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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변덕꾸러기 여름 날씨… '노심초사' 기상청 사람들

2022년 07월 14일 오전 09:00
■ 유희동 / 기상청장

[앵커]
무더위와 장마, 여기에다 잠시 뒤를 알 수 없는 게릴라성 폭우와 태풍까지, 특히 여름철 날씨는 종잡을 수 없어 사람들에게 더욱 민감하게 다가오는데요. 국민들께 가장 정확한 일기를 미리 알리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상청 사람들'인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은 기상청 분들을 대표해서 유희동 기상청장과 함께 날씨와 예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장님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갈수록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날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청장님께서 직접 나오신다고 해서 준비한 질문이 아주 있거든요. 우선 지금이 여름인데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는 어떤 특징을 가고 있는지부터 정리해주시죠.

[인터뷰]
우리나라 여름철 특징이라 하면 장마 및 집중호우, 불볕더위, 그리고 태풍, 이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북태평양고기압을 빼놓고는 얘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북태평양고기압은 지구 위에 존재하는 기단 중 가장 센 녀석입니다. 덩치도 가장 크고요, 그리고 그의 걸맞게 한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또 이러한 거인같은 친구가 매일 일 변화도 있는 등 매우 까다로운 기단입니다. 예를 들어 이 기단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덩어리를 만나면 ‘장마’가 됩니다. 집중호우, 폭염 태풍도 이 북태평양 고기압과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 예보의 성패는 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잘 파악하고 변화를 예측할 수 있냐에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여름철에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앵커]
지금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러면 앞으로 남은 올여름 날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올여름 날씨를 전망해본다면, 본격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서 덥고 습하겠으며,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여름 동안 폭염이 평년보다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도는 여러 변수가 있어 주변 기압계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8년과 같은 티베트 고기압이 기승을 부려 대단한 폭염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기압계의 패턴을 보면 18년 같진 않지만, 평년보다는 기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강수량은 7월에는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은 경향 있겠으나, 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18년 최악의 더위 때보다는 좀 낫지만, 평년보다는 좀 더울 것으로 예측된다는 말씀이신데요, 여름철 날씨는 원래도 변덕이 심하지만 갈수록 기후변화 영향으로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상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인터뷰]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기후위기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이상 기상현상을 매우 빈번히 접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의 베테랑 예보관들 조차도 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최고의 예보를 위해서는 우선 기본에 충실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예보역량을 좌우하는 3가지 기본요소가 있는데요, 첫째는 현상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양질의 관측자료가 필요하고요, 슈퍼컴에서 구동되는 수치예보모델의 성능,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보를 결정하는 예보관의 역량입니다.

예보역량은 이 세가지 요소의 최소값에 따라 작용하기 때문에 관측자료, 수치모델의 성능, 예보관 역량향상 모두가 동반 상승하도록 애를 쓰고 있고요,이러한 우리의 노력 이상으로 워낙 이상기상 현상의 발생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 위의 기본적인 업무를 충실히 하는 외에 인공지능의 접목, 보다 효용성 높은 위성자료의 활용, 위험기상 시 관측의 보강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요즘에 이상기후가 굉장히 잦은데요, 전 특히 힘든 게 게릴라성 폭우더라고요, 우산을 갖고 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비가 오니까 너무 그런데요, 이걸 예측할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비가와도 많이 오죠, 한꺼번에.. 폭우가 내리기 위해서는 비의 원료가 되는 수증기가 많아야 하고, 수증기를 비로 바꿔주는 구름이 강하게 발달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구름이 오랜 시간 유지되고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서 예보관들은 폭우 예측을 위해 이 세 가지 부분, 수증기량, 구름 발달, 구름의 정체를 집중적으로 조사 분석하고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와 같은 게릴라성 폭우를 예측하는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폭우는 실제 짧은 시간에 예측할 수 있도록 그 목표를 초단기 예측에 집중해서 현재 기술을 축적해 나가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하느라 노고가 많으신데요, 기상청이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이나 신기술, 새로운 장비 같은 것이 있는지요?

