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거 자연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 헤매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후보 물질을 설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어떤 원리로 이런 기술이 가능한지, 그리고 우려할 점은 없는지 취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최소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1]
요즘 AI 덕분에 세상에 없던 신약 후보 물질이 쏟아지고 있다고요?
[답변 1]
네, 그렇습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른바 '드 노보 단백질'이 화두입니다.
'드 노보'는 라틴어로 '신규'라는 뜻인데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백지상태에서 인공적으로 설계된 단백질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유용한 단백질을 자연에서 우연히 발견하거나, 동물에게 병원체를 주사해서 항체가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방식을 썼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원하는 기능이 정확히 나올 확률이 굉장히 희박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로 단백질을 설계하기 시작했고요,
최근에는 AI가 도입되면서 설계 속도와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최근 3년 안에 관련 성과가 그야말로 쏟아졌고, 실제로 신약 개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질문 2]
예전에 오래 걸렸던 과정을 AI가 순식간에 해낸다는 거군요. 도대체 어떤 원리길래 이렇게 뚝딱 만들어내는 건가요?
[답변 2]
먼저, 단백질의 기본 구조를 알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단백질은 스무 종류의 아미노산이 여러 개 연결된 '사슬' 형태입니다.
이 사슬이 마치 종이접기처럼 '접히면서' 단백질의 구조와 그에 따른 기능이 결정됩니다.
아미노산 개수가 늘어날수록 접히는 경우의 수도 천문학적으로 많아져서 슈퍼컴퓨터로도 계산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AI가 기존 단백질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아미노산이 어떻게 접히는지 그 패턴을 깨우친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를 역이용해서, 우리가 원하는 모양과 기능을 입력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아미노산 배열을 역산해서 단숨에 내놓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붙지 않게 해달라던지, 이런 복잡한 조건을 넣어도 그에 맞는 맞춤형 설계도를 내놓는 겁니다.
[질문 3]
그렇게 AI가 컴퓨터 상에서 설계한 대로 실제 실험을 해보면, 정말 예측대로 단백질이 나오나요?
[답변 3]
네, 놀랍게도 정확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일단, 설계도에 나온 아미노산 각각에 상응하는 DNA 조각을 합성하면 되는데요,
DNA 합성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서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금방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걸 살아있는 세포 안에 집어 넣어주면 세포가 마치 미니 공장처럼 작동해서 설계도에 맞는 단백질을 생산해 내고, 연구진은 이를 정제하면 되는 겁니다.
현존 AI 모델의 적중률을 보면, 하나의 표적을 주고, 여기 결합하는 단백질 100개를 설계하라고 했더니 이 가운데 열 개, 많게는 아흔 개까지도 표적에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아직은 쉬운 표적을 대상으로 하는 초기 단계지만,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 석차옥 / 서울대 화학부 교수 : 지금은 좀 쉬운 표적에 대해서 하고 있어요.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그 쉬운이라고 하는 건 지금 봐서는 쉽지만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거고요. 항체가 결합해도 구조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는 (겁니다.) 남은 건 구조가 맞물리면서 서로 변하는 복잡한 경우,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인 실험실에서 발굴하기 어려웠던 종류도 거의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단계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질문 4]
국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요?
[답변 4]
그렇습니다.
단백질 설계 AI 가운데 널리 쓰이는 RF 디퓨전을 이용해서 최근에 포항공대 연구팀은 '단백질 나노 주머니'를 만들었는데요.
그동안은 나노 주머니를 만들 때 대칭적인 구형으로 만들었지만, AI를 이용해서 비대칭 구조를 구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주머니 크기가 5배나 커졌습니다.
이 방법은 세계에서 최초로 성공한 거여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단백질 설계 AI도 있는데, 서울대 연구팀의 갤럭스입니다.
단백질 가운데서도 특히 항체를 설계하는 기술에 특화된 모델인데, 전 세계 다섯 손가락에 꼽는 기술입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이 모델로 항암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실제 제약사와 항암제 공동개발에 나섰습니다.
내년에 임상시험에 진입하겠다는 게 목표인데, 전통적인 방법으론 상상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입니다.
[질문 5]
AI 덕분에 신약 개발의 판도가 완전히 바뀐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답변 5]
일단 후보물질 '탐색' 과정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기존에는 여러 후보물질을 어렵게 찾고, 그러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해서 수십 년이 걸리고 수 조원씩 들었는데요,
이제는 질병의 원인만 파악되면, AI에게 "여기에 딱 달라붙어서 기능을 무력화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후보물질 '탐색' 기간이 단 몇 달, 심지어 며칠로 단축되는 겁니다.
물론 그다음 임상 시험은 똑같이 거쳐야 하고, 여기서 여전히 수년씩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서 단숨에 신약들이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상민 /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 : 원하는 효능을 갖는 물질을 찾아내는 건 분명히 빨라진 건 사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임상으로 넘어가서 독성 문제도 해결돼야 되고 그런 부분은 아직 AI 모델이 어느 정도 발전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만 완전하게 예측하는 모델이 나오지는 않았거든요.]
[질문 6]
그래도 수년씩 걸리는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데 희망적이네요.
그런데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AI에게 독극물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생물학 무기가 되는 것 아닙니까?
[답변 6]
네, 과학계도 그 위험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악의를 품은 과학자가 생화학 무기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 안보 전문가들이 AI 챗봇의 위험성을 점검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특정 병원체가 약물에 내성을 갖게 만드는 법'이나 '항암제를 독성 물질로 바꾸는 법'을 물었더니 AI가 답변을 내놓은 겁니다.
심지어 '대규모 피해를 입힐 공격 계획'까지 세워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업들도 자체적인 '안전장치'를 걸어두고는 있습니다.
위험한 질문에 대해서는 AI가 답변을 거부하도록 설정한 건데요.
문제는 교묘하게 질문의 맥락을 바꿔 검열을 피하는 이른바 '탈옥' 기법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AI가 악의적인 맥락을 인식해서 스스로 거부하고 이를 관리자에게 보고하게 하거나 AI 훈련 데이터에서 애초에 위험한 정보를 지워버리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조차 안전 조치를 완벽히 구현하는 건 기술적으로 까다롭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테러 단체 등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AI 기술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도록 하거나 믿을만한 소수에게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실제 일부 기업은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동전의 양면 같은 기술이군요.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최소라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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