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한반도는 기후위기의 경고를 연달아 체감해야 했습니다.
초대형 산불을 시작으로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찾아왔고, 겨울 초입에는 기습 폭설까지 이어졌습니다.
본격적인 기후재난시대에 들어섰다는 게 공통된 분석입니다.
김민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월, 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건 꽃소식이 아닌 불길이었습니다.
사상 처음 경험한 초대형 산불은 강풍을 타고 뛰는 속도보다 빠르게 번졌고, 산을 넘어 도시까지 집어삼켰습니다.
여름에는 극과 극으로 치닫는 기후가 한반도를 뒤흔들었습니다.
강릉과 동해안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심한 돌발 가뭄에 시달렸고,
호남과 영남 등 전국 곳곳에서는 하늘이 무너진 듯한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같은 계절, 정반대의 재난이 동시에 나타난 겁니다.
폭염과 열대야는 밤낮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지반이 약해진 산지에서는 산사태가 잇따랐습니다.
늦더위와 이른 추위가 겹치며 가을은 점점 짧아졌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겨울 초입부터 기습 폭설과 한파가 되풀이됐습니다.
[이미선 / 기상청장 : (올해는) 각종 기록을 경신하고 폭염과 집중호우, 극심한 기상 가뭄 등 강하고 독해진 복합 기후재난, 다양한 위험 기상으로 기후위기의 단면을 볼 수 있는 해였습니다.]
정부는 5년 만에 낸 올해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에서 한반도가 이미 기후재난시대에 들어섰다고 명시했습니다.
기온과 수온 등 기후 변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고, 극한 강수와 폭염, 초강력 태풍과 산불 위험은 앞으로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윤진호 / 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 이제는 재난이 시간 여유를 주지 않고 바로바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산불 다음에 폭우, 산사태까지 이렇게 한꺼번에 연결이 되는 복합재난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우리가 겪게 될 새로운 기후가 아닐까 짐작을 하게 하고요.]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지구 평균을 넘어섰고, 증가 폭도 더 큽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한반도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YTN 김민경입니다.
영상기자 : 곽영주, 진형욱
디자인 : 권향화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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