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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죽은 지 1시간 지난 돼지의 심장 되살렸다"…죽음의 정의 바꿀까?

2022년 08월 08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우선 이야기에 앞서서 혹시 두 앵커분은 사망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앵커]
사망이요? 글쎄요. 생명 활동이 완전히 정지돼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뭐, 숨이 멎고 심장이 멈춘 상태가 아닐까요?

[기자]
네, 맞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심장이 멎은 뒤, 의사가 사망 선고를 하듯 우리는 심장이 멈췄을 때 비로소 죽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죽은 지 1시간이 지난 돼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번 실험으로 삶과 죽음의 정의가 흔들리는 건 물론 윤리문제까지 발생할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확실히 죽은 지 1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움직였다는 거잖아요. 섬뜩한 기분마저 드는데요. 돼지가 되살아난 실험 과정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이번 실험은 네나드 세스탄 예일대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는데요. 연구팀은 우선 실험용 돼지를 마취 상태에서 심장 충격을 줘 심장마비를 유도했습니다. 에크모라고 불리는 인공호흡장치도 떼 완전히 돼지가 죽은 걸 확인했는데요. 죽은 지 1시간 후 인공 심폐 장치와 비슷한 장비로 혈액 대체제인 '오르간엑스'라는 특수 용액을 투여하자 죽었던 돼지가 살아났던 겁니다.

연구팀은 약물 투여 6시간 후 오르간엑스가 돼지 정맥과 동맥을 순환하자, 죽은 돼지 심장에서 전기활동을 감지했는데요. 심장뿐 아니라 간과 신장 등도 내장 장기 안에서도 신진대사를 확인했고, 뇌세포 기능도 다시 시작된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앵커]
죽은 돼지에게 혈액 대체제를 넣었다고 설명했는데, 이 특수 용액 때문에 돼지가 살아난 건가요?

[기자]
네 그렇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연구팀이 개발한 오르간엑스라는 특수 용액은 13가지 화합물을 섞어서 만들었는데요. 영양분도 들어있고 또 항염증제, 혈액 응고방지제, 세포사 예방제, 신경 차단제, 인공 헤모글로빈, 돼지 피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오르간엑스를 투여할 때 일부 죽은 돼지에는 에크모만 연결하고, 또 일부는 처지 없이 그냥 두면서 세포와 장기의 변화를 비교해 살폈는데요.

에크모를 단 돼지는 혈액만 흘러가게 할 뿐이지 오르간엑스라는 특수물질이 없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죽은 동물의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에크모 단 돼지는 죽은 뒤에 몸이 뻣뻣하게 굳고 장기가 부어올랐으며, 세포막과 혈관이 분해되기 시작해 등에 피가 고이고 자줏빛 반점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오르간엑스 투여한 돼지는 사후 몇 시간이 지나도 사체가 굳지 않았는데요. 제가 세포 사진을 몇 개 가져왔는데, 지금 보시는 게 간세포입니다. 에크모를 단 돼지랑 오르간엑스를 주입한 돼지를 보시면 빨간색으로 보이는 게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이라는 게 간에서 많이 생성됐던 거를 볼 수가 있고요.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이거는 이제 오르간엑스를 투여한 돼지의 신장세포를 살펴본 건데요. 오르간엑스를 투입한 돼지에서는 근육 단백질인 액틴이 활성화된 것을 보니까 신장이 그만큼 움직였다. 이렇게 확인을 해볼 수 있는 거죠.

다음 보시는 사진은, 오르간엑스를 투여하고 난 뒤에 복부 초음파를 촬영해 본 거에요. 심전도를 본 건데요. 오르간엑스를 투여하자 대표적인 신장 혈류들이 자세히 보이는 걸 볼 수 있고, 신장 모양도 실제로 약간 얼핏 볼 수가 있죠. 혈액이 흐른 걸 확인해 볼 수 있는 겁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번 실험이 14일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오르간엑스 돼지 장기가 얼마 동안 작동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얼마 동안 살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탭니다.

