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앵커]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신임 권오남 회장이 취임했는데요.
권 회장과 함께 과총의 비전과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시죠.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2대 회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취임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취임식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604개 단체,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표해야 한다는 무게감이 컸기 때문인데요. 동시에 이 자리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도 함께 느꼈습니다.
그런데 취임식 당일, 대학원생 한 명이 조용히 다가와 물었습니다. '교수님, 저 계속 연구해도 될까요?'라고요. 능력도 열정도 있는 학생이 그런 말을 해야 하는 현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가 과총에서 해야 할 일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연구자들의 그 절박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과총 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연소', '여성', '현직 교수 출신'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를 둘러싼 수식어인데요. 우리 과학기술계가 얼마나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받아들입니다. 저 혼자 특별한 사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저를 시작으로 우리 과학기술계에 다양성이 당연한 상식이 되길 바랍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목소리가 하나로 울리는 과총을 만들기 위해, 3년 동안 현장에서 발로 뛰겠습니다.
[앵커]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을 정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회장님께서는 취임사에서 "'스케일 업'을 통해 과총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이신가요?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스케일 업, 쉽게 말씀드리면 '과총의 수준과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니라, 과총이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에서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틀을 바꾸겠다는 것인데요.
2024년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31조 원에서 4조 이상이 삭감됐습니다.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거기에 의대 쏠림 현상까지 겹쳤습니다. 의대 쏠림의 뿌리는 결국 '이공계 연구자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공계 연구자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그 정책을 만드는 데 과총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스케일 업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과학기술 정책이 정치 논리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과학적 근거로 결정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부터 주요 학문 분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분야까지 각 단체장님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이공계 연구자의 경력, 경로와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 로드맵 수립을 관계부처에 강력히 건의하는 것, 그것이 저의 첫 번째 약속입니다.
[앵커]
결국에는 예산 삭감이나 의대 쏠림 같은 현안들을 현장의 목소리로 돌파하시겠다는 건데, 이번 인사를 보면 구성원에 큰 변화를 주셨더라고요. 여성 임원 비율을 25%, 그리고 4050 세대 비중을 40%로 끌어올렸는데, 이런 파격적인 인적쇄신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겁니까?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네,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임원진 개편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키워드가 바로 '다양성'입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숫자를 맞추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 과학기술계의 '실력과 성과'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의 보고서를 보면, 성별 다양성이 높은 조직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성과가 무려 39%나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과학기술계 조직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양성이 단순히 '보기 좋은 가치'가 아니라, 조직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라는 뜻이죠.
우리 과총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여성 과학자들의 다양한 전문성과 4050 세대의 젊은 현장감이 결합할 때, 훨씬 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과총이 앞장서서 다양한 목소리가 실제 정책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그 에너지를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습니다.
[앵커]
다양성이 곧 조직의 실력이자 혁신의 필수 조건이라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조직의 혁신을 위해서는 내부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전 회장 시절, 업무추진비와 국외 출장 여비 유용 등의 비위 행위가 적발돼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 청렴하고 투명한 운영에 대한 비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저의 비전은 분명합니다. '보여주는 투명성'이 아니라 구조로 작동하는 투명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임기 초에 바꾸려고 합니다.
첫째, 재정 운영 내역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겠습니다. 둘째,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감사 체계를 도입하고, 감사 결과를 회원단체와 국민에게 연 1회 공개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구조가 제 임기가 끝난 뒤에도 반드시 이어지도록 정관에 명시하겠습니다.
저는 수학자인데요. 수학에서는 풀이 과정이 틀리면 답이 맞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총은 500만 과학기술인의 자부심이 담긴 조직입니다. 회장인 제가 먼저 윤리와 책임의 기준을 세우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3년 뒤 임기를 마칠 때, 투명성에 단 한 번도 물음표가 붙지 않는 것. 그게 제가 스스로에게 거는 가장 엄격한 기준입니다.
[앵커]
이렇게 조직을 정비하시는 이유도 결국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시는 것 같은데요. 연구 현장이 정말 열악한 것 같습니다. 취임사에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연구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고,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치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특히 미래세대인 젊은 연구자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지금 연구 현장은 단순히 어렵다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연구를 계속해도 될까'하는 존립의 불안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래를 책임질 젊은 연구자들이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요. 도전하고 싶어도 실패의 부담이 너무 큰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연구의 예측 가능성을 되찾는 일입니다. 연구는 단거리 승부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과정입니다. 당장 성과가 없어도 기다려주는 투자, 즉 인내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연구자가 오롯이 연구와 탐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한, 젊은 연구자들이 지원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총에 여러 상설위원회가 있는데요. 주요 상설위원회에 청년 연구자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이들의 의견이 정책 건의문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절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결국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젊은 과학자들이 불안을 견디는 대신 자부심을 갖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과총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최근에 가장 뜨거운 화두 역시 인공지능 아니겠습니까?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웠는데, 우리가 인공지능 분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전 세계는 전례 없는 AI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목표, 저도 적극 지지합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컴퓨팅 인프라의 과감한 확충입니다. 연구자와 기업 모두 비용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최고 수준의 인재 확보입니다. 인재가 모이고 머물 수 있는 환경과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인데요. 우리나라는 제조와 의료처럼 강점이 분명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활용을 막아온 규제 장벽을 과총이 직접 검토해 개선을 건의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출 기반이 충분합니다. 과총은 그 조건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604개 회원단체의 전문성을 모아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앵커]
인프라와 인재, 규제 혁신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과학기술력이 곧 국가 안보인 시대입니다. 과총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끝으로 6백여 개 회원단체와 500만 과학기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포부와 비전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네, 감사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많은 과학기술인들에게 과총은 조금 멀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거리감을 꼭 없애고 싶습니다. 3년 뒤 임기를 마칠 때, 현장의 연구자들이 "과총을 통해 내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었다"고 체감하는 것, 그것이 제가 만들고 싶은 가장 큰 변화입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과총이 먼저 달라져야 하는데요. 현장의 목소리가 과총을 통해 정책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겠습니다. 과총이 그 통로가 될 때, 비로소 과학기술인들도 과총을 자신의 조직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는 혼자 빨리 가는 리더십보다, 함께 멀리 가는 리더십을 지향합니다. 500만 과학기술인과 함께 호흡하고 뛰면서, 과총이 우리 과학기술계의 자긍심이 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떠받치는 튼튼한 기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인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는 나라, 그 변화를 과총이 이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는 그날을 저희도 함께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권오남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권 오 남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기현 (risewi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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