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앵커]
인간이 존재하면서부터 수없이 바라보고 수만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킨 게 바로 보석같이 밤하늘을 수놓는 별이겠죠.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제 별과 우주는 더 이상 관념 속에만 머물지 않고, 하나둘씩 그 아름다운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사이언스투데이는 '별소리 다 듣겠네!'라는 새 코너로 우주와 천문에 대한 모든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청자 여러분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별소리 다 듣겠네!'는 월요일 격주로 여러분과 만날 텐데요, 오늘은 첫 순서로 미지의 천체 '블랙홀'의 이야기를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별소리 들으러 함께 가 보실까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안녕하세요. '별소리 다 듣겠네!' 첫 편에 별소리를 전해드리게 된 손봉원입니다. 여러분! 블랙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 또는 SF영화 속 몇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커서 물질이 그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함몰되어 질량 외에는 대부분 물질의 특징이 사라진 (물질 또는) 천체를 말합니다. 천문학자들은 2019년 4월 사상 최초로 블랙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5월에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 블랙홀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상상하고 그린 모습과 많이 닮아 많은 분들이 놀랐죠.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의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입니다. 우리가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이유는 지구가 중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중력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천체가 ‘블랙홀’입니다. 우주에는 아주 가벼운 블랙홀부터 태양보다 10억 배 무거운 블랙홀까지 다양한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앵커]
블랙홀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블랙홀이 아니겠죠. 블랙홀은 빛도 끌어당기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가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고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이 맞습니다. 블랙홀 자체는. 그렇지만 블랙홀은 물질을 끌어당길 때 아주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어있습니다. 마치 지구에 운석이나 인공위성이 떨어질 때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블랙홀이 그 주변에서 강렬하게 빛을 내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블랙홀과 블랙홀 주변의 사건지평선 그리고 블랙홀의 그림자를 그 빛의 배경으로 우리가 볼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블랙홀은 어떤 장비로 관측해야 하나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이런 관측을 위해선 거대한 관측 장비가 필요합니다. 지구촌 전파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 8기를 연결하여 지구 크기만 한 거대 망원경을 활용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EHT, Event Horizon Telescope, 한국어로 사건지평선 망원경입니다. 그러니까 EHT는 우리가 만든 가상의 망원경 이름이기도 하고, 이를 활용해 연구하는 국제협력 연구단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80여 개 기관의 300여 명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협력 연구팀은 전 세계 8기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동시에 블랙홀을 관측했습니다. 천체로부터 오는 신호를 각각 정밀하게 기록하고, 이를 모두 모아서 슈퍼컴퓨터로 합성해 영상을 얻은 것입니다.
그 정밀도는 무려 달 표면에 놓은 도넛을 촬영하는 정도입니다!
[앵커]
합성이라면 우리가 본 블랙홀 사진이 다 합성인 건가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합성이라는 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고요. 카메라의 원리나 광학적 원리와 똑같은데 그 처리 과정을 슈퍼컴퓨터를 이용을 해서 처리를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앵커]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블랙홀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사실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핵심이기도 한데요. 큰 블랙홀에 빠지게 될 경우에는 우리가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본 것처럼 시간이 천천히 가면서 우리의 모습을 대부분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바깥에서 보는 관찰자가 보기에는 블랙홀 표면 가까이에 가서 그러니까 사건지평선에 다가가면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물론 작은 블랙홀이면 조금 달라집니다. 사건지평선 근처에 가면 시간이 멈추는 건 마찬가지인데 블랙홀에 다가가면서 중력의 차이가 워낙 커지기 때문에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블랙홀 주변에 문질러놓은 것처럼 망가져서 블랙홀 주변을 감싸게 돼서 마지막 순간에 특이점까지 떨어지는 일을 다 망가진 상태로 겪게 되겠죠.
[앵커]
그렇다면 블랙홀의 반대! 화이트홀은 없는 건가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이는 것의 정반대 성질을 가진 것을 화이트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주에서 물질을 아주 밝게 강력하게 방출하고 있는 그리고 이제 공간이 확장되는 영역이 관측되어야겠죠. 그래서 아마도 우리 우주에 실제로 그런 화이트홀이 존재했다면 우리가 쉽게 관측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아직 관측이 안 된 거로 봐서 우리 우주에는 화이트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블랙홀도 우리가 한때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대답하기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블랙홀 연구가 왜 중요한가요?!
[손봉원 / 전파천문학자]
블랙홀은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블랙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주 대폭발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원시블랙홀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초대질량블랙홀은 은하와 동반성장 한 것이 확실한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이해하는 것은 아직 인류에게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동반성장 과정에서 별과 행성의 탄생을 돕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한 것 같은데,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동반 성장 과정에서 블랙홀은 강력하게 빛을 내는데, 이렇게 우주 저 멀리에서 밝게 빛나는 블랙홀을 퀘이사라고 합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 블랙홀들이 우주와 지구에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기술이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때 상상 속의 천체였으며, 아인슈타인도 그 존재를 부정했던, 블랙홀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다음엔 무엇을 보게 될지, 어떤 기술이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지 저도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다음 블랙홀의 얼굴을 함께 기대해주시기 바라며, 이상 별소리를 마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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