[앵커]
그러니까 특수 용액만으로 죽었던 돼지의 몸이 되살아났다는 거잖아요? 가장 궁금한 게 그럼 돼지의 의식도 돌아왔나요?

[기자]
죽은 세포들이 다시 활동한 건 맞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개별 뇌세포가 활동을 시작한 것까지 확인했을 뿐 뇌가 전체적으로 신경 활동이 일어났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오르간엑스 용액에 신경 차단제가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번 연구결과가 신체 조직 일부가 재생됐지만, 완전히 돼지가 되살아났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르간엑스를 투여한 돼지가 실험 중 움직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직 영상 촬영을 위해 요오드 조영제를 주사하자 머리와 상체를 홱 움직여 연구자들이 실제로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아직 돼지가 머리를 움직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하면서도 아마도 척수 신경 자극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볼 뿐 뇌 재생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번 실험 방식으로는 뇌까지 되살릴 순 없는 건가요?

[기자]
현재로는 그런데요. 이번 실험 자체가 뇌세포의 활동만 살린 거니까, 뇌를 되살렸다. 이렇게 보기는 어려운 거죠. 사실 세스탄 교수는 지난 2019년에도 비슷한 연구를 한 바 있거든요. 그때는 죽은 지 4시간 지난 돼지의 뇌 기능을 일부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었는데요. 이때 개발한 게 브레인엑스라는 혈액 모방 용액으로, 죽은 돼지에게 브레인엑스를 주입하자 뇌 속 혈관이 정상 구조를 되찾으면서 일부 신경세포와 혈관 세포 등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당시에도 연구팀은 뇌를 되살리는 게 아니라 뇌세포 활성을 되살렸다고 설명하면서 의식 회복이 목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었거든요. 이번 연구는 2019년 뇌에 한정했던 실험을 전체 장기로 확대한 거라고 보면 되는데요.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은 동물이 죽었을 때 세포가 할 수 없는 일을 오르간엑스가 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심장이 멈추면 장기 기능이 무너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죽은 장기를 되살렸다는 실험 결과 자체가 충격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장기이식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 역시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심장이 멈추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건 심장이 멈추면 몇 분 내 체내 각 조직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장기들의 구조가 빠르게 무너지며 부패가 시작되기 때문인데요. 현재는 뇌사 환자가 사망 판정 후 2시간 뒤 장기 이식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뇌사 환자의 심장 박동이 미약하게 계속돼 사망 판정 시점이 조금만 늦어져도 장기 훼손으로 이식이 어려워지는데요. 그래서 실제로 장기 기증을 결정했던 환자 중 절반가량은 기증에 실제 실패한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번 오르간엑스 기술이 당장 임상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의 장기나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장기 골든타임이 늘어나 장기 이식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거죠. 연구팀은 앞으로 되살린 장기를 다른 생체에 이식한 뒤 제 기능하는지, 살아있는 동물 체내에서도 오르간엑스로 손상된 장기를 복구시킬 수 있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설명을 들어보니 장기기증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 같아 기대가 되는데요. 하지만 이번 실험이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순 없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람이 아닌 돼지였고, 장기, 더 구체적으로는 세포 수준에서 죽었던 걸 되살렸기 때문에 어쨌든, 윤리적으로 죽은 걸 되살린 거잖아요. 이 때문에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 죽음의 정의 등이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뇌와 심장, 폐 기능의 완전한 상실, 이게 현재 의학에서 보는 죽음의 정의인데요.

오르간 엑스로 인해 심장이 뛰거나 뇌 기능이 되살아난 상태에서 장기 적출이 가능하냐는 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윤리학자인 아서 캐플런 뉴욕대 교수는 네이처에 "뇌사에서의 죽음의 정의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많이 논의됐지만, 심장 사망이 언제 발생하는지에 대한 합의는 별로 없었다"면서 의학의 발전에 따라 죽음에 대한 정의는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자, 오늘 죽음을 거스르는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들어봤는데, 좋은 목적으로만 계속 잘 사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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