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은혜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교수
[앵커]
덥고 습한 여름철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음식물에 번식하기 쉬운 시기인데요. 식중독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더 커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여름철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식중독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은혜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식중독 관련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일단 식중독이 정확히 어떤 질병인지 설명부터 해주시죠.
[인터뷰]
네,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부쩍 눈에 띄게 증가한 것 같습니다. 식중독이란, 식품의 섭취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독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유해한 미생물로는, 살모넬라, 비브리오균, 대장균, 캠필로박터와 같은 세균과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들이 있는데요. 이러한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체를 직접 감염시켜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황색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과 같은 세균들은 독소를 생성해서, 사람이 음식에 섞여 있는 독소를 섭취함으로써 증상을 겪게 됩니다. 이미 형성된 독소를 섭취해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약 1~6시간, 세균이 인체를 감염시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약 16시간 이상으로, 원인이 되는 음식을 섭취한 후 증상이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최근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전국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 원인으로 '살모넬라균'이 지목되고 있던데요, 이게 왜 발생하고, 사람에게 어떻게 전파되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살모넬라균은 원래 가축이나 파충류의 소화기관에 기생하다가 분변을 통해 배출되는데요. 분변 안에서 살모넬라균은 아주 오랜 시간, 보고에 따라서는 20주까지 생존한다고 알려지고, 사람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육류나 가금류, 달걀, 채소류, 물을 충분히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면 인체 감염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조리하는 사람의 손과 조리 도구를 통해서도 식자재 간 교차오염이 발생하는데요. 예를 들어,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고기를 맨손으로 손질한 뒤, 손과 조리 도구를 충분히 세척하지 않고 샐러드용 야채를 손질해서 먹었다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게 됩니다.
[앵커]
조리도구나 손을 통해 균이 음식으로 옮겨가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식중독에 걸리면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게 되나요?
[인터뷰]
식중독에 걸렸을 때 위에서는 구토, 소장이나 대장에서는 설사 증상이 발생하며, 위장관 점막의 염증과 자극에 의해서, 또는 구토나 설사와 같은 배출 작용을 위해 위장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는 과정에서 복통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미생물 감염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한 경우에는, 체내의 면역 세포들이 방어를 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발열, 전신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유발되기도 하고요. 장에 유발된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혈변이 발생하기도 하고, 독소에 의한 경우 드물게 신경 마비, 근육 경련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앵커]
증상을 보니깐 배탈이나 장염과 증상이 굉장히 비슷한 것 같은데 구별이 가능할까요?
[인터뷰]
배탈이나 장염, 식중독이라는 용어를 흔히들 혼용하시는데요. 식중독은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식품의 섭취를 통해 유해한 미생물이나 독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하고요. 장염은 소장과 대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인데, 명확히 구분하면 식중독 외에도 다른 다양한 원인에 의해 장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식중독과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급성 장염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식품 섭취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장염과 식중독이라는 용어를 많이들 혼용하시고요. 유사하게, “배탈이 났다”라고 하는 것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복통, 설사와 같은 증상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자주 표현하는 말입니다.
[앵커]
배탈이 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다른 병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식중독에 걸렸을 때 꼭 알아두어야 할 주요 대처 요령이 있을까요?
[인터뷰]
식중독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구토나 설사, 발열과 같은 증상은 대부분 우리 몸이 유해 물질을 방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며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구토나 설사를 통해 손실된 수분을 보충하면서 탈수되지 않도록 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이때 소금이나 설탕을 탄 물이나, 시판되어 있는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분들이 고령이거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신 분들, 그리고 심장이나 간,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기저 질환이 있는 분들인데요. 식중독 증상으로 다른 장기들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회복이 늦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젊고 기저 질환이 없어도 간혹 심한 식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구토나 설사와 같은 증상이 심하거나 혈변,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혈액 검사와 CT 촬영을 해보는 것이 좋고요. 수액을 맞거나 증상 조절을 위한 약을 투여받는 등의 대증치료로 몸이 회복할 때까지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식중독에 걸리면 화장실을 되게 자주 가게 되잖아요. 그게 고통스러워서 지사제를 먹거나 금식하기도 하던데요. 그게 도움이 될까요?
