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그동안 많은 도시를 다니셨는데 저랑은 처음이네요.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의 도시는 지중해에 자리 잡고 있는, 날씨가 좋고 아름다운 도시인데요, 건축으로도 유명하고, 관광지로도 잘 알려졌지만, 통신 기술과 첨단 IT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해서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앵커]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많은 것들이 있지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MWC가 생각나는데요. MWC 2024, 지난주 막을 내렸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죠. MWC가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바르셀로나에서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전 세계 200여 개국의 2,400여 기업이 참가했고, 관람객은 10만여 명이 몰렸는데요, 5G와 6G 등 이동통신 기술은 물론이고, 첨단 IT 제품과 인공지능을 화두로 한 기술들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올해 MWC에서 삼성전자는 반지 형태의 '갤럭시 링'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또 레노버는 세계 최초 '투명 노트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사 KT는 디지털 트윈과 AI를 활용한 도심항공 교통시스템을 선보였고, SK텔레콤도 에어택시 모델을 공개했는데요, 말씀드린 것처럼 MWC는 단순히 이동통신 박람회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거의 모든 IT 기술이 등장하는 박람회가 됐습니다.
매년 MWC에는 모바일 기업과 IT 제조사, 콘텐츠 제공자, 지자체 등이 전시 부스를 열고,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하고, 활발한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하기도 합니다. MWC가 국제 가전박람회인 CES나 IFA와 함께 세계 3대 IT 박람회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앵커]
3대 박람회면 세계적인 IT 박람회인데, 바르셀로나 하면 축구나 가우디 등이 생각나는데, 매년 바르셀로나에서 크게 열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MWC 주최 측인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연합회, GSMA 본부가 영국 런던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MWC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는 점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요, MWC가 처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건 아니고요, 1990년대 유럽 여러 도시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되다 1996년부터 10년간 프랑스 칸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됐고요, 그러다 2006년부터 바르셀로나가 행사를 유치해서 이후 계속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수천 개 기업 관련자와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행사여서 경제효과가 큰 만큼 바르셀로나가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교통과 물류, 숙박 등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분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GSMA가 바르셀로나 외에도 중국 상하이나, 르완다의 키갈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MWC 행사를 열고 있다는 점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르셀로나의 행사가 압도적으로 규모가 크고 유명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MWC 행사라고 하면, 국제적으로 바르셀로나의 MWC로 통용되곤 합니다.
[앵커]
다른 도시에서도 MWC가 열리지만, 바르셀로나의 MWC만큼 유명해지지는 못했다는 건데, 바르셀로나가 이렇게 IT 행사의 개최지로 유명세를 잘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역사적으로 바르셀로나가 무역이 활발한 항구 도시였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도 유럽 웬만한 도시는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시와 항공 등으로 연결돼 있을 정도로 교통이 잘 발달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밖에 바르셀로나는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높아서 참가자들이 비지니스 목적의 방문 외에도 관광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른 무엇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유럽의 중요한 통신·기술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첨단 스타트업에 친화적인 도시로 꼽히기도 하고, 세계 5대 스타트업 허브로도 꼽힙니다.
또 도시 전체가 디지털화가 잘된 편인데, 유럽 전체 도시 가운데 스마트폰 보급률 측면 등 디지털화 순위로 5위 안에 꼽히고요, 유럽 최초로 '개방형 5G 실험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5G 실험실'로 선정되면서 프랑스 통신회사가 바르셀로나에 5G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바르셀로나 내 기업들이 5G 서비스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한 겁니다. 덕분에 2022년 기준 바르셀로나 내 IT 스타트업은 2천 개로, 2016년의 두 배로 증가했고, 연간 펀딩 금액도 1조 원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글로보와 이드림스 등 유니콘 기업들이 최소 7곳 탄생했고요, 또 펩시코나 아마존, 포르셰, 시스코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바르셀로나에 디지털 허브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두고 있습니다.
[앵커]
관련 산업들의 성장세만 봐도 정말 유럽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릴 만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곳곳에 제2의 실리콘 밸리라는 수식이 붙는 도시들이 참 많은데요, 어떤 도시들이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바르셀로나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저희 과학도시에서도 여러 도시를 다뤘는데, 유럽만 해도 프랑스 알프마리팀, 영국 케임브리지 등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이 붙는 도시들이 참 많이 등장했습니다. 또 미국의 사례지만, 텍사스의 경우는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했다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기도 했는데요, 그런 만큼 바르셀로나도 디지털 허브로서 위상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바르셀로나가 디지털 허브로서 명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일등 공신인 MWC의 영향력도 사실 아주 예전만큼은 못하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거든요.
2010년 초반까지는 IT 기업들이 MWC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2010년 중반부터는 신제품 발표회를 제조사만의 자체 이벤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행사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요, 무엇보다 IT의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애플은 MWC를 참가한 전례가 없기도 합니다. 애플이 MWC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애플은 매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체 행사를 열고 신제품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MWC의 행사가 거의 다 안드로이드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종종 나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MWC가 모바일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써의 세계 3대 규모에 드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요, 또 MWC의 주최 측이 바르셀로나 시 정부와 오는 2030년까지 계속해서 바르셀로나에서 MWC를 열기로 계약해서 MWC의 개최지로서 바르셀로나는 명성을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디지털 허브로 형성된 지역이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지중해 연안을 따라 이탈리아 제노바까지 뻗어있거든요. 이 지역이 곡선형의, 눕혀놓은 바나나 모양이라서 '골든 바나나' 지역이라고 불리고, 따뜻한 기후 때문에 썬벨트라고도 불리고 있는데요. 유럽 전체 지역에서 가장 발달한 디지털 허브로 꼽히기도 하고, 넓은 지역에 걸쳐서 산업이 형성돼 있는 만큼 아직 제2의 실리콘밸리로는 한동안 건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합니다.
[앵커]
네, 말씀 고맙습니다. 오늘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 과학도시에서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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