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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끈적끈적' 점도 높은 기름도 뜰채로 회수…식충식물 섬모 원리 적용

2022년 07월 25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선박 좌초사고 또는 침몰사고가 일어나면 해양으로 기름이 굉장히 많이 유출되면서 방제작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물은 걸러내고 기름만 퍼낼 수 있는, 또 반 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뜰채를 개발했다고 해서 제가 이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해양 기름 유출 사고 하면 사실 태안 사고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온 국민이 힘을 모아서 한동안 애를 썼었잖아요, 이런 기름 유출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그야말로 재앙이 되기 때문에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거죠?

[기자]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름 유출 사고라고 하면 2007년 태안 해양오염사고가 떠오릅니다. 방재 작업에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방제작업만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 예상을 했어요, 하지만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해안으로 떠밀려온 기름을 일일이 닦아내면서 10년도 안 돼 태안 앞바다는 다시 아름다운 해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국내에서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매년 평균 280건 정도 발생한다고 해요. 대형 선박의 좌초 사고 이런 건 당연하고요. 선박에 기름을 주유하는 과정에서도 조금씩 유출이 되는 사고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해양사고에 대한 복구를 국민의 봉사와 노력, 자연 정화작용에만 의존할 순 없는 상황인데요.

게다가 지금, 또 앞으로 발생할 선박 사고는 2007년 태안 사고 때보다 위험 요소가 더 많아졌다는 게 문제라고 합니다. 지난 2020년 인도양에 있는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일어난 해양 기름 유출 사고를 보면 요즘에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데요. 천 톤이 넘는 기름이 유출되면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지상 낙원이 기름 지옥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화물선이 좌초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일본 선박회사가 당시에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다 제거했다 이렇게 밝혔지만, 모리셔스 역시 태안 사고 때처럼 해안가로 밀려든 기름때가 바다 생태계를 이미 파괴하고 있습니다.

특히, 또 이번에 유출된 기름은 끈적끈적한 점도를 가진 저유황유인데요, 방제에 특히 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모리셔스는 산호초로 유명한 바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곳 생태계가 완전히 복구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재 이처럼 해양에 기름이 유출되면 어떤 방식으로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기자]
우선 사고가 나면 기름이 더 퍼지지 않도록 오일펜스를 가장 먼저 칩니다. 그리고 흡착포를 던져 기름을 흡수시키고, 기름이 흡착된 흡착포는 일일이 사람이 건져내는 방식을 하고 있습니다. 해안가로 밀려온 기름때 역시 일일이 흡착포로 닦아내지 않는다면 자연 정화작용에 의해서 기름이 희석되고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고요.

흡착포는 기름을 흡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섬유라고 볼 수 있지만, 흡착하는 양의 한계가 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과 물이 뒤섞이며 완벽한 제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흡착포가 아닌 무인로봇을 이용해서 유출된 기름을 회수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최근 유출되는 선박유는 기존 방제 장비로는 회수가 더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유출되는 기름은 기존 장비로는 회수가 어렵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기자]
선박에 사용하는 기름, 그러니까 연료가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에 저유황유만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저유황유가 뭐냐면, 황 함량이 0.5% 이하인 중유를 말합니다. 연료 내 황 함량이 높으면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인해 매연이 공기 중에 나가면서 황산화물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공기 중 황산화물 농도가 높아지고 대기오염 물질이 늘어나는 거거든요. 기존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이 3.5%였으니, 굉장히 높은 편이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저유황유 사용을 강제를 하게 됐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환경에 좋은 저유황유 사용이 문제가 된 이유는, 저유황유가 바다로 유출됐을 때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유황유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물에 떨어뜨리면 마치 풀처럼 끈적끈적한 점도가 있어서 물에 퍼지는 게 아니라 뭉쳐있는 것처럼 볼 수 있죠. 저유황유가 응고하는 온도, 유동점이라고 하는데, 이 유동점이 평균 20도가량이라, 바다로 유출되면 해수가 굉장히 차갑기 때문에 20도 이하에서 고체처럼 더 딱딱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방제 장비로는 기름 회수가 어려워지는 건데 굳은 기름이 흡착포에 잘 붙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일펜스를 친 뒤 파이프로 물과 기름을 같이 뽑아내려 해도 높은 점도 때문에 파이프 관이 막히게 된다고 합니다.

[앵커]
영상으로 보니까 왜 제거가 잘 안 되는 건지 더 저희가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서 국내 연구진이 물 위에서 기름만 건져낼 수 있는 뜰채를 개발했는데, 그런데 기름 제거용 뜰채 개발이 처음은 아니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같은 연구진이 지난 2014년에 처음 개발했던 기름 뜰채가 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취재했었는데요. 이때는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기름 뜰채를 만들었습니다. 기름만 건져내는 뜰채 이렇게 연구성과 제목이 나왔었는데, 물과 잘 결합하는, 그러니까 물을 좋아해서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나노 구조를 뜰채 표면에 만들어 3D 프린터로 뜰채 모양을 프린트해서 만들었던 형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때 개발한 기술을 발전시켜서 현재 기술이전까지 했고, 기술이전 받은 중소기업은 제품을 생산을 맞춰서 현재 수출도 하고 제품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 CES 2022 취재를 갔다 왔잖아요, 거기서도 CES에 참가한 이 중소기업을 만났는데, 해외 투자자 앞에서 국내에서 개발한 뜰채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습니다.

