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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1열] 샹들리에가 아니네?…양자컴퓨터, 꼭꼭 숨은 이유

2024년 11월 26일 오후 5:33
■ 박나연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시간입니다.

오늘은 박나연 기자와 함께합니다. 반갑습니다.

[기자]
네, 반갑습니다.

[앵커]
지난주 국내에 상용 양자컴퓨터가 처음으로 도입돼 큰 화제였습니다.

박 기자가 그 현장에 직접 다녀오셨죠?

[기자]
네, 지난주 수요일 연세대학교에서 양자컴퓨터의 불이 켜졌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실험용 수준의 양자컴퓨터만 있었는데, IBM으로부터 실제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들어온 건데요.

상용으로는 국내 최초인 만큼, 이 기사가 나간 후에 조회 수가 수십만을 넘고 댓글도 몇백 개가 달리면서 반응이 정말 뜨거웠는데요.

사실 저는 그날 눈앞에서 양자컴퓨터 실물을 보고 가장 먼저 뱉은 말이 "양자컴퓨터는 어디 있나요?"였을 정도로 좀 많이 당황했습니다.

[앵커]
저도 이 기사를 봤는데 지금까지 봤던 양자컴퓨터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실제로 보니까 어떻던가요?

[기자]
양자컴퓨터 하면 머릿속에 '샹들리에'를 떠올리는 분들 많을 겁니다.

층층으로 나뉜 원판들이 전선으로 연결돼있는 모습이, (지금 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샹들리에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렇게 불리는 건데요.

막상 현장에서는 유리창 너머로 2m 길이의 거대한 원통형 냉각장치가 덩그러니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원통 스테인리스 안에 들어있었는데, 초전도 방식 특성상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해서 아쉽게도 눈으로 직접 볼 순 없었습니다.

[앵커]
극저온 상태라 하면 절대 0도, 그러니까 영하 273도를 유지해야만 이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을 한다는 말씀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초전도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전자 회로에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방식인데, 초전도 현상은 특정 물질이 절대 0도, 영하 273도 근처까지 냉각돼야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연구 현장에서는 양자컴퓨터를 두고 냉장고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요.

관련해 전문가의 말, 짧게 들어보시죠.

[방정호 / 연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 교수 : 저온 상태를 잘 유지하고 외부의 어떤 신호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겁니다. 냉장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희는 냉장고라고 부릅니다. 실제로도.]

[앵커]
확실히 냉장고라고 하니까 더 잘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극저온상태를 유지해야 하면서도 또 부피까지 크다 보니까, 개발상의 어려움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기자]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양자성'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이름 그대로 양자역학의 특성을 기반으로 동시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양자가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즉 상호작용하는 '양자 얽힘' 상태를 기반으로 합니다.

온도 변화와 같은 아주 미세한 외부 자극만 발생해도 '양자 결 풀림' 효과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같은 오류를 해결하는 게 하드웨어 개발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앵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그렇다면 모든 종류의 양자컴퓨터가 다 극저온 상태에서만 작동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절대 0도, 영하 273도 하면서 '극저온'을 강조한 건 초전도 방식의 양자컴퓨터인 경우에만 해당하는 거고요.

애초에 양자컴퓨터 개발 방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아무래도 앞에서 계속해서 설명한 초전도 방식이 IBM, 구글, 인텔에서 쓰고 있고 또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된 방식이라 극저온이 강조되는 거고요.

이온트랩이나 중성원자 방식은 극저온이 아닌 낮은 온도 또는 상온에서 가동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이거나 큐비트 수를 늘리기가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초전도, 이온트랩, 중성원자 이 세 가지 방식을 놓고 봤을 때 연구 단계와 개발 속도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절대적으로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끝으로, 이제 국내에도 상용 양자컴퓨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다양한 산업들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데요.

[기자]
네, 사실 기존의 슈퍼컴퓨터도 충분히 빠르고 성능이 좋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컴퓨터나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전 알고리즘보다, 양자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때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이 원리적으로도 증명된 만큼 물류, 교통, 금융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의 낮은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련해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정재호 /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장 :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풀고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들을 발굴하는 데 있어서도 엄청난 향상이 이뤄질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약값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약 개발 산업의 생산성이 상당히 개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양자컴퓨팅 기술 덕분에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 곳곳의 모습이 확 바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박나연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나연 (pn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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