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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1열] '고사 직전' 기초연구 '부랴부랴' 예산 복원…생태계 회복할까?

2025년 07월 08일 오전 09:00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이후 과학계가 반발하자 올해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복원했다고 해명했는데요.

이 R&D 예산을 뜯어보니 지난해부터 폐지됐던 풀뿌리 기초연구 예산은 복원하지 않고, 지난 정부가 강조했던 특정 분야 예산만 대폭 늘었습니다.

이 문제를 저희가 연속 보도하자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에 기초연구 분야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취재한 이성규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기초과학 연구가 중요한데, 이 예산이 지난 정부에서 얼마나 삭감된 건가요?

[기자]
네,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 예산이 크게 삭감되면서, 특히 기초과학 연구 분야는 고사 직전까지 왔는데요.

수치를 그래프로 보여드리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지난 2023년 31조3천억 원에서 지난해 26조5천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일 년 만에 15% 이상 줄어든 거죠.

이렇게 연구개발 예산이 갑자기 대폭 삭감되면서 과학계 반발이 아주 거세게 일었는데요.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뒤늦게 올해 예산을 29조7천억 원까지 늘리며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R&D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면, 다행인 거 아닌가요?

[기자]
총액으로 보면 다행스럽지만, 실제 예산의 세부항목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풀뿌리 기초연구 예산은 1억 원 미만의 소액 연구과제인데요.

여러 명의 과학자의 다양한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기초연구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이 풀뿌리 기초연구 예산은 R&D 삭감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0원으로 편성됐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여전히 0원으로 편성된 겁니다.

[앵커]
아니, 정부가 R&D 예산을 복원했다고 해명했는데, 풀뿌리 연구 예산만 유독 0원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과기정통부는 풀뿌리 연구 대신 기초연구 분야 중견연구와 우수신진연구를 늘렸다는 입장입니다.

장기적으로 기초 연구를 지원하기보다는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건데요.

이 성과 문제가 중요한데요.

풀뿌리 연구는 1억 원 미만의 연구비로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는 거잖아요.

이게 성과가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공무원 조직 속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니 풀뿌리 연구과제는 우선순위가 아닌 겁니다.

관련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이덕환 / 서강대 명예교수 : 풀뿌리 기초연구라는 것이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반갑지 않은 사업이에요. 많은 사람에게 소액으로 나눠주는 연구지원 사업입니다. 그러니깐 언론에서 주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죠.]

[앵커]
네, 풀뿌리 연구 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0원으로 편성됐는데요. 특정 분야 예산은 오히려 늘었다고요?

[기자]
네, 바로 글로벌 연구협력 예산인데요.

글로벌 연구협력 예산은 지난해 1조8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4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4천억 원이 늘어난 2조2천억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글로벌 연구협력은 지난 정부에서 강조했던 분야이기도 한데요.

이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이 글로벌 연구협력을 약화시키면서, 사실상 예산을 낭비할 위험이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연구 협력이라는 것이 실질적인 연구를 지원하기보단 국제협력을 위한 예산이거든요.

이 때문에 정부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나 명분을 위해 보여주기식 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이런 문제를 저희가 연속보도하자 정부가 삭감된 기초연구 예산을 복원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정부는 폐지됐던 1억 원 미만의 풀뿌리 연구과제를 복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건데요.

사실상 기초연구계는 고사 직전이거든요.

기초연구계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아쉽게도 관련 예산은 이번 2차 추경에도 반영되지 못했죠.

정부는 또 기초연구진흥법을 전부 개정해 기초연구의 안정적인 투자를 명문화 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네, 정부가 늦었지만, 기초연구 예산을 복원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무너진 기초연구 생태계가 복원될지는 좀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과기정통부는 기초연구 예산 확충 등을 반영한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을 오는 8월까지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과학기술계는 정부의 예산 복원을 환영한다면서도, 기초연구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좀 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할지, 또 어떤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과제를 평가해 실제 기초연구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기술계는 예산 복원은 넘어 과기정통부가 미래 과학기술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기초연구 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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