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순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앵커]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는 모기의 산란장소가 돼 모기 수를 급격히 증가시켜 말라리아와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의 발생 위험이 커지는데요.
실제 질병관리청은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폭우와 폭염 뒤 찾아오는 감염병,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 여름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실상 모기가 많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최근 폭우가 빈번해지면서 모기가 급증한 것 같아요?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예. 사실은 모기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동물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사람을 제일 많이 죽이는 동물이 사실은 모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하여 모기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또 오래가는 아열대성 기후로 특성이 변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7월에는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하여 모기 개체 수가 굉장히 많이 줄었습니다. 모기는 물웅덩이나 아주 작은 물에서라도 산란하므로 모기 개체가 늘어나는 것인데, 폭우로 인하여 완전히 다 쓸려 가서 줄었다가 다시 모기 개체 수가 늘어나는 8월부터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 올해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폭우 때문에 흐르는 물에는 모기 알이 다 쓸려 내려갔다가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거기서 이제 모기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거죠.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그렇죠. 이제 다시 가을 모기가 더 많아지는 좀 특이한 현상이 올해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모기에 물려 걸리는 감염병, 이른바 모기 매개 감염병에는 어떤 것이 있는 건지요?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말라리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가 있죠. 주로 '얼룩날개모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특히 말라리아 매개체로 알려졌고, 또 일본뇌염의 경우에는 '집모기'. 특히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서 걸리게 됩니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뎅기열이라든지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 황열 같은 것들이 모기들에 의해서 매개되는 감염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기의 종류는 약간씩 다를 수가 있습니다. 집모기도 있고, 이집트숲모기라는 것도 있고, 얼룩날개모기라는 것도 있는데요.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서 대부분 그 질병이 유행하게 되어 있죠.
현재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면서 우리나라 남부나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흰줄숲모기라는 것이 서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흰줄숲모기'는 이집트숲모기와 같이 뎅기열이라든지 황열이라든지 지카 같은 바이러스를 매개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흰줄숲모기에는 이 바이러스가 아직 없지만. 즉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뎅기열이라든지 치쿤구니야 같은 것은 아직은 없고.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돼서 2차 감염이 되는 경우는 있지만, 앞으로 이 흰줄숲모기가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질병들이 생길 수 있는. 얼마 가지 않아서 그런 질병들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분명히 있어서 전국적으로 모니터링을 잘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 있어서 아직 우리나라에서 모기가 그것을 매개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발견된다면 모기가 새들을 통해서 사람들한테 적극적으로 감염시키기 때문에 이 부분도 모니터링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 즉 환경에 이런 질병을 가진 모기들이 있느냐 하는 것들의 모니터링이 중요한 시기라고 보겠습니다.
[앵커]
지금 모기의 여러 종을 말씀해 주셨는데,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종이 최근 들어서 생긴 건가요?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그렇죠.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의 흰줄숲모기라는 것이 없었는데, 또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곤충의 분포도 많이 바뀌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이 확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말라리아도 모기 매개 감염병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최근 질병청이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말라리아가 얼마나 위험한 감염병인가요?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인데, 사실은 예방약도 있고 치료제도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잘 듣지 않고요. 특히 우리나라 휴전선 접경 지역에서는 말라리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시기여서 이 부근에 대해서 아마 경보를 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국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위험 지역에 갈 때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팔이나 긴 바지, 모기 기피제, 또 밤에 잠잘 때는 방충망이나 모기장 안에서 자는 것이 굉장히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요. 가능한 한 모기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는 여러 가지 철저한 방법들을 써야 하고. 특히 모기는 야간에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야간 활동을 할 때는 우리가 표면에 드러나는 모든 피부에 기피제를 바르고서 외출을 해야 하겠습니다.
[앵커]
폭우로 상하수도 시설이 범람하거나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 장티푸스와 세균성 이질과 같은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잖아요.
혹시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일단 뭐 그렇게 흔한 병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생 상태가 좋아서 이 장티푸스 같은 질병이 크게 유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감염되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 이 살모넬라 타이피라는 세균에 의해서 감염되는 장티푸스는 열성 질환입니다. 일단 잠복기는 한 1~3주 정도 되고요. 처음에는 미열, 두통, 전신 권태감, 근육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병이 진행될수록 고열이 나는 상황이고, 다른 사람한테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고요. 항생제는 잘 듣기 때문에 치료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없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2~3주간 항생제 복용을 해야 하고요.
