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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타인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샤덴프로이데

2022년 08월 16일 오전 09:00
■ 신고은 / 심리학 작가

[앵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실패나 불행을 보면서 묘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런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해야 하는지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신고은 심리학 작가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타인의 불행에 은근히 기뻐하는 심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텐데, 사실 이런 기분이 들면 왠지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잖아요. 근데 이 감정을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당연히 걱정해야 하고 또 위로해야 될 것 같지만, 나도 모르게 속으로는 웃음을 짓는 경우가 있는데요. 직장 동료나 오래된 친구, 심지어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에게도 이런 감정이 들곤 하지요. 이런 감정을 샤덴프로이데라고 부릅니다.

샤덴은 독일어로 고통, 그리고 프로이데는 기쁨을 뜻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샤덴프로이데는 타인의 고통에 기뻐하게 되는 감정을 말합니다. 인정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자연스러운 감정이죠.

[앵커]
네 그렇다면 이러한 감정, 어떠한 불행을 보면서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가요?

[인터뷰]
네, 샤덴 프로이데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한데요, 오늘은 크게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첫 번째로는 사소한 실수 상황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재미있는 영상 볼 기회가 많아졌죠.

그중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실수 동영상인데요. SNS에 올릴 사진을 찍던 사람이 실수로 물에 빠지는 장면을 본다거나, 아니면 생방송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 장면이 나올 때 사람들은 폭소하죠. 운동선수가 결정적 순간에 넘어질 때도 마찬가지고요. 당사자에게는 분명 부끄럽고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됩니다. 이렇게 타인의 사소한 실수가 샤덴프로이데를 유발하지요.

두 번째 상황은 라이벌이 실수할 때입니다. 내가 평소에 많이 의식하고, 또 경쟁 상대로 생각하던 사람이 일이 안 풀리는 걸 볼 때 사람들은 샤덴프로이데를 느낍니다. 그 사람을 이기고 싶었던 마음이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뒤처지는 만큼 내가 나아간다는 우월감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일본 교토대학교 다카하시 연구팀에서는 fMRI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샤덴프로이데를 증명했는데요. 우리의 뇌는 질투를 강하게 느낄 때 배 측 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되고, 불안감이 고통을 느끼는데요.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시기하는 친구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사건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참가자가 이런 상상을 하는 동안 뇌 영상을 촬영했는데요. 이때 복 측 선조체라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복 측 선조체는 아이들이 초콜릿을 먹고 행복해할 때, 어른들이 더운 여름날 맥주 한잔을 마실 때 활성화가 되는 부위인데요. 쉽게 말해서 보상이나 기쁨, 중독과 관련이 된 영역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불행을 상상하면서 이 부위가 활성화되었다는 건 나에게 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처럼 달콤한 될 수도 있다는 거죠. 특히 내가 이기고 싶은 상대일 경우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앵커]
네 다른 사람의 실수나 고통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는 게 뇌 과학적으로 증면이 됐다는 말씀이신데, 앞서서 타인의 실수, 라이벌이 실수했을 경우 이 두 가지 경우를 말씀해주셨는데 세 번째 상황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네, 마지막 세 번째 상황은 악인, 그러니까 아주 나쁜 사람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는 경우인데요. 사람들은 누구나 정의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영화 '테이큰' 많이 보셨을 텐데요. 딸을 납치한 범인에게 복수하는 아버지의 상황을 다룬 작품이죠. 납치된 딸을 구하는 복수의 과정은 잔인하고 핏빛으로 가득하지만, 마지막에 악인이 멸망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쾌감을 느꼈는데요. 이렇게 범죄자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거나, 혹은 나를 배신한 사람이 엄청난 복수를 당했다는 기사를 볼 때 우리는 쌤통이라며 좋아합니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의 서사도 이런 샤덴프로이데 정서를 이용해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악인이 머리를 쓰고 권력을 잡고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마지막 회에 주인공이 통쾌하게 복수한다면 관람객들은 열광하죠. 어쩌면 이 장면을 보기 위해 긴 시간을 들였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누군가의 불행이 정의구현이라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기뻐하고, 또 그 감정을 정당화하기까지 합니다.

[앵커]
네 그럼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는 집단 따돌림과 같은 문제도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될까요?

[인터뷰]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 때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재미를 위해 누군가를 괴롭히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얼핏 보면 샤덴프로이데와 유사해 보이는데요.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샤덴프로이데는 당사자가 직접 불행한 상황을 만들고 기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능동적인 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죠. 오히려 악한 마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이 불행해지도록 상황을 조작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샤덴프로이데는 사소하고 별것 아닌 상황에서 보통 유발이 되는데요. 끔찍하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은 친구를 보며 놀릴 수는 있지만, 최근과 같이 폭우가 내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그 장면을 보고 농담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타인의 극단적인 불행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이건 옳은 마음이 아닌 것 같아, 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오늘의 주제인 '샤덴프로이데'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언뜻 악한 마음에 가깝다 이 부분을 잘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샤덴프로이데가 선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물론 상대가 힘들 때 여기에 공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니까 무조건 나쁜 심리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요. 샤덴프로이데 중에서도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중한 사람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사람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에게 불행이 일어나길 바라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공부도 안 하고 돌아다니는 자녀가 오디션에서 떨어져서 울고 있을 때, 부모는 기뻐합니다. 차라리 잘되었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할 수 있는 거고요.

[앵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궁극적으로 타인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그 물음에 답을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네, 여러 가지로 해석을 할 수 있겠는데, 먼저 첫 번째로는 큰 노력 없이도 순간적으로 해방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좋아지려면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이벤트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부해서 시험을 잘 봐야 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하고..., 하지만 샤덴프로이데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기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인간은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타인과 끊임없는 비교를 합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 부족한 사람을 끊임없이 찾아내지요. 내가 실패했을 때, 주변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열등감이 생깁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가지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요. 하지만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볼 때, 그래도 저 사람보다는 내가 낫지, 하는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상대의 불행 그 자체로 즐겁다기보다는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좋은 거예요. 결국, 내가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나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또 즐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는 겁니다.

[앵커]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그리고 선한 마음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말씀해주셨지만 사실 그래도 뭔가 죄를 짓는듯한 마음은 씻기가 어려운데요. 이 샤덴 프로이데라는 감정을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인터뷰]
일단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심리이니까 나쁜 마음이라고 보기가 쉬운데, 의외로 선한 마음에서 샤덴프로이데가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를 드립니다.

누가 봐도 나쁜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친구를 볼 때, 그 사람이 걱정되겠죠. 그래서 만약 그 친구가 파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히려 마음이 훈훈해지는데, 이건 소중한 사람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사람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에게 불행이 일어나길 바라는 심리입니다.

하지만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무조건 볼 수는 없는데요. 왜냐하면, 본인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감정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어떤 감정은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나름의 기능을 가지고 있고요.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감정의 경우 억압하고 숨기는 데 급급합니다. 문제는 감정이 숨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감정은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강해져서 이성을 사로잡습니다. 참다가 더 감정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감정의 당연함을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을 통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흘려보낼 필요가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여 우월감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타인의 불행을 원동력으로 삼기보다는 타인의 불행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요. 상대적으로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가 한 단계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큰 행복감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겁한 우월감보다 건강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때 우리는 샤덴프로이데라는 감정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겁니다.

[앵커]
네, '샤덴 프로이데' 라는 말을 저는 오늘 처음 들어보았는데요. 이게 '질투'로 표현되기보다는 나를 발전시키고, 성숙한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고요. 신고은 심리학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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