[인터뷰]
올해 새로운 정책 중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몇 가지는 우선 기후변화 관련, 도로기상 등 특이기상,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생산 지원 및 도심항공교통 등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상지원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민이 기후변화에 더욱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의 전국 3,500여 개 읍‧면‧동별 기후변화 전망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실황 기반의 도로위험 발생 가능성 정보를 제공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이와 더불어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지원을 위한 특화 기상 예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상실황·예측정보 수집·저장·활용 통합 플랫폼 구축하여 지역별, 요소별 상세 예측정보를 실시간 공유를 통해 지원할 계획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미래에 예상되는 기상정보 수요에 대비해 기상·기후데이터와 신기술을 융합한 도시 에너지, 헬스케어, 도심 침수 등 안전 관련 기상서비스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맞춤형 도심항공기상서비스를 위한 기술개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작년부터 기상청에 슈퍼컴퓨터 5호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예보에 활용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기상청은 2000년에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슈퍼컴퓨터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슈퍼컴퓨터 5호기는 작년 6월에 도입해 10월부터 예보와 미래 기후변화 예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예보역량에 관련된 3요소 중 하나가 고품질의 수치예보모델입니다. 이 수치모델은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로서 그 처리와 계산해야 할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에서만 구동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슈퍼컴퓨터는 예보업무에 필수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구동시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하드웨어라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이 처리하고 계산해야 하는 자료의 양이 매년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슈퍼컴퓨터도 주기적으로 그 성능을 향상시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 기상센터에서는 약 5년을 주기로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충북 오창에 위치한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설치‧운영되고 있는 슈퍼컴퓨터 5호기는 대한민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세계 9번째 개발)의 운영과 개선,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예측 즉 기후변화 시나리오 생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날씨예측에 가장 중요한 핵심 자산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얼마 전 기상청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방영됐죠. 거기에 기상관측용 선박이나 차량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상자산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실제로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해주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주로 기상청 업무의 기본이 되는 관측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장비들이 전국에 그리고 바다에 설치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상, 해상, 그리고 원격탐사 장비까지 입체적인 현재 대기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관측장비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동기상관측장비 전국에 약 650여개, 고층을 관측할 수 있는 고충장비, 위성, 레이다, 기상관측선, 기상항공기, 기상관측차량, 그리고 바다의 상태를 관측하는 부이 등 해상관측장비 등이 있습니다.이와 더불어 고가 장비인 슈퍼컴퓨터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입니다.

보강되어야 할 부분은 우선 바다쪽 상황과 고층상황을 현재보다는 더 조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장비 보강이 필요하고,또한, 도심에서 여러 가지 인간 활동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도심 관측망의 대대적인 보강, 그리고 미래 산업인 도심항공교통 공항 서비스에 필요한 낮은 층의 연직 기상상황을 위한 관측장비 또한 필요한 장비들입니다. 이와 더불어, 신재생 에너지 산업 지원을 위한 바람, 일사량 자료의 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날씨는 잘 맞히면 본전, 하나라도 틀리면 욕을 대박 먹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상청의 역할이 힘든 것이 사실인데요.기상청이 겪는 애환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요?

[인터뷰]
기상청은 매일 국민들과 최일선의 접점을 갖고 있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정부기관 중에 국민들로부터 매일매일 그날의 성적표를 받고 평가받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국민들께서 맞은 예보는 기억하지 못하시고 틀린 예보만 기억에 남는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또한, 교육 수준, 정보습득력 등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우리 국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의 기상청보다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단지, 예보는 확보가 아닌 예보라는 점을 좀 더 이해해 주셨으면 저희 애환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전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기상업무가 가장 빠르게 발전한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이와 같은 업무 발전은 국민들의 높은 수준과 이에 걸맞는 여러 가지 애정어린 질책 때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예보를 포함한 기상업무를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기상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청장님은 전공부터 지나온 길이 정통 기상 전문가로서, 새 청장이 되셨는데요.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요?

[인터뷰]
포부라기보다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꿈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매진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아끼며, 일로서 성취감을 얻는 행복한 기상청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업무로는, 기상청이 생산하는 예보와 특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0명이 되는 해의 원년을 제가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우리 기상청이 생산하는 예·특보를 포함한 기상정보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과 같은, 가족 다음으로 신뢰받는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소한 5개 이상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상선진국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와서 그들이 우리말을 배워 오던 통역을 동반하던 우리 직원들에게 이것 가르쳐 달라, 저런 정보 좀 달라 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우리가 선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제가 재임하는 동안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자 합니다. 첫째, 예보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 시키면서, 위성데이터를 첨단 기술과 접목 시켜 가성비 높고 의미 있는 자료로 재탄생시키고자 합니다. 둘째, 기후위기시대 대응의 근본이 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재현 및 근 미래 예측 등을 포함하는 등 타국보다도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후예측 시나리오를 만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름철 가장 고민스러운 북태평양고기압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도의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하는 북태평양고기압 집중관측 국제 프로젝트를 우리나라 주도로 준비하겠습니다.

[앵커]
기상청의 애환과 앞으로의 포부,이런 여러 가지를 들어 봤는데요, '날씨'를 전달해주시기 위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계신 덕분에 보다 안전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유희동 기상청장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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