특히 세균성 이질이라고 알려져 있는 시겔라에 의해서 감염되는 이 세균성 질환은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수천 명씩 발생했었는데, 최근에는 1년에 한 100명 정도 발생하는. 또 항생제가 잘 듣는 병이기 때문에 특히나 몸이 약한 5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이 아닌 한 사망 위험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것도 치명률이 있는 질병이라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민족적인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질에 걸려서 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에 일본은 소아 혹은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질에 의해서 사망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이질은 수인성 전염병이기 때문에 우리가 손을 깨끗이 씻고 항상 살균된, 가열된 물을 마시고. 또 식품은 가열 조리가 잘 된 그런 식품만을 섭취해야만 이질이나 이런 살모넬라 감염으로부터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그러니까 폭우 이후 침수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만약 고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런 점들을 좀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그렇죠. 의심하고. 만약에 집에서 치료한다면 예후가 좋지 않고 또 장시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셔서 항생제 치료를 받게 되면 예후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대구에서는 올해 첫 혈소판감소증후군 사망자가 발생해 당국이 역학조사에 착수했는데요. 다소 이름도 어려운데, 어떤 질환인가요?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SFTS,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즉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이라고 해서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병인데,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출혈이 생길 수 있고 또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에서만 발생하는 특이한 질병인데요. 65세 이상의 노인들에서 사망 케이스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질병인데요. 처음에는 진드기에 물린 다음에 6~14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 또는 식욕부진,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기 때문에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잇몸에 출혈이 생길 수가 있고요. 위, 장, 간에서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진단을 할 때는 혈소판 감소, 백혈구 감소 등을 갖고 진단할 수가 있는데 확진을 하는 과정에서는 혈액 중에 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가를 PCR 같은 방법으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 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은 해열제라든지 또는 수액 공급 등을 통한 대증적인 치료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고요. 심한 경우 수혈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예우가 좋을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사망하는 케이스가 몇 명씩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앵커]
조금 전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만 유행한다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러면 예방 백신 같은 건 없습니까?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아직 예방 백신은 개발되어 있지 않고요. 우리나라에서 이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것도 숲속에 갔을 때 진드기에 물리는 경우이기 때문에 모기와 마찬가지로 기피제를 바르고, 잔디에 앉을 때도 꼭 자리를 깔고서 앉아야 하고요. 기피제 등 모기와 비슷한 상황의 예방 방법이 있을 수가 있고요. 또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부풀어 올라서 열이 동반하게 되면 일단 병원에 방문하셔서 이것이 SFTS가 아닐지 꼭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이제 코로나 이야기를 좀 해볼 텐데 코로나 입원 환자가 6주째 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백 순 영 /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일단 사람들의 경각심이 많이 없어져서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 자체도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만 보더라도 지금 8월 중순까지 6주 이상 입원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인데요. 사실은 사망자 수라든지 이런 것들은 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또 작년과 비교하면 작년에 비해서는 한 10분의 1 정도로 숫자는 줄어든 상황이지만 아직도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코로나19 감염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방 백신을 꼭 접종 받으시는 것을 권해 드리고 싶은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은 jn 1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고 있고요.
올 10월 초쯤 되면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에서 백신이 도입될 예정이고. 이것은 LP 8.1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으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NB 1.8.1이 바이러스와 상당히 비슷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지금 접종을 받는다면 지난번에 유행하던 바이러스들에 대한 접종을 받는 것이지만, 10월 초부터 접종을 받는다면 감염을 좀 더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접종을 받으시면 한 2주 정도 후에는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 받으셔도 좋지만, 10월 초에 들어오는 백신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가 있고요. 특히 중요한 것은 일단 감염이 의심되면 진단을 통해서 코로나19인지 아닌지를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꼭 확인하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는 특히 65세 이상에서 치명률이 높은데 진단 확진 후 바로 치료제를 복용하시게 되면 치명률을 거의 제로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는 꼭 진단을 받으시고 치료제도 처방 받으시기를 권고드리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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