[앵커]
이미 좋은 성과를 거둔 건데, 그렇다면 8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의 뜰채는 뭐가 어떻게 달라진 건가요?

[기자]
네. 우선 이번에 개발한 뜰채는 소재부터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3D 프린터로 프린팅을 해서 만들었다면 지금은 모시와 같은 친환경 셀룰로오스 소재에 나노 구조를 입혀서 뜰채를 만들었습니다.

나노 구조는 식충식물인 네펜데스를 모사한 섬모 구조를 띠고 있는 건데요. 식충식물 중에서도 주머니 형태를 가지고 있는 네펜데스와 같은 식충식물은 현미경으로 표면을 살펴보면, 곤충을 채집하기 위한 특별한 섬모가 있습니다. 이 섬모는 평소에는 메마른 상태였다가 물을 흡수하고 나면 일종의 수막과 같은 물 층을 만들게 됩니다.

연구진은 이를 물 윤활 층이라고 불렀는데요. 단단하고 두꺼운 물 윤활 층 때문에 식충식물 입구에 들어온 곤충이 미끄러지면서 주머니 안쪽으로 빠지게 되는 겁니다. 연구진은 이 섬모 구조를 모사한 나노 섬모를 셀룰로오스 표면에 만들었고요, 뜰채 표면에 물 층이 단단하게 만들어지면 물은 통과하고 기름은 미끄러져 기름만 떠내는 뜰채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개발된 뜰채가 일회용이 아니라 여러 번 계속 쓸 수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연구진이 2014년에 개발한 기름 뜰채도 당시는 몇 번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일회용은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는 선박에 자주 쓰는 액체 형태의 기름인 벙커C유를 기준으로 개발한 거였습니다. 그래서 이 당시에 만들었던 뜰채는 묽은 기름을 여러 번 회수를 하고 나면 오염되는 현상이 발견됐는데요. 소수성 소재에 친수성 소재를 코팅을 하는 방식이라 오염 자체를 막을 수 없었던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뜰채는 두꺼운 물 윤활 층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름이 쉽게 미끄러지고 소재 자체가 직접적으로 오염이 덜 되고요. 그래서 저유황유처럼 점도가 높고, 빨리 굳어지는 기름을 건져내는 건 물론 뜰채 표면에서 잘 떨어져 회수도 쉽고,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는 내구성이 확인된 겁니다. 연구진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문명운 / KIST 극한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식충식물의 윤활 층 위에 기름이 올라가면 훨씬 더 쉽게 기름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특히 고점도의 경우에는 기름이 잘 떨어지는 게 매우 중요한데요. 저희가 이런 원리들을 기름을 회수하는 일에 활용해보면 좋겠다 생각을 해서 적용하게 됐습니다.]

[앵커]
보기만 해도 끈적끈적한 기름이 묻으면 버려야 할 것 같은 데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참 놀라운데요. 그럼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뜰채는 기름 회수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요?

[기자]
연구진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4년부터 뜰채를 개발했잖아요. 그때부터 이미 해경과 함께 개발한 뜰채에 대한 실험을 같이하고 또 관련된 개발 기술을 이어왔는데요. 이번에 개발한 뜰채 역시 해경과 이미 실증실험을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제가 당시의 실험영향을 준비해 왔는데요. 지금 보는 영상인데, 뜰채로 기름만 쉽게 퍼서 옆에 쓰레기통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앵커]
정말 잘 떨어지네요.

[기자]
다시 또 뜨는 걸 보시면, 한 번 이렇게 물로 흔들어서 씻어내고 남은 기름을 다 떠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험을 한 결과 저유황유 기준으로 하루에 1톤 규모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는 거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영상으로 보니 정말 효과적으로 기름을 떠낼 수 있는 거 같은데, 빨리 상용화돼 현장에서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은 우선 지금 개발한 기술이 뜰채뿐 아니라 방제 작업을 하는 작업자의 장갑이나 의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이전을 추가로 할 필요 없이, 이전 버전의 뜰채를 상품화한 업체와 함께 개발하고 있어 그 업체를 통해 새로 개발된 내용이 포함된 제품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인데요. 뜰채로 기름을 뜨면 흡착포를 걷어내는 것과 똑같이 일일이 마지막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잖아요. 사실 빠른 방제를 위해서는 기름을 회수하는 자동화 기계가 필요한데, 이 부분도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미 나노 섬모를 톱니바퀴에 적용시켜서 유출유 회수 자동화 기계를 개발했는데요. 현재 시제품을 만들어서 크기와 회수 속도, 회수 후처리 등에 관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앵커]
한 번 발생하면 그야말로 재앙이 되고 마는 해양 기름 유출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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