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네. 현재 국내 극장가는 '파묘'의 돌풍이 일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하지만,그 속에서도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100만 명을 넘은 영화 '듄2'를 준비했습니다.
[앵커]
파묘는 정말 흥행작이 됐고, 듄2는 차차 입소문이 계속 나는 것 같아요. 특히 첫 번째 편을 봤던 마니아층의 지지가 상당합니다.
[기자]
이번에 듄2 같은 경우에는 사실 영화를 볼 때 전작을 봐야 하냐 말아야 하냐에 대한 고민이 많잖아요. 제가 올 초에 외계+인 2부를 소개할 때는 꼭 1부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죠.
이번 듄은 다릅니다. 가능하다면 듄1을 꼭 봐야 듄2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에서 요약본 영상이라도 보고 듄2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사실 듄1에 소문만 듣고, 보진 못한 채 듄2를 봤는데요. 영화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던 건 아니었지만, SF영화답게 베네 게세리트, 퀴사츠 헤더락 등 각종 듄 세계관 속 용어들을 이해하고 귀에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래서 듄1을 보고 다시 듄2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거든요.
[앵커]
이렇게 세계관이 확실한 영화는 소개하기 쉽지 않은데 그래도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짧게 소개하는 게 쉽진 않은데요.
우선 영화이자 원작소설의 배경은 아주 먼 미래, 서기인 AD가 아닌 새로운 년도인 AG 10191년입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한 2만 년 뒤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이 미래 우주에는 컴퓨터나 인공지능, 로봇은 없고, 오직 인간이 기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데요.
그때 이용하는 신비의 물질이 바로 '멜란지' 또는 '스파이스'입니다.
이걸 먹으면 수명이 연장되는 건 물론 일종의 예지 능력을 갖거나 우주 항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렇게 중요한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곳이 영화의 배경인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인데요.
영화 듄은 황제로 인해 멸문한 귀족 가문의 후계자 폴이 '아라키스' 행성의 메시아로 거듭나면서 행성 원주민인 프레멘과 힘을 합쳐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앵커]
복잡한 세계관인데 그래도 정리해주시니까 이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큰 힘을 못 쓸 정도로 SF, 특히 스페이스오페라 영화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듄2는 추천할 만한 영화인가요?
[기자]
사실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이 영화가 수작으로 꼽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드니 빌뇌브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배경을 크게 보이고, 주인공은 매우 작게 보이는 '익스트림 롱 쇼트' 방식으로 촬영해 위압감과 웅장함을 극대화했고, 여기에 한스 짐머의 장엄한 음악까지 더해져 소위 '영화적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굉장히 체계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견고하게 세워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 속에서 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현실을 맞닿아있는데요.
지배권 전쟁을 촉발하는 스파이스는 석유를 비유한 것인데, 드니 빌뇌브 감독 역시 듄2를 통해 원작자가 말하고자 했던, 종교와 정치의 결탁, 그리고 광신도의 탄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배경과 시대는 달라도 우리 사회랑 많이 닮아있는 모습들이 느껴지는데요. 영화 속에 숨어있는 과학 이야기도 이제 좀 해봐야 하는데요.
영화의 제목이 모래 언덕을 뜻하는 듄인 이유가 영화 속 아라키스 행성이 드넓은 사막으로 이뤄진 행성이기 때문이잖아요.
이런 행성이 실제로도 존재하나요?
[기자]
모래언덕, 그러니까 사막으로 이뤄진 행성은 당연히 있죠.
가장 가깝게는 바로 화성이 있는데요. 화성도 모래로 많이 이루어져 있거든요.
유럽우주국, ESA의 무인 화성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화성에서 드넓은 모래 언덕을 찾아냈습니다.
화성 북극 근처 '플라넘 보름'이라는 곳으로, 지난해 4월 14일에 찍은 사진인데요.
사진에 두 개의 세로 선이 보이시죠.
