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앵커]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번 더위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각종 기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김승배 본부장과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8일 서울 기온이 37도를 넘기면서 기상관측 이래 7월 상순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폭염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지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우리나라는 6·7·8월을 여름으로 보는데, 6월 21일 하지 때 북반구의 낮의 길이가 가장 깁니다. 그래서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가 가장 많을 때거든요. 또 태양의 고도가 겨울과 달리 높기 때문에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가 많습니다. 그로부터 대기가 데워지려면 시간 차가 있어서 한 달 반 정도, 그러면 6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가 우리나라가 가장 더운 때거든요.
그런데 올여름에는 좀 특이한 현상이 있는데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했고 일찍 끝났어요. 그 원인이 이제 이 더위를 가져온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확장과도 연관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한 3주 정도 장마가 빨리 (끝나게 된). 장마라고 하는 게 뭐냐 하면 구름이 끼고 비가 자주 내리는 게 장마인데, 이제 그런 게 없어졌어요. 그런 구름이 덮여 있지 않으니까 강한 햇볕을 쐬게 되고, 이게 불 때듯이 지금 연일 공기를 데우고 있거든요.
그래서 장마가 일찍 끝났고, 그런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일찍 북쪽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더위가 한 3주 정도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공기를 보면 중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덮여 있고, 그 위에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면 티베트로부터 확장한 티베트 고기압이 있거든요. 북태평양 고기압도 이불을 덮어 놓는 격인데, 티베트 고기압이 또 하나의 이불을 덮어놓은 격이에요. 그래서 상층까지 뜨거운 공기 속에 우리나라가 갇혀 있는, 소위 말하는 '열돔'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말씀하신 대로 보통 장마가 7월 중순에서 하순까지는 이어져야 하는데 올해 남부 지방은 예년보다 일찍 끝났고, 이례적으로 짧아진 장마 기간이 이번 폭염과 연관이 있을까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그렇습니다. 그 장마가 빨리 끝난 원인으로 폭염이 빨리 시작된 거죠. 제주에서 6월 12일부터 장마가 시작해서 6월 26일에 끝났거든요. 그러니까 장마가 6월 하순경, 대략 20일부터 시작해서 7월 20일에서 25일까지. 약 한 달간 지속이 돼야 되는데, 이게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났기 때문에 대략 한 3주 정도 이 한반도가 더운 공기에 더 놓이게 된 거죠.
그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서울은 오늘(10일) 기준 열대야가 11일째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강릉 아침 최저 기온이 30.7도를 기록했는데, 밤 기온이 30도를 넘는다는 얘기는 밤에 잠들기 힘들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번 주 들어서 동풍이 불면서 다시 서쪽이 더워지고, 급기야 7월 상순 기온을 막 깼거든요.
서울이 37.8도까지 올라갔는데 서울 관측 사상 7월 상순 기온으로 가장 높습니다. 서울의 가장 높은 기온은 39.7도입니다. 2018년 8월 1일. 역시 8월 상순이잖아요. 그런데 이 7월 상순에 37.8도까지 올라가는 이례적인 폭염을 지금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 원래 가장 더운 여름이 지금 앞으로 남아 있거든요. 빨리 시작했으니까 폭염이 빨리 끝나냐, 그게 아니라 앞에 붙은 만큼 더 길어진 거죠. 지금 그게 문제입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요즘 한반도의 기온을 기후를 분석해 보자면 폭염과 폭우를 반복하는 아열대성 기후인 것 같은데, 이렇게 기후가 변화한 주요 원인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 지방 정도는 아열대 기후에 해당되는 기온을 보이고 있는데, 동남아 가면 해가 이렇게 아침에 뜨게 되면 이제 이글이글 공기를 데웁니다. 그러면 지면 부근에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을 하게 되고, 이 높이 올라간 공기가 냉각돼서 소나기 구름을 만들고. 어김없이 한 오후쯤 되면 쏟아지는 게 폭우가 쏟아지는 게 우리가 말하는 '스콜'인데, 우리나라가 이제 동남아처럼 기온이 높아지니까 그런 현상이 이제 반복될 수가 있거든요.
원래 우리나라 여름철에 내리는 비의 특징이 소낙성 강수였는데 강한 소나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기상학적인 조건이 더 많아진 거죠. 그게 이제 매년 여름에 반복되는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늘어나고, 또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폭우 일수가 늘어나고. 태풍이 한반도까지 왔으면 태풍 입장에서는 상당히 차가운 지역인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공기가 뜨거우니까 태풍에 힘을 잃지 않고 우리나라까지 강한 힘을 가지고 올 수가 있고, 이게 우리나라 여름철 기후 변화 패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금 전에 말씀해 주셨지만 폭염이 일찍 시작했다고 그래서 일찍 끝나느냐 하면 또 그것도 짐작할 수 없고,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럼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상을 하시나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네, 절기상 많은 분이 기억하고 있을 텐데 8월 23일이 처서입니다. 지난 7월 7일 소서, 그다음에 7월 23일이 대서. 여름을 나타내는 절기죠. 그다음에 8월 초에 가면 입추가 있어요. 가을이 온다는 얘기인데, 아직은 우리나라가 그때도 여름 속에 있거든요.