[인터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구토나 설사 증상은 사실 우리 몸이 외부로부터 유입된 유해한 미생물이나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작용입니다. 따라서 일부러 구토나 설사를 더 유발할 필요는 없지만, 억지로 멈추게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지사제를 복용하면 하루 이틀 아플 게 일주일 동안 아프게 될 수도 있고요. 위나 장이 마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설사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탈수로 인해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사제 사용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식중독 증상이 심할 때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줄어들게 되는데요. 이때 억지로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증상이 좀 가라앉고 위와 장 기능이 다소 회복될 때까지 금식을 유지하는 게 좋고요. 점차 몸이 회복되는 게 느껴지면서 음식을 먹고 싶은 공복감이 생기기 시작하면, 부드럽고 기름기나 자극이 적은 음식부터 소량씩 먹어보고 괜찮다면 천천히 식사량을 늘리는 게 좋습니다.
[앵커]
식중독에 걸리면 탈수가 되지 않게 주의하고 노약자는 일단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게 좋겠군요. 얼마 전 식중독으로 60대 남성이 사망하기도 했는데요. 식중독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도 있나요?
[인터뷰]
제가 앞에서 이야기해드린 것과 같이, 고령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분들,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식중독이 심하게 발생하여 다른 장기들까지 기능이 저하되거나 스스로 회복이 어려운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드물지만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따뜻한 날씨에 해산물을 날로 섭취했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균으로는 비브리오균이 있는데요. 이 세균에 감염되면 앞서 말씀드렸던 식중독의 일반적인 증상 외에도, 양 하지에 물집이 잡히거나 조직 괴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잘 발생하며 치사율이 30%가 넘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햄버거 병이라고 주로 알려져 있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병 또한, 장 출혈성 대장균(EHEC)이나 이질균,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면서 걸리는 식중독인데요. 혈변, 용혈에 의한 빈혈, 혈소판 감소증에 의한 피부의 자반증, 신부전,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클로스트리디움균에 의해 생성되는 보툴리눔 독소에 의한 식중독의 경우, 캔이나 병에 보관되어 있는 음식을 섭취했다가 걸릴 수 있는데요. 캔과 병을 충분히 가열한 뒤 보관하면 세균은 사멸하게 되지만, 세균이 생성한 포자는 열에 강해서 사멸되지 않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세균으로 발아하게 되고요. 이게 체내로 들어가 독소를 생성하면 대칭적인 이완성 신경마비가 찾아올 수 있는데, 복시, 안검하수, 연하곤란, 골격근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약 5%가 사망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앵커]
가장 좋은 건 아무래도 걸리지 않는 것이겠죠 식중독 예방법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네, 대부분의 식중독균은 10~60℃의 온도에서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식자재를 적절히 보관하고 섭취 전 충분히 가열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된 살모넬라균은 65℃ 이상의 열을 가하여 충분히 익히면 사멸됩니다. 따라서 모든 음식물은 충분히 가열하여 익혀서 먹고, 물도 끓여서 마시는 것이 좋고요. 또한, 이전에 가열 조리했다고 하더라도 보관 중 세균이 다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열해서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하더라도 한번 가열한 뒤 오랜 시간 보관한 음식은 반드시 재가열한 뒤 섭취하는 게 현명하고요. 맛이나 냄새가 이상하거나 보관 기간이 길었던 음식은 섭취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손과 조리 도구의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또한 식중독의 예방에 중요합니다. 생고기나 어패류를 손질한 뒤 손과 조리 도구를 충분히 세척하는 것도 중요하며, 가열 조리된 음식을 손질했다고 하더라도 조리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세균이 증식되어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손과 조리 도구를 충분히 세척한 뒤 다른 식품을 접촉하도록 해야 합니다.
식품은 서로 간에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관을 분리해서 하는 것이 좋고, 조리 공간, 행주나 도마의 청결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 전과 화장실을 다녀온 후, 외출 후에는 반드시 물과 비누를 이용하여 손을 씻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많은 예방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사실 남은 음식 버리기가 아까워서 다시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날씨에는 오래된 음식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고, 음식은 꼭 가열해서 먹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내몸보고서,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소화기내과 오은혜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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