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권도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스마트공장 기술 보급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5G나 6G 이동통신을 이용해서 공장 설비를 제어하는 기술력의 핵심은 무엇인지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스마트공장' 통신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ETRI 조권도 박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ETRI 셀룰러사물인터넷연구실에서 박사님께서 근무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셀룰러라는 말은 휴대폰을 말하는 거잖아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죠.
[인터뷰]
네, 제가 근무하는 ETRI는 통신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 개발하기 위해서 1976년에 설립된 기관인데요. 여기서 '셀룰러'라는 용어는 이동통신을 뜻합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전국에 촘촘히 설치된 이동통신 기지국과 무선으로 통신을 합니다.
하나의 기지국과 무선통신이 가능한 영역이 반경 수백 미터 정도인데요. 그 영역 하나를 '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셀룰러'라는 용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적용된 이동통신기술을 말합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 서비스에 사용하는 통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유선인터넷을 사용하거나, 무선랜 또는 위성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저희 연구실은 사물인터넷 서비스에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에 핀란드에서 경북 경산에 있는 스마트공장으로 실시간으로 원격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이셨는데요. 정확하게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핀란드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6G 연구 사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핀란드 오울루 대학과 한국에서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하는 ETRI가 상호협력해서 수행한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오울루 대학과 저희 ETRI는 5G 이동통신 시스템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북/경산에 있는 스마트공장. 그 스마트공장 설비에, ETRI의 5G 시스템을 설치 연결하였고요. 이 시스템을 다시 오울루대학에 있는 5G 시스템과 대륙 간 광 네트워크로 연결하였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스마트공장 시연은, 경산공장에 있는 로봇과 설비를, 지구 반대편 오울루에서, 원격으로 제어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5G 기술을 활용해서, 안정적으로 수행됨을 보인 것입니다.
[앵커]
그 멀리 떨어진 핀란드에서 우리나라의 공장을 원격 제어했다는 건데, 5G 통신을 이용했다고 하셨는데. 서살 핸드폰을 사용할 때도 통신 지연이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경우에는 지연이 없었을까요?
[인터뷰]
네, 핀란드까지의 통신 거리는 약 1만 킬로미터(㎞)인데요. 이 구간에서 0.3초 이내 지연으로 공장을 원격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장을 원격으로 제어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요?
[인터뷰]
일단 하나의 제어센터에서 여러 생산 공장을 제어할 수 있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또, 반대로, 하나의 생산 공장을 여러 회사가, 원격 제어를 통해서 공유하는, 공장 공유 서비스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국내에 있어도 되지만, 제조 산업에 국경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번 시연에서는 핀란드에서 원격 제어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범지구적인 원격 스마트 제조 서비스의 가능성을 검증한 시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제조업에 있어서 시공간의 제약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종종 들리는 용어이긴 한데 스마트공장, 스마트팩토리라는 용어가 있죠. 이게 정확히 어떤 공장을 의미하는지도 설명을 해주시죠.
[인터뷰]
스마트공장은 제품의 기획, 설계, 제조, 유통, 판매와 같은 모든 생산과정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맞춤 제품을, 시간과 비용을 줄여서 생산할 수 있는 지능형 공장입니다. 사물인터넷 기술 덕분에 기계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서, 대량의 분석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공장은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로봇을 적극 활용합니다.
아마, 미래의 자동차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 따라 조립하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서, 고정되어 있는 자동차에 여러 가지 이동 로봇이 자유롭게 접근해서, 필요한 작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바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형태의 차종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고, 새로운 차종을 제조해야 하는 경우에는, 공장 설비를 변경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스마트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5G 기술이 필수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원활한 통신 때문이겠죠?
