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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우주에서 인공장기·신약 생산...우주의학 연구 활발

2022년 06월 27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지난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주 산업은 엔진 등 발사체 기술이나 위성을 개발하는 분야일 텐데요, 우주 선진국들은 이미 이 같은 전통적인 우주 산업을 넘어서 다양한 우주 먹거리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우주 의학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앵커]
우주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우주 공간에서 무언가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분야까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우주의학의 개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게 어떤 건가요?

[기자]
우주의학은 인간이 우주에서 겪게 될 새로운 환경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치료와 같은 의학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우주 공간은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인체의 심장 순환 기능이 약화하거나 근력이 저하되고 또 뼈가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인체 세포가 강한 자외선이나 우주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고요. 또 우주선 속에서 급격하게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수 환경에 노출된 인체가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작동할 수 있거든요. 때문에 인간이 우주로 진출할 때 우주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연구해서 우주 개발을 실현해 나가는 겁니다.

[앵커]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우주의학은 우주인에게만 해당 되는 거 같은데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립니다?

[기자]
네, 충분히 그렇게 들릴 수 있습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우주인은 몇 명 안 되고, 우리나라는 유인 우주선을 쏜 경험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우주의학에서 연구되는 것들이 지상에 있는 인류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내비게이션 기술이나 연료전지 기술, 불에 강한 내화성 섬유 기술 등이 우주 개발을 통해 나왔거든요. 심지어 화상회의 기술이나 라식 수술에 들어가는 레이저 기술, 병원에서 찍는 CT와 MRI 기술도 우주 개발에서 파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우주의학 또한 활발하게 연구되면 지상에 있는 인류에게도 눈부신 기술 발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라식 수술에 쓰이는 레이저나 또 화상회의 기술까지 모두 우주 개발 과정에서 나왔다니까 신기한데요. 그렇다면 지금 우주 의학 분야에선 어떤 분야가 연구되고 있나요?

[기자]
대표적인 우주의학 기업 중 하나가 미국의 테크샷인데요, 테크샷은 최근에 미국 NAS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심장 근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3D 프린터로 조직을 만드는 기술은 지상에서도 연구가 활발한 기술인데요, 프린터에 세포로 만든 잉크를 넣어서 세포를 인쇄해서 층층이 쌓고, 배양해서 장기 조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로서 우리도 수차례 뉴스에서도 전해드렸죠.

그런데 이 기술을 지상에서 진행하면 강한 중력 때문에 세포들이 바닥에 붙어서 납작하게 퍼져버립니다. 이 때문에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자라나는 게 힘들어서 세포가 조직으로까지 만들어지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반면 우주정거장은 지구 상공 400km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어서 내부가 무중력 상태에 가깝거든요. 이 때문에 3D 프린터로 심장 세포를 층층이 쌓아 놓으면 입체적으로 잘 배양될 것으로 예상이 됐습니다.

실제로 우주 정거장에서 만든 심장 근육을 지구로 가져와서 분석한 결과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중력이 있으면 3D 프린터에서 나오는 조직이 꿀처럼 흘러내리지만, 무중력 공간에서는 조직을 마치 찰흙으로 만지는 것처럼 수월하게 조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비유했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10년 안에 실제 인간에 이식할 수 있는 정도의 심장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3D 프린터에 세포를 넣어서 만드는 걸 꿀과 찰흙 비유하니까 확 와 닿는 거 같습니다. 테크샷 말고도 다국적 제약사들도 우주의학에 많이 진출해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머크사는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약물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덩어리들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등 한곳으로 몰리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더 균질한 약물을 만들 수 있고요. 결과적으로 약물의 순도도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순도가 더 높은 약물은 인체에도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백신으로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도요 2019년부터 우주공간에서 신약개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나노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 전달 기법과 약물 전달 물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일라이릴리, 사노피 등 수많은 회사가 우주정거장에서의 실험에 진입했습니다. 우주의학 실험을 진행 중인 기업을 보면요, 나라별로는 미국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요. 다음으로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등이 있는데요, 이들 나라가 우주의학이 발달한 건 우주 정거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과 권리를 갖고 있어서 우주의학기술에 아주 빠르게 준비하고 기술발전을 해나갔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업계에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우주 강국도 머지않아서 큰 도약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윤학순 / 미 노퍽 주립대 :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톈궁이죠. 톈궁이 마련이 되는 순간, 제약, 우주 의학 관련 분야에 많은 활동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을 하고, 후속으로 인도, 러시아도 우주정거장을 준비하고 있죠. 그들 또한 우주정거장이 준비되면 우주의학, 의생명 쪽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경우는 우주정거장에 가지 않고도 무중력 환경에서 우주의학 실험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 중입니다. 큐브 위성을 활용한 건데요. 큐브 위성 속에 의학 실험 장비를 갖춰놓고, 위성을 발사한 후에 원격 조종해서 실험하는 방식입니다. 큐브 위성을 띄워서 약물 제조 과정에서 단백질 결정 생성을 억제하는 방법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우주 발사체 기술을 어느 정도 갖춘 나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 의학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 안에는 우주에 물체를 발사할 때 드는 비용이 지금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때문에 앞으로 우주의학이 더욱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제약사와 우주 강국이 전부 다 진출해 있다라고 보면 될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중요한 게 우리나라는 우주의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기자]
올해 초 보건복지부와 질병 관리청이 우주의학 연구플랫폼 구축사업을 제안했습니다. 2023∼2027년 5년간 456억 원을 투입해 우주의학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내용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바이오·의학 기술이 앞서있고 인재들도 확보돼있는 만큼 우주 의학으로 진출해서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극복하고 경쟁력까지 높이겠다는 겁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서는 보령을 꼽을 수 있는데요. 보령은 올 초에 미국 우주 개발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120억 원을 출자했습니다. 액시엄 페이스는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미국 NASA 출신 전문가들이 2016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2028년까지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앵커]
우주산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발사체가 떠올랐는데요. 이야기를 계속 들으니까 몰랐던 다양한 분야가 존재했던 거 같습니다?

[기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발사체 기술 개발과 동시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산업으로 눈을 넓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발사체와 위성 제조 기술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우주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는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거든요. 전문가에게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문홍규 /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 전통적인 위성체나 발사체 개발, 발사체 서비스는 전 세계적인 우주 시장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6% 미만입니다. 한국도 바이오나 우주 의학과 같은 신생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우주 시장을 넓히는 데 기여했으면….]

또 전문가들은 이렇게 우주산업이 제약과 의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만큼 부처들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면서 컨트롤 타워의 역할과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앵커]
한때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청 신설도 한참 논의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국가 역량을 우주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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