8월 23일 처서가 되면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데, 작년을 돌이켜 보면 9월 추석 때까지도 굉장히 더웠거든요. 왜 그러냐 하면 이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거든요. 그로 인해서 한반도 주변 북태평양·인도양·대서양 전 지구를 70% 덮고 있는 이 바닷물의 온도가 따뜻해졌어요. 바다로부터 많은 양의 수증기가 대기로 방출되고, 그래서 이 폭염이 빨리 나타난 것들은 필리핀 북쪽, 우리나라 제주도 밑쪽, 서태평양 또는 북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무려 3 내지 한 5도가량이 높거든요.
이렇게 높은 바닷물로 인해서 그 위에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기온도 더 높아지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 온난화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매년 기온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올여름보다는 또 내년 여름이 더 더워질 것이고, 매년 기온의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우리가 이제 이런 폭염 속에서 살아야 되는, 그런 기후 변화 속에서 견뎌야 하는 상태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올해 이렇게 기록적인 폭염이 닥치면서 야외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고, 얼마 전에는 산행하던 등산객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는데 폭염 속 야외 활동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태풍·지진 등 이런 재난으로 분류되는 게 있는데 폭염은 재난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지구 온난화로 여름 기온이 높아지니까 이제 폭염 자체도 재난으로 포함이 됐습니다.
자, 2003년 유럽의 극심한 폭염 때 약 5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합니다. 그만큼 노약자와 취약계층은 폭염에 노출되면 위험한데, 우리 체온보다 높아지는 게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온열 질환으로 인한 환자가 8일 통계 기준으로 1,229명이 발생을 했다고 해요. 그중에 9명이 사망을 했습니다. 작년보다 벌써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 이런 폭염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 인체가 열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런데요. 그러한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낮 1시부터 5시 사이가 가장 더운데 불필요한 외출, 그때 운동을 하거나 이러면 안 되죠.
그러나 부득이하게 일을 해야죠. 시골 농사, 건설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데 건설 현장에서는 그러한 대책이 중요할 겁니다. 적어도 2시간에 한 번씩은 작업자들을 20분 정도 쉬게 해 준다거나. 이런 휴식을 보장해야 하고, 얼음 조끼를 지급한다거나 이렇게 몸을 덥지 않게 하는 그런 대책이 각별하게 필요합니다. 그런 건설 현장에서 사망자도 생기고.
이렇게 더울 때 등산은 아주 위험합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열을 내는 거기 때문에 더 위험하죠. 그래서 그런 면에서 온열 질환 대책에 각별하게 신경 써야 됩니다. 온열 질환은 자기가 관리만 잘하면 아까 말한 그런 일사병·열사병 이런 것들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정부는 각별히 취약계층, 전기세가 없어서 또는 냉방기, 에어컨이 없어서 열을 식히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되는 때입니다.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렇습니다.
[앵커]
지금 온열 질환에 대한 예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는데, 온열 질환이라는 게 이제 어떤 증상이 닥쳤을 때 본인이 위험한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기가 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증상들이 나타납니까?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온열 질환'이라 하면 열로 인해서 발생하는 병인데요. 일사병, 강한 햇빛 속에서 예를 들면 운동장에 오래 서 있다거나 하면 쓰러지죠. 열사병은 그런 햇빛은 아닌데, 일사는 아닌데 습식 사우나같이. 그러니까 비가 온다거나, 습도가 높을 때 유난히 덥다거나 그러면 열사병. 의식을 잃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몽롱하고. 이런 증상들이 온열 질환의 전조증상입니다.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으면 빨리 우선 시원하게끔 하고, 너무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다거나 이러면 안 되고, 즉시 그 의식을 잃은 분한테는 물을 먹이면 안 됩니다. 기도가 막힐 수가 있으니까. 의식을 잃은 분한테는 아무것도, 음식을 섭취하게 하면 안 되고요. 빨리 119에 신고를. 우선 서늘한 상태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119에 신고를 해서 대처해야 하는데 나 홀로 시골에서 작업을 한다거나, 이러면 쓰러졌을 때 누가 옆에 부축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서 혼자 나 홀로 농사일을 하면 안 되고요. 또 이 극심한 때를 피해서 해가 진 뒤에 저녁때 일하는 어떠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기현 (risewi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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