오른쪽 고지대와 왼쪽 저지대를 가로지르는 절벽인데, 오른쪽 부분이 북극에 가까운 북쪽 평원, 왼쪽 부분이 올림피아 평원입니다.
올림피아 평원에는 물결 모양의 모래 언덕이 150km 이상 펼쳐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오른쪽 부분 북쪽 평원 표면의 매끄러운 모습과 대조되죠.
북쪽 평원에는 우주에서 날아온 암석 충돌이 아직 없기 때문인데, 그만큼 오른쪽 지형이 더 젊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른쪽 절벽에 반원 형태의 지형 두 개가 보이죠.
둘 다 서리로 하얗게 덮인 모래 언덕인데,
[앵커]
지금 확대해서 보이는 게 서리군요?
[기자]
네, 모래언덕 위에 서리가 쌓여있는 거거든요. 큰 쪽의 폭이 20km, 높이는 1km에 이르는 거대한 얼음 장벽이 있는 셈입니다.
[앵커]
폭이 20km, 높이는 1km, 실제로 보면 압도적인 광경일 거 같아요. 이렇게 보니까 영화 속 아라키스 행성의 모습이랑 실제 화성을 촬영한 사진이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또 다른 궁금증은 듄 세계관이 인류가 우주식민지를 만든 이후를 그리고 있는데, 만약 아라키스 행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인간이 생존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기자]
아라키스의 기후를 가상으로 재현해 인간 거주 가능성을 확인해 본 연구가 있었는데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셰필드 대학 연구진이 원작 소설과 '듄 백과사전'이라는 책의 설정을 바탕으로 아라키스의 지형과 기후, 대기 등을 가상으로 구현해봤습니다.
원작 묘사대로 슈퍼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고 3주 동안 행성 기후를 관찰한 결과, 아라키스 행성은 사람이 살만한 행성으로 나왔는데요.
영화에서 척박하다고 표현된 열대 지방은 오히려 습도가 적어 아라키스 행성에서도 살기 좋은 지역이었고요.
책에서는 아라키스의 모래 언덕 평균 높이가 100m 정도라고 나왔는데,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 열대 지방과 중위도에 250m에 달하는 모래 언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앵커]
정말 꼼꼼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실제로 구현까지 해본, 정말 신기합니다. SF영화의 장점은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이 결국 새로운 기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일 텐데요.
'듄'은 SF 소설의 시초인 만큼 관련된 작품 속 설정이 기술 개발로 이어진 사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원작자인 프랭크 허버트가 기자일 당시 사막화를 취재하던 중 영감을 받고 소설 듄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듄은 SF로는 처음으로 환경과 생태학을 다룬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고, 당연히 작품 속 설정들이 기술 개발로 시도되고 있는데요.
아라키스의 원주민인 프레멘족은 적은 수분도 유용하게 재사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막에서 특수 텐트를 쳐서 밖으로 공기 중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 장면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다니엘 페르난데스 교수는 듄에 등장하는 이슬응결기 개념을 응용해 사막화를 막을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연구 중인데요.
[앵커]
실제로 지금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거죠?
[기자]
네, 쉽게 말해서 거미줄에 물방울이 맺히는 원리를 이용하는 건데, 공기 중 수증기를 수집해 먹는 물로 바꾸는 안개잡이 그물이나 이슬 모으는 탑 등이 개발되고 있고,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 시범 적용된 바도 있습니다.
또, 몸에서 나는 수분을 재활용하는 '사막복'의 개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각종 필터와 열교환 장치, 쿨링시스템, 하수처리장치, 정수장치 등을 옷 안에 한 번에 담기가 어려워 실제로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었는데요.
대신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듄처럼 실제로 소변을 식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적용돼 있습니다.
[앵커]
달에도 무인탐사선이 착륙하더니 이러다가 화성에 진짜 유인탐사선이 갈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네, 오늘 듄 시리즈 이야기해봤습니다. 1, 2 꼭 정주행 한 번 해봐야겠는데요.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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