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사이언스 투데이'가 개편을 맞아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코너를 매주 화요일에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이성규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먼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잡을 새 치료물질을 찾았다'는 내용의 이성규 기자 리포트 보고 오겠습니다.
[기자]
한국인 5대 암 가운데 하나인 위암
위암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음주, 운동 부족과 함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강력한 위산에도 생존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 점막 손상을 일으키고 이게 악화하면 위염과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로 제거할 수는 있지만, 내성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손상된 위 점막을 회복하는 치료제는 현재까지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위 점막 세포의 손상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인간의 위 점막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한 위 유사체, 즉 위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헬리코박터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인한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인터뷰: 손미영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 : 저희가 이번 논문에서 발표한 것은 VacA 라는 독소물질인데요.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는 인체 소기관(미토콘드리아)인데요. (독소물질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을 유발해서 위 점막에 존재하는 세포들이 점점 더 나빠지는 환경이 되는 거지요.]
연구진은 한 발 나아가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손상된 위 세포를 회복하는 특정 물질도 찾아냈습니다.
헬리코박터균 독소로 인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손상되면 미토콘드리아가 잘게 잘리는데, 이번에 발견한 물질은 이를 다시 연결해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만들고 점막 손상도 회복하는 원리입니다.
인체 임상시험 등 상용화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았지만,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식의 신약 개발로 이어지질 기대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입니다.
[앵커]
스튜디오에 이성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기자. 우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죠?
[기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줄여서 헬리코박터균이라고 하는데요. 아주 잘 알려진 세균이죠.
헬리코박터균 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죠.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인데요.
배리 마셜 박사 등은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처음으로 발견한 공로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죠.
이들이 연구할 당시인 80년대 만해도 위는 강력한 위산을 분비해 세균이 살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위 점막 손상, 위염, 위궤양 등은 스트레스나 자극적인 음식 등이 주원인으로 여겨졌는데, 헬리코박터균의 발견으로 이런 통설이 뒤집힌 거죠.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궁금한 게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위에서 살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위는 강력한 위산으로 인해 미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인데요.
헬리코박터균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물질들을 활용해 위장 내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 손미영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 : 이 균주가 가진 특별한 독소물질들이 있습니다. 이 독소물질들을 분비하면서 위산이 존재하는 아주 안 좋은 악조건에서도 이 균주는 살 수 있고요. 살면서 인간의 위 점막을 손상할 수 있는 독소물질을 내뿜는 거지요.]
[앵커]
네, 헬리코박터균은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 건데요. 이 균에 감염되면 다 병이 생기는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 정도가 이 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 점막이 손상되는데 이게 심해지면 위염이 발생하고 이게 악화하면 암이 됩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는 일반인보다 위암에 걸릴 위험이 3~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앵커]
네,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데요. 리포트 내용을 보면 위 오가노이드라는 게 나와요. 다소 낯선 용어인데,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위나 폐, 심장 등을 우리가 장기라고 부르잖아요.
장기가 영어로 오간이잖아요. 오가노이드는 오간과 비슷한 것, 장기 유사체란 뜻입니다.
위 오가노이드는 위의 기능을 모사한 일종의 위 유사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위 오가노이드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기자]
우리 몸의 기본 단위는 세포잖아요, 이 세포들이 뭉치고 얽혀서 장기를 이루는데요.
오가노이드 역시 인간 세포를 활용해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 몸속에서 세포들이 3차원으로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오가노이드의 핵심은 세포를 3차원으로 키우는 데 있습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고 이어가겠습니다.
[손미영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 : 일반적인 세포 모델은 보통 우리가 2차원으로 평면으로 세포를 키우잖아요. 우리 장기나 조직은 3차원이잖아요, 3차원 구조를 가지면서도 특정 장기나 조직에는 한 가지 세포 타입만 있지 않아요. 다양한 세포들이 있거든요, 그 세포 타입도 다양하게 가지고 있고요, 오가노이드는. 기능성도 가지고 있기에 기존의 세포 모델과 다르게 인간 장기를 모사할 수 있는 훨씬 더 좋은 특정 인간 장기를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장기 모사 모델로 쓰는 거고요.]
이런 측면에서 오가노이드를 미니 장기라고도 부릅니다.
[앵커]
오가노이드가 장기 모사 모델이라는 건데요. 바이오 연구에서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요?
[기자]
위 오가노이드는 인간의 위 세포를 이용해 들어서 인간의 위 기능을 수행할 수 있죠.
기존에는 헬리코박터균 연구를 할 때 생쥐 모델을 주로 이용했는데요.
아무래도 생쥐와 인간은 종간 차이가 있어 연구에 한계가 있었죠.
위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실제로 인간의 위 환경에서 연구하는 것과 최대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같은 맥락으로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신약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데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사람에게 개발 중인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인 인체 임상시험 단계인데요.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인체 임상시험 전에 해당 장기 유사체에 이 약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오가노이드에서 효능이 있는 물질은 차후 인체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네, 방금 신약 개발 언급했는데요. 신약을 개발할 때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가려면 전통적으로 동물실험을 했잖아요.
요즘은 동물실험이 필수가 아니라는데, 이건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기존에는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동물실험을 해야 했거든요.
이 물질이 어떤 독성이 있는지 등을 사람에 쓰기 전에 동물에서 확인해 보자, 이런 취지죠.
그런데 앞서 설명했지만, 생쥐 등 동물은 사람과 종간 차이가 있어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서 항상 같게 나오지 않아요.
동물실험에서는 효능이 있는데 사람에서는 없거나 이런 경우죠.
그래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새로운 실험 모델을 찾아, 이런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런 흐름에서 최근 미국 FDA가 관련 규정을 개정했는데요. 설명 들어보시죠
[손미영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 : 특히나 2022년 말에 미국에서는 FDA에서는 더이상 동물실험 결과가 필수적이지 않다고 했어요. 신약을 승인할 때, 그 말은 대체 모델, 대체 시험법이 필요하다는 거죠. 지금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대체 모델이 오가노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앞서 설명한 동물실험 대체뿐만 아니라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약물 스크리닝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데요.
아직 태동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네, 오늘을 헬리코박터균과 질병 연구의 최신 모델인 오가노이드에 대해 이성규 기자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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