계 우주 서비스 시장에서 미국과 맞먹는 상업 발사 서비스를 수행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위성을 러시아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러시아는 전통적인 우주 강국인데, 그 중심에 모스크바가 있다는 말씀이신 건데요, 모스크바에는 어떤 우주 활동이 진행되고 있을까요?
[기자]
모스크바에는 발사체와 위성 등 다양한 우주 개발 관련 기관과 연구소가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러시아의 우주 과학 사업과 항공 우주 연구를 관장하는 '로스코스모스'입니다. 소련 해체 후 기술과 설비를 이어받은 러시아 연방우주국과 국영기업인 연합 로켓 우주공사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국영기업인데요, 미국의 NASA, 유럽 우주국, 일본 JAXA, 중국의 국가항천국과 함께 세계 주요 우주기구에 해당합니다. 로스코스모스는 화성과 금성 탐사 미션 등 러시아의 주요 우주 탐사 미션을 진행하고 있고, 국제 우주 정거장의 주요 참여 주체 중 하나입니다. 모스크바에는 로스코스모스 외에도 우주 관측과 천문 연구를 하는 러시아 과학원 산하 우주연구소가 있고요, 또 러시아 우주 산업을 통합할 목적으로,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우주청과 같은 국립 우주 센터가 연내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근처에는 유리 가가린 우주인 훈련 센터로 유명한 스타 시티가 있는데요, 스타 시티는 우주 비행사들의 훈련 기지로, 우주 발사장은 아니지만 우주 탐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요한 시설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모스크바에 발사체 제조 공장이나 발사장 같은 것도 있을까요?
[기자]
모스크바가 우주 개발의 중심지이긴 하지만 모스크바에는 발사장은 없습니다. 러시아의 주요 우주 발사장은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바이코누르 코스모드롬으로 소련 시대부터 있었던,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우주 발사 시설 중 하나이고요,
또 다른 중요한 발사장은 2000년대 들어 새로 지어진 보스토치니 코스모드롬으로, 러시아 극동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모스크바 자체에서 우주 발사체를 직접 제조하는 정확한 위치나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러시아의 주요 우주 기술 개발과 제조는 모스크바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모스크바 근처의 코로레프 시에는 우주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유인 우주선, 위성, 우주 정거장 모듈과 같은 다양한 우주 탐사 장비와 우주 발사체와 우주선의 개발 및 제조를 담당하는 민간 기업들도 자리 잡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러시아 하면 우주보다 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서 오히려 고립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22년 2월 전쟁 이후 미국은 러시아 정부와의 과학기술 연구 협력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요, 러시아의 국립 연구소와 연방 자금을 받는 프로젝트, 러시아 정부 관련 대학과 연구 기관과의 자금이나 인력 교류 등 모든 종류의 연구 협력을 천천히 종료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2022년 2월 이전에 시작되거나 자금이 지원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은 완료될 수 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는 시작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미국 외에도 많은 서방 연구 기관들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하면서 우주와 물리학 분야 임무가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국제 공동 운영되고 있던 우주 망원경들이 일시적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국제 연구가 얼마나 감소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쏘아 올린 타국 위성 수가 2021년에 35기였지만, 2022년에는 이란 위성 등 2기로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유럽 각국이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위성 발사를 의존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위성 도요샛을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전쟁 여파로 소유즈 대신 지난해 누리호에 탑재해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연구가 지속 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기이한 동맹이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국제 우주 정거장인데요, 국제우주정거장은 1990년대 미국과 러시아, 일본, 유럽, 캐나다, 이렇게 다섯 국가의 협력으로 만들어져 유지되고 있는데요, 러시아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우주정거장 유지와 활용이 어떻게 될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나라는 일단 적어도 내년까지 우주정거장로의 공동 비행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우주정거장으로 떠나는 우주선에 러시아 대표 최소 한 명과 미국 대표 최소 한 명이 탑승해서 떠나고, 우주정거장에도 각자의 구역에 상주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또, 러시아는 우주정거장 지원을 최소 2028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졌습니다.
[앵커]
좀 기이한 동맹이지만, 그럼에도 우주 연구에는 타격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러시아의 최근 우주 성과는 어떤가요?
[기자]
네, 러시아는 최근 우주 분야에서 국제 입지는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위성 발사 시장에서 러시아 입지가 줄어드는 동안 미국 강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 자리를 대체하려 하고 있는 모양새고요. 우리나라도 아직 상업 발사는 먼 얘기지만, 지난해 도요샛을 실어나른 누리호를 고도화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또 우주 탐사 분야에서는 지난해 러시아가 달 남극을 조사하기 위해 보낸 무인 달 탐사선이 달 표면에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전통적인 우주 도시, 모스크바가 그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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