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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걷는 모습에 꽂힌 팝아트 작가 '줄리안 오피'

2022년 07월 08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줄리안 오피는 걷는 사람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국내에서도 꽤나 친숙한 작가인데요. 걷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도시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줄리안 오피, 어떤 작가인지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 알아봅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줄리안 오피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라도 이 분의 작품을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보셨을 것 같은데요. 서울역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그 붉은 건물에 지금 그 외벽에 전시가 이뤄지고 있죠?

[인터뷰]
네, 서울역을 거쳐서 출퇴근하시는 분들이라면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서울스퀘어 빌딩 외벽에는 수만 개의 LED로 구성된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가 있습니다. 줄리안 오피의 '군중'이라는 작품인데요, 다양한 색감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서 분주하게 걷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걷는 행위 그 자체에 주목한 영상 작품인데요. 작품 속 등장인물이 어딘가를 향해 걷는, 어떻게 보면 평범해 보이는 모습을 예술적 행위로 재탄생 시킨 게 줄리안 오피 작품의 특징입니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무척 인지도가 높은 줄리안 오피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인데요. 1958년 런던에서 태어났고요.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영국 현대 미술 거장이라 불리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요. 졸업 이후에도 쭉 런던에 거주하면서 활동합니다. 런던 외에도 뉴욕, 서울, 취리히를 포함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줄리안 오피는 주로 바쁘게 걸어가는 현대인을 작품 속에 등장시킵니다. 작품을 한두 번 보면 금방 익숙해질 정도로 독특하고 또 단순화된 줄리안 오피 특유의 작업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는데요. 주로 사람이나 동물, 풍경 같은 주변 환경들을 소재로 삼습니다. 특히 동시대 대중들에게 익숙한 경험을 현대적인 이미지로 묘사함으로써 흥미를 이끌어냅니다.

[앵커]
네, 저도 어디선가 본 것같은 작품인데 참 단순해 보이면서도 매력적이고, 현대인의 일상을 잘 표현 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줄리안 오피라는 작가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네, 줄리안 오피 작품의 특징으로는 굉장히 굵고 뚜렷한 윤곽선과 선명한 색감, 그리고 디테일이 생략된 단순화된 표현 등이 있는데요. 특히 인물화의 경우에는 그 인물이 지닌 얼굴이나 몸의 개성과 특징을 지우고 다소 보편적이고 플랫하게 묘사합니다. 기존의 초상화가 지닌 정밀한 묘사 같은 부분들과는 반대되는 접근인데요. 마치 우리가 흔히 보는 교통 표지판이나, 1차원적인 만화 같은 느낌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의 이미지로 작업을 하고있고요.

회화뿐만 아니라 LED나 렌티큘러 프린트 같은 다양한 방식의 작업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LCD 화면을 통해서 걷는 모습이 반복되는 연속 루프 방식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이 줄리안 오피 또한 데미안 허스트와 같은 yBa 그룹으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제자이기도 한데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항상 익숙한 것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지도했기 때문에 줄리안 오피가 이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아 틀에 갇히지 않은 여러 방식으로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그런데 줄리안 오피는 왜 이런 걷는 사람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걸까요?

[인터뷰]
네, 줄리안 오피는 "걷는다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흥미롭고 역동적이며,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풍부한 컬러를 담은 팔레트 같다"고 말했는데요. 줄리안 오피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소재로 삼기 시작한 계기는, 영국 런던의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모델로 작업한 게 그 시초였습니다.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 또는 담배를 피우거나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 등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데요. 이렇게 포착한 인물들을 LED를 이용해 영상으로 만들거나, 라이트박스, 알루미늄 조각 등의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줄리안 오피가 런던이 아닌, 서울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묘사한 작품도 있는데요. 2014년에 국내에서 진행됐던 개인전을 위해 작업했다고 하고요. 줄리안 오피는 전시란 단순히 최신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이고, 어떤 작업들을 주로 하는지 선보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런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하고요. 한국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서울의 모습을 담은 약 3,000여 장의 사진을 전달받아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앵커]
런던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서울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좀 다를거 같은데, 외국인 예술가의 시선으로 본 서울 거리는 어떨까 궁금하거든요. 어떻게 표현했는지 작품 좀 보여주시죠.

