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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오싹한 공포 영화 자꾸만 보게 되는 심리는?

2022년 07월 12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여름철 더위도 식히고 짜릿한 재미도 느끼기 위해 공포 체험을 하거나 공포 영화를 보시는 분들 많으시죠.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 영화를, 무서운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그 심리는 무엇일까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 조연주 미디어심리학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안녕하세요.

[앵커]
공포영화는 말 그대로 공포스럽고 무서운 영화인데, 그걸 알면서도 즐기는 분이 많은데요. 사람들은 왜 공포 영화에 열광할까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어떤 영화든 개인차가 있지만, 특히 공포영화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구분이 뚜렷한 장르 중 하나입니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공포 영화를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연히 구분되는데요.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느껴지는 스릴 넘치는 짜릿함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의 연속 등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로는 카타르시스의 추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영화 '나이트메어'와 '스크림'의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공포 영화는 두려움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배설하게 돕는다"고 말했는데요. 공포에 사로잡히는 경험을 통해 불안과 우울감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공포영화를 포함한 모든 영화들은 러닝타임이 다 되면 결국엔 끝나게 되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끝나고 나면 긴장된 몸과 마음이 점차 이완되면서 안정을 찾아갑니다. 불편한 지점을 갓 벗어나 정화로 접어드는 상태, 바로 카타르시스의 순간입니다. 처음 평온한 상태보다 감정의 롤러코스터 끝에 찾아온 평온이 더 달콤하다고 하는데요. 이 또한 인간이 추구하는 아이러니한 내적 평안의 한 방향인 것 같습니다.

[앵커]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철은 공포 영화가 많이 개봉도 하고 많이 즐긴다는 말이 있잖아요, 공포 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식힌다고 하는 말이 근거가 있는 말인가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네, 최근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공포 영화가 여름에만 즐기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납량 특집이라는 말처럼 더위와 공포는 전통적으로 공생 관계입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더위를 식히는 방법으로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등골이 오싹해지고 닭살이 돋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텐데요. 전문가들은 공포영화를 보며 더위를 잊는다는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현상뿐 아니라 신경계의 반응을 포함하는 신체 현상이라고 하는데요.공포를 느낄 때 몸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피부에 소름을 돋게 하는 근육인 입모근이 수축하면서 닭살이 돋습니다. 이 현상은 교감신경과 털을 세우는 근육인 기모근의 미세한 움직임이 몸의 털을 잡아당기며 생기는 현상입니다. 우리 몸은 공포를 느낄 때 자율신경계의 작용으로 피부 혈관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서 피부 온도가 내려가게 되고, 그래서 추위를 느끼기 때문에 여름에 공포영화를 보면 더위를 식혀준다고 하는 것입니다.


[앵커]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게 기분 탓이 아니라 신체적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 이였군요, 그런데 더위를 이겨내는 것과 관계없이 수시로 공포 영화를 즐기는 분들은 왜 그런 건가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는 성향이 있는데요. 공포라는 감정은 분명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서 즐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짜릿한 느낌을 찾는 자극 추구 성향을 지닌 분들인데요. 단조로운 일상이 계속될 때 뭔가 색다른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자극 추구 성향에도 개인차가 있어서, 동일 수준의 자극도 어떤 사람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최적의 자극 상태를 추구하는데요. 너무 따분한 것도 싫고, 지나치게 긴장되는 상황도 싫어하며, 적절한 수준의 자극이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볼 때, 조금은 불편한 긴장의 연속 뒤에 오는 짜릿함도 얼핏 보면 부정적인 정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절한 수준의 자극 또는 각성을 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성질을 의미하는 건가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네, 자극 추구 성향은 네 가지 독특한 차원으로 구성이 되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 스릴과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을 다른 사람보다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탈억제를 추구하는 사람은 일상적인 규제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술을 마심으로써 탈억제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편이고, 마지막 네 번째, 조금만 지루해도 금방 따분해 하는 사람 역시 강한 자극을 선호합니다.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스릴을 어떤 사람은 무척 싫어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즐거움으로 경험하기도 하는데요. 공포영화를 선호할수록 자극 추구 성향이 높게 나타나고,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을수록 공포영화를 더 선호하는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앵커]
단순히 공포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흉가나 폐가를 찾아간다든가 공포 체험을 즐기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건가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네, 말씀하신 대로 그런 사람들은 우선 자극 추구 성향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공포를 체험하려고 하는 행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심리와 비슷해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자극추구 성향이 높은 또 하나의 유형이었죠. 조금만 지루해도 금방 따분해 하는 사람도 포함될 것 같은데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지루함처럼 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태가 공포보다 훨씬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괴적인 상황에서 오는 공포가 아니라 이미 안전함을 알고 스스로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공포영화 관람이나 공포체험, 롤러코스터 같은 경우는 이후에 더 큰 즐거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앵커]
저로써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인데 공포와 즐거움이 연관되어 있다는게 공포 체험을 하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을까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의 연구자 마기 커와 동료들이 진행한 연구가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귀신의 집'같이 공포체험을 할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포체험 전과 후 각각 두 번에 걸쳐 감정 상태와 생각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중 약 80명에 대해서는 공포체험 이후 뇌의 반응인 뇌전도(EEG)를 측정했는데요.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공포체험 전보다 체험 이후에 더 행복해지고 덜 슬퍼지고, 좌절감도 덜하며 덜 지루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등 대체로 긍정적 정서는 증가하고 부정적 정서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불안(anxious)’과 ‘피로(tired)’에서 효과가 컸는데요. 공포체험 이전에 비해 마음이 불안하고 피로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공포체험에 피로 해소나 회복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 공포를 좋아하거나 공포와 관련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공포 체험 후 무섭고 불편했지만, 동시에 스릴 넘쳤고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포 체험이 단순히 공포를 느끼고 마는 소극적인 행위라기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생산적인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연구자들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활동을 함께 관찰한 후, 공포체험이 스트레스는 줄여주는 반면 기운을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앵커]
저도 무서운 것을 보고 나면 이 현실 세계가 아름다워 보이고 참 내가 여기 살아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 현상이 있었군요, 그런가 하면 사회가 불안정할 때 공포영화의 인기가 더 올라간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왜 그런 걸까요?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네, 공포영화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여러 가지 비결 중에 다양한 사회성을 담아내는 주제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대리 만족과 인간의 원형적인 측면을 담고 있는데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조명하는 데 공포라는 주제가 효율적입니다.
또한, 공포영화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척도가 되는데요. 사회적 스트레스로 만들어진 우려의 감정이 이러한 우려의 관점을 다룬 공포물과 접점을 이루어 공감을 주게 됩니다. 2차 세계 대전과 같이 사회적 두려움의 수준이 높을 때는 공포영화의 제작이 감소하고, 불황기처럼 사회적 두려움이 낮을 때는 공포영화가 번창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개인차와 남녀 성차 등이 있긴 하지만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칩니다.

[앵커]
정말로 공포영화가 사람을 시원하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또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 신기한 사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여기까지 듣 겠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은 미디어심리학자 조연주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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