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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하얀 알프스, 기후변화로 인해 붉거나 푸르러지고 있다

2022년 07월 11일 오후 4:57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관찰,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알아볼까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요즘 정말 날씨가 이상하다는 말 정말 자주 하실 텐데요. 지난주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니 주말엔 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면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죠. 그런데 이런 이상기온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하는 알프스의 만년설도 기후변화 영향의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지난주 알프스 빙하가 무너져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라는 게 큰 이슈였는데 이것도 기후변화 때문이었죠?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이었죠.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 최고봉인 마르몰라다라는 곳에 빙하가 무너져내렸습니다. 이번 사고는 빙하가 급한 경사를 내려올 때 갈라진 틈과 틈이 교차해 생긴 얼음덩어리인 '세락'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인데요. 눈과 얼음 또 돌 등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산 중턱에서 트래킹을 즐기던 등반객들을 그대로 덮치고 그래서 많은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을 했죠. 사고가 난 마르몰라다는요. 이탈리아 알프스 동부 지역 18개 봉우리 중에서도 가장 높고 산세가 아주 수려해서 '돌로미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한여름에도 정상 주변을 덮고 있는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 곳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빙하가 빠르고 녹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참사는 마르몰라다 정상부의 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섭씨 10도를 기록한 지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인데요. 게다가 이탈리아는 지난달 말부터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번 참사의 원인은 기후변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아주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알프스의 눈이 얼마나 빨리 녹고 있나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심한 경우면 2031년에 알프스 정상 그러니까 마르몰라다 정상 봉우리에서는 더 이상 빙하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예측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파두아대 연구팀이 2020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인데요. 마르몰라다 봉우리의 빙하 규모가 1954년 9천5백만㎥였는데 2020년 1천4백만㎥로 무려 85%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빙하가 녹는 속도는 과거에 비해 2배 가까이 빨라졌다고 하는데요. 이 속도라면 빠르면 2031년쯤에는 마르몰라다 봉우리에서 더는 빙하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예측이었다고 합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여러 봉우리가 있는데 다른 봉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쪽에 있는 알프스 해발 3,106m 지점에 있는 존블리크 관측소가 있는데. 이 관측소 주변에 눈도 이례적으로 올해 굉장히 빨리 녹고 있다고 하는데요. 존블리크 관측소는 1886년 기후와 대기를 연구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에 세워진 관측소인데. 지금까지 눈이 가장 빨리 사라진 해는 1963년과 2003년이었습니다. 이때는 8월에 정도가 되야지만 관측소 주변의 땅이 모든 표면을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한 달이나 빨리 눈이 녹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년이라면 6월~7월에 존블리크 관측소의 주변에 평균 눈 두께는 한 3m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지난달 30일에 측정을 해보니 눈 두께가 39cm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여름에 눈이 녹지 않았을 때도 있었던 만큼 지금의 눈 녹는 속도는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심각한 정도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앵커]
그런데 새하얀 알프스가 눈이 녹는 걸 넘어서 마치 피를 흘린 것처럼 빨갛게 변하는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제가 우선 사진 몇 장을 가져왔거든요.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인데 어떻게 보이시나요?

[앵커]
핑크빛을 띠고 있는 거 같은데요. 그렇네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맞습니다. 마치 핑크색의 물감을 흩어 놓은 거 같고 자세히 볼 때는 마치 피가 쏟아진 거 같은 모습을 좀 볼 수가 있죠.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현상 지금 보신 현상을 핑크 블러드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런 핑크 블러드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게 미세조류의 증식이거든요. 바다나 호수에 사는 조류가 눈 속에도 사는 걸 확인을 한 건데, 우선 이 미세조류가 어떻게 알프스 산맥에서 나타났는지를 두고는 아직 논쟁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눈 속에 있는 조류가 최근 크게 번성한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인 것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미세조류는 뿌리나 잎은 없지만,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조류인데,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또 대기오염물질 유입이 되면서 미세조류가 크게 번성을 한 겁니다. 그런데 알프스 빙하에서 발견된 미세조류가 적조류가 아니라 엽록소를 갖고 있는 녹조류거든요. 그래서 미세조류가 번성을 할 때 사실 녹색으로 보여야 하는데, 붉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미세조류에는 붉은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당근이 붉은색을 하는 이유도 카로티노이트 때문인데. 카로티노이트는 강한 햇빛이나 자외선에 미세조류가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성분이거든요. 그러니까 미세조류가 생존 본능에 의해서 결국 빙하 블러드 현상이 일어났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프랑스 연구진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에리 마레샬 /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연구원 : 눈 속에 있을 때, 미세조류는 빛의 강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와 같은 색소를 축적합니다. 그래서 미세조류는 근본적으로 녹색이지만, 붉은 색소라는 큰 방패 뒤에 숨겨져 있습니다.]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빙하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아까 핑크 블러드가 빙하 블러드 맞죠?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맞습니다. 빙하 블러드입니다.

