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엔 PET 플라스틱 분해 효소에 대해 이성규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PET 플라스틱이 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플라스틱은 1869년 최초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로 합성돼 사용해오고 있는데요.
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고 합성된 플라스틱이 PET 플라스틱입니다.
PET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약자인데요.
폴리는 중합, 즉 계속 이어져 있다는 뜻으로 PET는 에틸렌글리콜과 테레프탈산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흔히 생수병으로 쓰이는 페트병에서 페트가 PET를 뜻이고요.
이외에도 테이크아웃컵, 의류, 자동차의 매트, 안전벨트 등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바이오 촉매, 즉 효소를 찾은 건데요.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효소는 생명체가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인데요.
생명체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촉진한다고 해서 바이오 촉매라고도 부르죠.
플라스틱을 단백질인 효소가 분해한다고 하면 다소 낯선데요.
PET 플라스틱은 효소가 분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하나입니다.
[앵커]
PET는 효소가 분해하는 플라스틱 가운데 하나다. 이런 설명인데요. 궁금한 게 이렇게 PET를 분해하는 효소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지구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진화적으로 PET를 분해해서 자신의 주요 에너지로 사용하는 미생물들이 있어요.
많은 과학자가 미생물을 발굴해 미생물이 가진 단백질 정보를 분석했는데, 이런 단백질 정보에는 PET 분해 효소도 포함됐습니다.
PET 분해 효소 정보가 수만 건이 넘는데 이 가운데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PET 분해 효소를 찾아낸 겁니다.
[앵커]
수만 건의 효소 가운데 하나를 추려낸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기자]
수만 건의 효소를 일일이 실험으로 효능을 비교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니깐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연구진은 효소의 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 알고리즘으로 효소의 정보를 분석해 가장 효율이 큰 230여 개의 효소를 일차적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런 다음 230여 개 효소를 실험실에서 일일이 테스트해 최종 후보 1개의 효소를 선별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이런 방식으로 찾아낸 효소가 쿠부P라는 효소인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쿠부P에서 쿠부는 이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의 이름인데, 흥미롭게도 쿠부는 태국의 열대림에 서식하는 미생물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기자, 연구진이 발굴한 효소는 쿠부P인데요. 그러면 쿠부M12는 무엇인가요?
[기자]
쿠부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효소잖아요.
쿠부P가 실험실 수준에서 소량의 PET를 분해할 수는 있지만, 상용화하려면 아주 많은 양의 PET를 효과적으로 분해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좀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쿠부P를 상업화에 쓰기 위해 업그레이드한 것이 쿠부M12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어떤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쿠부P는 단백질이니깐 아미노산으로 구성됐잖아요.
쿠부P의 경우엔 아미노산 280개로 이뤄졌는데요.
단백질은 아미노산 1개만 바뀌어도 구조가 바뀌고 활성이 변해요.
바꿔 말하면 아미노산을 잘만 바꾸면 단백질의 성능을 확 개선할 수 있는 겁니다.
설명 듣고 이어가겠습니다.
[김경진 /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 일차적으로 선발한 쿠부P 단백질 효소의 입체 구조를 규명하고요. 입체 구조를 보다 보면 활성이라든가 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아미노산들이 치환됐으면 좋겠는지 예측을 합니다. M12이라는 것은 280개 가운데 12개 아미노산이 다른 아미노산으로 치환된 변이체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쿠부PM12라는 단백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러니깐 최종 효소인 쿠부M12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개량한 겁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아미노산 일부를 바꿔 단백질 효능을 개선했다는 건데요.
지난해 단백질 구조 디자인으로 데이비드 베커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잖아요.
만약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좀 더 빨리 구조 개선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좋은 질문인데요.
실제 연구진은 일부 인공지능과 유사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좀 더 빨리 개발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미생물이 만드는 플라스틱 분해 효소의 정보를 과학자들은 이미 확보했잖아요.
먼저 인공지능에 이 정보를 다 입력하고요.
열적 안정성을 높이려면 단백질의 어떤 부위에 어떤 아미노산 서열이 필요한지, 이런 것들을 인공지능에 계산하게 하는 거죠.
그러면 최적화한 결과를 좀 더 빨리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성능이 좋은 효소를 개발했다는 내용인데요. 플라스틱을 효소를 이용해 분해하면 어떤 점이 좋은 건가요?
[기자]
효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질 특이성입니다.
기질 특이성은 효소가 분해하려는 대상만을 선택적으로 분해한다는 뜻인데요.
그러니깐 연구진이 개발한 효소는 다른 것들이 섞여 있어도 PET 플라스틱만 분해합니다.
그래서 분해 과정에서 유해 인자가 전혀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고요.
반응물도 상대적으로 깨끗해 이를 재활용할 경우 재활용품의 품질도 우수하다는 설명입니다.
요즘 플라스틱 재활용이 이슈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영상편집 : 김영환
그래픽 : 백승민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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