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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위클리] 기존 치료제 잘 안 듣는 유방암 치료…ADC 기술

2022년 07월 20일 오전 09:00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바이오 분야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바이오 위클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유방암 치료제에 대해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성규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암 정복은 의학계의 영원한 숙제죠. 그래서 새로운 암치료제나 백신은 각별한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그런데 최근 미국 임상 종양학회에서 주목받은 항암제가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암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참 두려운 질병이죠. 일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최상위권은 항암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주요 암학회에서 어떤 연구결과가 발표되는지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입니다.

미국 임상 종양학회는 종양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 가운데 하나로 줄여서 ASCO 라고 부릅니다. 월에 열리는 미국암학회(AACR)가 주로 동물실험 결과를 공개하는 반면, ASCO는 최신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데요. 올해는 지난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대면으로 진행됐습니다.ASCO에서 발표 이후 기립 박수를 받은 항암제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죠.

[앵커]
세계적인 암 학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니, 자못 궁금한데요. 유방암에 대한 치료제라고요?

[기자]
기립박수의 주인공은 유방암 치료제안 엔허투라는 항암제인데요. 이 항암제는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공동으로 개발했습니다. 엔허투는 미국에서 2019년, 일본에서 2020년, 유럽연합에서 2021년에 승인을 받았죠.이 약이 ASCO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기존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유방암에서 탁월한 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앵커]
기존에 치료하기 힘든 유방암이라면, 어떤 유방암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유방암은 대표적인 여성 암으로 유방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졌는데요.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HER 2 양성 유방암, 삼중 음성 유방암 등입니다. 이 가운데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유방암세포 표면에 에스트로젠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를 발현하는 암입니다. HER 2 양성 유방암은 유방암세포 표면에 HER 2라는 단백질을 발현하는 암입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와 HER 2를 모두 발현하지 않는 유방암입니다.

이 가운데 HER 2 양성 유방암, 즉 유방암세포 표면에 HER 2를 발현하는 유방암은 이미 치료제가 개발됐습니다. 문제는 유방암세포 표면에 HER 2를 발현하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만 발현하는 유방암입니다. 이런 유방암은 HER 2가 유방암 표면에 매우 적기 때문에 기존 HER 2 유방암 치료제로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HER 2 발현율이 낮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제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인데요. 이걸 치료하는 항암제가 개발됐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새 방식의 항암제를 이해하려면 기존 항암제의 원리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HER 2 양성 유방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치료제를 허셉틴이라고 부릅니다. 허셉틴은 항체 치료제로 유방암 세포 표면의 단백질인 'HER 2'에만 결합합니다. 허셉틴이 항체인데, 바로 이 HER 2에 결합하는 항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허셉틴이 HER 2에 결합하면, 그 자체로 암세포로 파괴하는 효과가 있고요. 또 주변의 면역세포를 불러모아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항체를 이용하는 방식의 항암제를 표적 항암제라고 부르는데요. 항암제가 마치 미사일처럼 암세포를 표적으로 공격해, 이런 별칭이 붙여졌습니다. 새로 개발된 항암제는 허셉틴에 세포독성 물질을 추가로 붙였습니다.

[앵커]
네, 기존 항암제의 암세포 살상 효과를 좀 더 높였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기존 허셉틴, 즉 항체에 세포독성 물질을 추가로 붙였다고 설명했잖아요. 이런 방식의 치료제를 항체-약물-접합체, 줄여서 ADC라고 부릅니다. A는 항체를 뜻하는 antibody, D는 약물을 의미하는 drug, C는 항체와 약물을 접합하는 접합체 Conjugate의 약자입니다. 쉽게 말해 항체에 링커인 접합체를 통해 항암제를 연결한 건데요. ASCO에서 소개된 ADC는 엔허투라고 불립니다.

[앵커]
네, ADC라는 새로운 방식의 항암제 원리까지 설명했는데, 엔허투의 작용 원리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기자]
엔허투의 작용 원리는 이렇습니다. 먼저 허셉틴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항체가 유방암세포 표면의 HER 2에 결합합니다. 그러면 HER 2에 달린 항암물질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항암물질은 암세포의 DNA 복제를 억제합니다.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증식을 못 하고 죽는 원리입니다. 기존 허셉틴과 달리 추가 항암물질로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이 있어, 기존 HER2 양성 유방암 뿐만 아니라 HER 2가 조금만 발현된 유방암에도 효과가 있는 겁니다.

[앵커]
항체가 미사일처럼 암세포를 타격하면, 항체에 연결된 항암물질이 폭탄처럼 암세포 안에서 터진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효과는 어느 정도이길래 기립박수를 받았나요?

[기자]
암의 치료 효과를 평가할 때 암의 크기로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 방법은 별로 적합하지 못하거든요. 암이 일정 기간 크기를 유지하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암 환자의 생존 기간입니다. 항암제 치료 후 생존 기간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는 건데요. 그런데 1년을 더 생존하더라도 암의 추가적인 진행 없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 환자에겐 중요할 텐데요.

그래서 암의 진행이 없는 생존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이라는 평가 기준이 나왔습니다. 엔허투의 경우 임상 3상에서 기존 화학 항암제보다 무진해 생존 기간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은 겁니다. 미국 의료계에서는엔허투가 HER 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표준 요법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데 엔허투뿐만 아니라 허셉틴 ADC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허셉틴 ADC와 관련해서 시장에 엔허투를 포함해 2개의 항암제가 이미 출시가 됐고요. 이외에도 8개의 임상시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가운데 2개 임상시험을 국내 바이오 기업이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1개 임상은 중국에서 2상이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1개는 국내에서 1상을 완료했습니다.

[앵커]
국내 기업의 선전 응원해보고요. 또 궁금한 것이 그래서 국내엔 언제쯤 시판되느냐는 건데요?

[기자]
사실 환자의 측면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수도 있는데요.안타깝게도 엔허투는 아직 국내에는 시판되지 않았습니다. 보건당국은 현재 엔허투의 허가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난해 6월 신속심사대상 약물로 지정을 받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국내 허가가 늦어지면, 자칫 국내에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이번 임상 결과 엔허투의 치료 대상이 유방암의 15%만을 차지하는 HER 2 양성 환자에서 70%에 가까운 HER 2 저발현 환자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 등 적응증 확대를 가장 먼저 진행하는 국가들부터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련 업계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약사가 생산시설을 확대하기 전까진, 나머지 나라의 경우 엔허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앵커]
네, 그래도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기다려온 소식인 것 같은데요. 하루빨리 상용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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