[앵커]
그럼 빙하 블러드 현상이 단순히 볼거리에만 그치지 않는다고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 빙하 블러드 현상은 기후변화의 결과인데, 또 역으로 이 현상이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알프스의 만년설 또 남극과 북극 빙하는 사실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하는데요. 이게 알베도 효과 덕분입니다. 알베도는 물체에 반사되는 햇빛 비율을 말하게 되는데, 하얀 눈으로 덮인 빙하의 경우 햇빛의 90%까지를 반사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바다는 6%밖에 빛을 반사하지 못하거든요. 우리가 여름에 시원하려면 흰옷을 입어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이것도 알베도 효과 때문입니다. 그런데 빙하 블러드 현상에 의해서 햇빛 반사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건데. 영국 리즈대 연구진이 북극에서 일어났던 빙하 블러드 현상을 분석한 결과, 붉은색 눈은 흰색의 눈보다 알베도를 13%나 낮췄다고 합니다. 알베도가 감소를 하면 햇빛 반사율이 줄어들고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서 눈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렇게 되면 또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되는 거죠. 연구진의 설명을 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알베르토 아마토 / 프랑스원자력청 연구원 : 우리는 이 미세조류가 만들어낸 붉은 색깔 때문에 눈이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증가하면 우리는 더 자주 붉은 눈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앵커]
그야말로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는 거네요. 정말 새하얀 알프스는 이제 옛말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붉은 눈에 이어서 이번엔 알프스가 푸르게 변하는 현상도 있다면서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하얀 알프스가 아니라 푸른 알프스다 이렇게 말할 수 있고 그게 더 익숙해진다 볼 수 있는 연구결과인데요.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에 실린 연구결과입니다. 스위스 로잔대와 바젤대 연구진이 네덜란드와 핀란드 연구진들과 함께 1984년부터 2021년까지 고해상도 위성 데이터를 분석을 해봤습니다. 연구진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경계라고 하는 수목한계선을 기준으로 그 윗부분의 적설량과 나무 식생의 변화들을 살펴봤는데요. 해발 1,700m 안팎의 수목한계선이 있는데 위쪽 알프스 지역의 77%에서 풀과 같은 초목 면적이 늘어나서 녹화 현상 그러니까 푸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그러니까 만년설 등으로 예전에는 수목한계선 위쪽에서는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으로 바껴서 식생 생산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식물 생산성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강수량 변화랑 기온 상승에 따른 식생 기간 연장을 꼽았는데요. 반대로 적설 범위는 어떻게 되었나 살펴보니 1984년 이래 전체의 약 10% 지역에서만 적설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식생 생산성이 아까 많이 늘었잖아요. 늘었던 거랑 비교해보면 적설량 감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연구진은 진단했습니다. 알프스에서 녹화 지역이 넓어지면 빙하 블러드 현상과 비슷하게, 햇빛 반사율이 줄어들게 되고 또 눈을 더 많이 녹게 되고 이렇게 되면 앞서 일어났던 산사태나 낙석 빈도도 늘어나 재난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앵커]
푸르러지는 게 어떻게 보면 좋다고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텐데, 빙하가 놓고 연구동 쪽도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 문제가 많을 거 같습니다. 알프스 빙하가 녹는 걸 막는 방법이 또 있을까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빙하 위에 얼음이 녹는 것을 임시적으로 막을 수 있게 방수포를 까는 방법이 있습니다. 얼음 위에 방수포를 깐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알프스 주변 국가에서는 방수포를 덮는 일은 이미 일상이라고 합니다. 처음 빙하에 방수포를 덮기 시작한 건 1993년 독일에서 시작된 건데요, 이후 알프스를 끼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에서 방수포 덮기를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얀색의 방수포는 태양열과 빛이 직접 닿지 않아서 빙하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데요, 실제로 방수포를 덮은 빙하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된 빙하보다 눈을 70%나 적게 녹았다고 합니다. 스위스에서만 매년 최대 35만㎥, 그러니까 수영장으로 따지면 140개 정도 면적의 빙하가 방수포 덕에 살아남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방수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죠. 스위스 연구진이 지난 10년 동안 스위스에서 지출된 방수포 비용을 분석을 해봤더니, 1㎥당 연간 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만약 스위스 전역에 있는 빙하를 방수포로 덮는다면 예산이 연간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알프스가 한나라만 있는 게 아니니까 알프스 주변 나라까지 포함하면 그 비용은 훨씬 더 커지겠죠. 결국, 지금의 알프스를 지켜내려면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조치들을 더 늦기 전에 시행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보입니다.

[앵커]
오늘 알프스 변화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봤는데, 뭔가 불으락 풀그락하는 거 같고 화가 난 거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새하얀 알프스를 앞으로 두고두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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