[인터뷰]
네, 4G 그러니까 4세대 LTE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인터넷 간의 통신에 주안점을 둔 기술인데요. 반면, 5G 이동통신 기술은 산업용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 사물인터넷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술입니다. 공장 설비와 통신하는 상황에서, 통신 오류나 지연이 발생하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통신 오류와 지연을 크게 줄이는 기술이 5G에 포함되었고, 공장 내에 수많은 센서가 동시에 통신을 하는 상황을 대비한 기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5G 기술은 스마트공장에 잘 어울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5G폰이 LTE폰에 비해 속도가 조금 빠른 것 외에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 5G폰을 통해 보이는 통신기술의 혁신은 속도 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5G 기술의 큰 특징인 사물 간 통신 기능은 스마트폰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제조/의료/헬스/차량/보안/드론/게임과 같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것이 5G 기술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5G 대신에 기존의 4G나 혹은 유선 인터넷,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까요?
[인터뷰]
물론 4G나 와이파이도 스마트 공장에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5G가 통신 신뢰도나 지연 측면에서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고신뢰/저지연 5G 시스템의 통신 지연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영상이 있는데요. 지금 나오는 영상은 막대기를 세우는 시연을 한 것입니다. 통신 지연에 따라, 와이파이로 연결한 쪽은 흔들리는 것이 보이고요. 5G에서는 통신 지연이 상대적으로 짧고 안정적이어서 막대기가 똑바로 잘 세워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유선 통신은 공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 중입니다.
다만, 로봇과 같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공장설비에는 유선 설치가 어려운 점이 있고요. 또, 생산 설비를 변경해야 한다면, 유선보다는 무선이 설치가 편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와이파이 기술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서, 스마트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 기술입니다. 다만, 와이파이는 태생적으로 근거리 통신을 위한 기술이어서, 물류/배송과 같이, 이동 중에 통신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5G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함께 사용되는, 상호보완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5G로 통신한다고 하니까 걱정되는 게 통신 요금이거든요. 요금 부분에서는 괜찮은지, 중도에 통신이 끊길 염려는 없나요?
[인터뷰]
5G 기술을 활용해서 공장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통신요금은 감수할 만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5G는 LTE보다 통신 에러 확률이 매우 작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중도에 통신이 끊길 염려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선통신방식은 간섭 신호를 피하기 어려운,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5G는 통신이 끊기는 상황을 대비해서 정보를 빠르게 재전송하거나, 에러를 바로잡는, 개량된 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5G 상용화 이후에, 전 세계 연구원들은 이미 다음 세대인 6G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연구동향에 따르면, 에러 확률을 5G보다 100배/1,000배 낮추는 기술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것은 공장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유선 통신 방식의 신뢰도에 가까운 성능입니다. ETRI도 이러한 6G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기술적 한계도 6G에서는 대부분 극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조금 전에 필란드에서의 스마트공장 원격 제어 실험이 1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뤄졌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혹시 이런 실험이 세계에서 최초로 이뤄진 건가요?
[인터뷰]
5G 상용화 직후에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공장에 5G를 접목하려는 사업을 매우 적극적으로 시도하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에릭스/노키아/퀄컴/지멘스/중국의 화웨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다만, 우리처럼 5G의 저지연/고신뢰 기술을 활용해서, 공장 공유서비스 개념을 제시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는 형태의 기술 시연은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거처럼 스마트공장이면 공장 공유서비스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어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서비스인 거 같은데 이게 좀 확대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인터뷰]
스마트공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하고 있고, 이를 지원하는 단체가 국내에 많습니다. 그런데 원격 제어에 특화된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원격 제어 방식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회사마다 제어 방식이 다르면 호환성이 없어서, 저변 확대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표준화 이슈가 중요하고요.
또 하나는 보안 이슈입니다. 얼마 전에 웹 카메라가 해킹돼서, 사생활이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또, 만약에 공장 설비가 해킹된다면, 원격제어를 통해서 물리적인 공격이 가능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장 운영자는 공장 내부의 데이터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치명적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5G 망을 사설로 구축해서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원격 제어를 위해서는 결국 인터넷망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 대책이 높은 수준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앵커]
시공간이나 유무선의 제약이 없는 통신망으로 이루어진 좀 더 빠르고, 획기적인 스마트공장 한 번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고요. ETRI 조권도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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