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내던 CAR-T(카티) 치료제가 위암과 악성 뇌종양 등 일부 고형암에서도 효과를 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CAR-T 치료제란 무엇이며 어떤 암에서 효과를 낸 것인지, 이성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CAR-T 치료제가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에서도 효과를 낸다니 암 환자들에겐 아주 좋은 소식일 텐데요.
우선 이 치료제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CAR-T 치료제 이름부터 어렵죠.
CAR-T에서 CAR는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T는 T-세포를 의미합니다.
먼저 A, 안티젠은 우리 말로 항원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뜻합니다.
R, 리셉터는 우리 말로 수용체라고 하는데,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인 항원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말합니다.
C, 카이메릭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인 항원과 결합하는 수용체를 T-세포 표면에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에서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 표면에 CAR를 만들면 CAR가 암세포의 항원에 착 달라붙거든요.
결과적으로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네, 그러니깐 면역세포인 T-세포를 암세포와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것이 CAR-T라는 건데요. 이게 원래는 혈액암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CAR-T 치료제는 히스토리가 좀 있는데요.
지난 2010년 당시 5살이었던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았는데요.
당시 약으로는 병을 치료할 수 없어 거의 희망이 없는 상태였거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받은 치료가 당시 개발 중이었던 세포 치료제였어요.
에밀리는 개발 중이던 세포 치료제를 투여받고 병이 완치돼 현재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개발 중에 투여받았다는 의미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약을 투여받았다는 뜻입니다.
에밀리가 투여받았던 개발 중이던 세포 치료제가 바로 CAR-T 치료제입니다.
이후 미국 FDA는 2017년 CAR-T 치료제를 백혈병 치료제로 세계 최초로 승인했습니다.
이후 CAR-T 치료제가 백혈병에서 탁월한 효과를 내면서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기도 했죠.
백혈병처럼 혈액세포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암을 혈액암이라고 부르고요.
혈액암 이외 모든 암을 고형암이라고 부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혈액암에서 효과를 내던 CAR-T 치료제가 고형암에서는 그동안 별 효과를 내지 못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CAR-T 치료제가 효과를 내려면 암세포 표면에만 존재하는 항원이 뚜렷해야 하는데요.
그래야 이 항원을 표적으로 한 키메라 수용체를 만들어 착 달라붙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고형암은 혈액암과 달리 여러 종류의 항원이 섞여 있고요.
또 암세포에 있는 항원이 정상 세포에도 많아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항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앵커]
네,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이번에 CAR-T가 고형암에서 치료 효과를 낸 건, 구체적으로 어떤 암인가요?
[기자]
네, 위암과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등 2가지 암종입니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은 위암 세포 표면에만 발현하는 단백질 CLDN18.2를 표적 항원으로 지정해 이 항원과 결합하도록 CAR-T 치료제를 설계했습니다.
위암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을 지목해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는 정확성을 더 높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교모세포종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교모세포종의 경우엔 조금 다른 전략을 구사했는데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1개의 항원이 아니라 2개의 항원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깐 CAR를 2개 만들어 T-세포가 뇌종양 세포를 더 잘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CAR-T를 뇌척수액에 주입해 뇌종양에 직접 접근하도록 했는데요.
이러면 CAR-T 치료제가 뇌종양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줄고 가는 동안 길을 잃을 확률도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교모세포종과 위암에 대한 CAR-T 연구성과는 모두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임상 종양학회인 ASCO 에서 소개됐습니다.
미국 임상 종양학회는 세계 3대 암학회의 하나로 임상시험 단계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학회입니다.
앞서 에밀리 화이트헤드에게 투여했던 카티를 개발한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들 성과에 대해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AR-T 임상에서 처음으로 생존 이점을 입증한 역사적인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카티 치료제가 위암과 교모세포종 이외 다른 고형암에서도 치료 효과를 낼지 기대가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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