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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알츠하이머 연구 이끈 미 논문 조작 의혹…16년 연구 물거품 되나

2022년 08월 01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사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다만 과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으로 '아밀로이드 가설'이라는 게 있는데,현재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나 치료제 개발이 이'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최근 지난 16년 동안 알츠하이머 발병 원리로 알려졌던 주요 연구 중 하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오늘 이와 관련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연구의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요. 충격입니다. 우선 조작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어떤 건지 알려주시죠.

[기자]
네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2006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이 세계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논문 제목은 "뇌의 특정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기억력을 손상시킨다."인데요. 어린 쥐에게 주입했을 때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 Aβ*56 (아밀로이드 베타 스타 56)을 발견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네이처는 이 연구 논문의 내용을 중요하다 보고,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스타 용의자를 발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 속에 존재하는 평범한 단백질이지만 신경세포 표면에 플라크 형태로 오랫동안 쌓이면 인지 저하를 일으켜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는 건데요. 이 논문이 발표된 이후 세계 각국 연구자에게 인용되면서 알츠하이머 발병 원리로 '아밀로이드 가설'이라는 게 생겼고요. 지금까지 2,270건 인용되면서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논문은 미국 정부가 알츠하이머 연구비의 투자 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도 했는데요. 2006년 당시 관련 연구비는 0원이었지만, 지난해 미 국립보건원은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관련 연구비로 2억8천만 달러까지 투자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저희도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 성과를 보도할 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라는 이름을 자주 언급했거든요.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알츠하이머 연구 분야에서 생각보다 더 중요한 논문이었네요.16년 동안 관련 분야의 연구 트랜드를 이끌었던 논문인데, 어떻게 조작 의혹이 나온 건가요?

[기자]
해당 논문의 조작 의혹을 제기한 건 올해 37살의 젊은 의사과학자 매튜 슈래그 미 밴더빌트대 의대 교수입니다. 슈래그 교수는 지난해 미국 바이오 회사인 카사바 사이언스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물질의 성분과 안정성, 효능 등을 조사했는데요.그 과정에서 이 약물 개발을 뒷받침하는 논문의 일부, 그러니까 논문 이미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그래서 슈래그 교수는 지난해 8월, 미 국립보건원에 내부 고발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해당 연구가 연구분야 전체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슈래그 교수는 해당 논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기'라고 규정하진 않았는데요. 이유는 미공개된 원본 이미지와 원 수치 데이터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슈래그 교수는 "공개된 논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것으로, 이번 분석은 최종 결론이 아닌 위험신호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구성해 슈래그 교수의 주장을 분석했는데요. 6개월에 걸친 조사결과를 지난달 22일 발표했는데, 역시나 해당 논문의 이미지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겁니다.

[앵커]
그 이미지가 바로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아밀로이드 베타 스타 56'과 관련된 거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조작된 건가요?

[기자]
제가 사이언스 보도에서 공개된 논문 조작 이미지를 가져왔는데요.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미지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난 나이 든 쥐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스타 56 단백질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슈래그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이 이미지에는 부적절하게 복제된 대역이 포함돼 있다는 건데, 빨간색 박스 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빨간 박스 부분은 아밀로이드 베타 스타 56 단백질보다 더 늦게 나타난다고 알려진 단백질 부분인데요. 실제보다 더 많이 발현된 것처럼 데이터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슈래그 교수는 두 집단을 비교하기 위해 배경을 검정색으로 바꾸고 각각을 다른 색을 색칠했는데요. 색칠된 밴드를 통합해보니 노란색으로 표시된 동일 영역을 확인했습니다. 동일 이미지의 상관계수로 계산해 완전 똑같은 경우가 1이라면, 논문 속 이미지는 0.98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이 정도의 수치가 우연히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 두 이미지의 상관관계가 높으면 일자 그래프가 나옵니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이미지를 검사해보면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나오지만, 중복 대역이 훨씬 낮게 나오는데요. 상관관계가 낮으면 곤충 날개 모양처럼 그래프가 그려집니다.

사이언스 지 역시 여러 과학자와 이미지 분석가로 구성된 전문가들로부터 해당 논문의 이미지 조작도 확인했는데요. 분자생물학자인자 유명 포렌식 이미지 컨설턴트 엘리자베스 빅은 "문제의 논문이 각기 다른 실험에서 나온 이미지 일부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험 결과가 애초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데이터가 가설에 더 잘 맞게 변경됐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밀로이드 가설을 함께 주장했던데니스 셀코 하버드대 교수도 사이언스에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발견한 아밀로이드가 존재한다는 증거조차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논란 의혹에 대해 논문을 직접 쓴 연구자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기자]
사이언스는 이번 조사결과를 보도하기 전 레스네 교수와 그의 연구팀에 입장 발표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레스네 교수의 소속 대학인 미네소타 대학은 현재 연구 진실성 관련 조사에 나선 상태이고요.현재 2006년 논문을 실었던 네이처 역시 논문 이미지 조작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해당 논문 페이지에 결과를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를 실어둔 상태입니다.하지만 해당 논문 저자들은 직접적인 답변은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믿는다며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직 완전히 조작이다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의혹만으로도 큰 충격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해당 분야 다른 연구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논문 조작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외적으로 황우석 사건 이후로 연구 윤리, 특히 연구 이미지 도용 및 복제에 관해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미네소타 대학과 네이처, 미 국립보건원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현재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빠져나가기 힘든 증거들이 나왔다고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럼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이창준 / 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 : (복제 이미지가 있다는 건) 전체를 신뢰 못 하는 거죠. 사실 과학자는 이런 실수를 하나라도 하면 안 되거든요. 옛날에 황우석 케이스하고 거의 비슷한…(논문 조작은) 한번 하기가 어렵지, 한번 하고 나서는 여러 번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거는 정말 비슷한 케이스고, 비슷한 여파가 있을 겁니다.(이번 사태로) 아밀로이드 베타가 꼭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고요.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저희가 연구하는 이런 뇌 염증 물질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탄력을 받을 것 같습니다.]

[기자]
하지만 이번 논문의 조작 의혹이 확인되더라도 전체 알츠하이머 연구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선 레스네 교수의 연구 이외에도 알츠하이머의 원인 혹은 결과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 속에 많이 쌓이는 건 확인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알츠하이머 임상에서 주로 타깃으로 하는 단백질 그룹은 스타56이 아닌 아밀로이드 베타 40에서 42 단백질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나 다른 연구 과제에 영향을 미치는 건 극히 적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미 FDA가 최초로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주는 방식인데, 효능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유효성 논란이 있었고요.게다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여러 치료제가 임상 시험에서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을 타깃으로 한 바이오젠의 '레카네맙',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로슈의 '간테네루맙'이 올 하반기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이들 치료제의 성공 여부가 '아밀로이드 가설'의 진실공방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많은 제약회사들이 '논문'들을 근거로 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논문의 가치는'사실'에서 온다는 것을 그 누구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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