[인터뷰]
네, 지금 보고 계시는 그림은 런던을 배경으로 했을 때와 서울을 배경으로 했을 때의 작품인데요. 서로 좀 상반된 느낌이 들죠? 오른쪽 그림에서는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핸드폰을 들고 있거나, 모자나 악세서리 같은 것들을 많이 착용하고 있는데요. 반면에 런던 배경의 작품을 보시면요.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나는데요, 흔히 영국에서 만든 영화들을 떠올려 보시면 푸른빛을 띄거나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가 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작품에서도 비슷한 무드가 느껴집니다. 배경에 따라서 서로 상반되는 매력이 느껴지고요. 줄리안 오피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서울 신사동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사진 속 인물들이 다들 굉장히 옷을 잘 갖추어입고 또 비주얼적으로 화려해서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작업물에는 좀 더 시각적으로 다채롭고 밝은 컬러들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앵커]
어쩌면 런던은 겨울철에 본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두 개가 크게 차이가 났었는데요, 줄리안 오피가 최근 국내에서도 전시를 했던 것으로 들었거든요. 팬데믹을 주제로 전시했는데, 이전과는 작업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요?

[인터뷰]
네, 줄리안 오피는 작년 10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팬데믹 시기에 생긴 변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소재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서 해외 여행이 불가해진 후에, 영국의 일상적인 풍경들이라든가, 그 시기에 방문한 벨기에에서 마주한 사람들, 구글맵을 통해 본 한국의 거리 등을 묘사했습니다. 또, 역시나 걷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다른 상황 속에서의 사람들과 도심 속에서 마주하는 영국 전통의 건축물, 그리고 한국 인천에서 볼 수 있는 고층 빌딩들을 표현했는데요. 인천의 풍경은 구글어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여행하고, 무명의 건물들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합니다.

줄리안 오피는 팬데믹 시대의 일상을 한층 더 면밀히 바라보게 되면서 얻은 영감들을 작품과 전시로 녹여냈다고 하는데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던 걸어 다니는 단순한 행위 조차 팬데믹으로 인해서 제약이 생기기도 했었기 때문에 더욱 많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줄리안 오피는 전시 기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작가로 유명한데요. 자신의 작품 뿐만 아니라 전시장 내에서 관객의 동선이라던가 전시가 끝난 후 퇴장할 때의 경험까지 모두 고려해서 조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펜데믹 시대인데 마스크는 쓰고 있지 않네요, 단순하게 표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또 팬데믹시대라서 당시에 줄리안 오피가 전시장에 방문하지 못했을 텐데,VR로 전시 투어를 진행했다고요?

[인터뷰]
네, 줄리안 오피는 전시를 할 때 여러모로 신경을 쓴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개인전 당시에 계속되는 팬데믹 상황으로 서울에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담아서 직접 런던에서 VR 전시 투어 영상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전시를 진행했던 국제갤러리에서 이 영상을 공개했고요. 줄리안 오피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전시장 곳곳을 소개하는 정성스러운 영상입니다. 저도 이 영상을 봤는데요, 신기할 정도로 공간과 작품을 똑같이 재현해서 실제로 전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요. 작품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들려주기 때문에 생동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네 오늘 걷는 사람을 위주로 그리는 현대 팝아트의 거장 줄리안 오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국내에도 줄리안 오피처럼 작업을 하는 작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가인가요?

[인터뷰]
네, 박지은 작가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박지은 작가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영감을 받아 주로 먹물로 작업합니다. 현재 싱가폴, 홍콩, 동남아권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인지도 또한 높은데요. 특히 세계 각 도시의 야경을 담아내서 동서양의 모습을 조화롭게 표현합니다. 다소 거친 필치로 먹을 거칠게 칠한 후에, 세밀한 붓터치를 이용해서 야경을 아름답게 담아내고요. 금박이나 컬러를 사용해서 생동감을 주기도 하는데요.

박지은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번져 나가고 흐르는 먹물 안에 나타나는 도시로 작업했다. 우리의 모습을 암흑 속에서 빛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감정을 불어넣은 것이다."

박지은 작가 또한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전시를 진행했었는데요. 당시 전시에서 도시의 야경을 담은 작품을 통해 짙은 밤을 비추는 희미한 불빛에 희망을 담았다고 했거든요. 줄리안 오피가 자신의 작품 속 주 소재인 걷는 행위에, 일상으로의 회귀를 향한 소망을 담았듯이 이 박지은 작가 또한 해외 각국의 도시 야경을 작품에 담아서, 여행에 대한 갈망, 그리움을 해소시켜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네, 박지은 작가 작품까지.오늘 줄리안 오피의 도시에 관한 걷는 모습에 대한 작품을 살펴봤는데요.앞으로 줄리안 오피의 발걸음 걸음이 미술계의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도 궁금해집니다.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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