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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무의식을 그린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

2022년 08월 19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사이언스 in Art' 시간입니다. 오늘은 독특한 상상과 표현 방식으로 무의식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살바도르 달리하면 사실 독특한 외모 수염도 아주 인상적인 작가잖아요. 많은 분들이 살바도르 달리하면 시계가 녹고 있는 그 그림을 생각할 거 같은데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녹은 시계들이 사막에 널려있는 작품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바로 20세기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작품입니다.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인데요. 1931년 작으로, 뉴욕에서의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달리는 당시에 초현실주의 그룹이 참여했던 이 전시를 통해서 크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앵커]
네. 그야말로 달리를 상징하는 작품인데 '기억의 지속'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시죠.

[인터뷰]
일단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인데요. 웬만한 상상력 없이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림인데요, 배경에는 언뜻 바다와 해안선, 그리고 암벽이 보이고요. 땅에는 수분기가 없어 보이는 사막처럼 보입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마치 천 조각이 널려있는 것처럼, 시계가 흘러내리는 듯이 걸려있고요.

그 외에도 2개의 시계와 주황색 회중시계가 하나 더 보이는데요. 전부 흘러내리듯이 걸쳐져 있습니다. 아지랑이나 신기루가 떠오르기도 하고, 언젠가 꿈에서 본 것 같은 광경이기도 한데요.

특히 회중시계 위에는 개미떼가 몰려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 개미떼 같은 경우는 부식, 죽음 같은 의미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고요. 살바도르 달리가 개인적으로 개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도 전해지는데요. 그런 무의식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인 바닷가 마을은 달리의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 해변으로 보이고요. 또, 여러 개 흘러내리는 시계에서 억눌린 욕망 같은 것이 엿보인다고 해석되기도 했는데요, 이 시계를 묘사한 부분에 대해서 살바도르 달리는, 까망베르 치즈에서 영감을 얻어 이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닷가와 사막, 시계와 개미 같은 것들을 한데 모아두니까 부자연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정말 까망베르 치즈에서 저런 시계를 떠올렸다고 하는 거부터가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인 것 같은데요,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인터뷰]
네. 살바도르 달리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은 해야만 했던, 소위 고집불통인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또 자아도취 성향까지 있었다고 하는데요, 달리는 7세가 되던 해에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하는데요, 이곳에서 절친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거든요. 바로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영화감독인 루이스 부뉴엘인데요. 이들과 큰 영감을 주고받고 이후 달리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게 되는데, 바로 그곳에서 초현실주의 운동에 합류하게 됩니다.

[앵커]
프랑스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시작이 되는 거군요. 그렇다면 그다음에 살바도르 달리의 행보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파리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디자이너인 코코 샤넬, 또 르네 마그리트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되고요, 또 인간의 무의식에 주목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찾기 시작합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이미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접근을 위해 자기 스스로 환각 상태로 유도합니다. 그 결과 정말 꿈속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을 작품으로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고요.

또 달리가 한 유명한 말이 있죠.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단지 평범하지 않을 뿐. 매일 아침잠에서 깰 때마다 최고로 즐겁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이런 명언을 남긴 살바도르 달리는 194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첫 회고전을 열게 되고요, 뉴욕에서 영화나 패션, 광고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고 또 인정받으면서 인지도를 쌓게 되었습니다.

[앵커]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장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 같은데요. 다른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네, 달리의 여러 작품이 있겠지만, 대표작으로 꼽자면 바로 '양갈비를 어깨에 걸친 갈라' 라는 작품인데요.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보고 나서 한동안 계속 떠올랐을 정도로 세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양갈비 보다도 지금 갈라의 얼굴이 화면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크게 묘사되어있고요. 작품의 중앙 하단에 보시면, 갈라의 어깨에 양의 생갈비 2개가 올라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달리는 어떤 해석을 내놓았을까요? 아주 단순하게 '나는 갈라와 양갈비 둘 다 좋아한다. 이 두 가지를 같이 그리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 라고 했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재미있는 설명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갤러리나 박물관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아시는 분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우리가 오래전부터 너무도 잘 아는 막대사탕 브랜드의 로고 디자인을 바로 살바도르 달리가 했다는 사실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막대사탕 브랜드의 로고를 1969년에, 달리가 작업을 했습니다.

이 브랜드의 대표와 달리가 친분이 있었는데요, 하루는 커피를 마시면서 달리에게 로고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유명 코카콜라 브랜드와 같은 인상적인 로고를 만들고 싶어 했고요, 달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테이블에 있던 냅킨 위에 로고를 스케치해서 건네줍니다.

그렇게 그려진 로고 디자인이, 지금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노란색 바탕에 붉은 글씨로 그려진 바로 그 로고고요. 고민도 하지 않고 그린 로고라고 하지만 직관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특징 때문에 오늘까지도 로고의 디자인을 크게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사는 동안 굉장히 많이 본 로고인데 이게 달리의 작품인지는 몰랐습니다. 달리의 작품들을 보면 크게 어렵지도 않고 또 익숙하지도 않은 풍경이라서 눈길이 계속 간다 그런 기분이는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보면요, 완전히 처음 보는 광경이라기보다는 현실에 존재하거나, 존재할법한 사물들을 생경한 조합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많습니다.

다만 작품 속 풍경 그대로가 실재한다면 좀 이상할 것 같은 그런 조합들이라서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데요, 예를 들면 '기억의 지속' 작품에서도 해안선과 사막, 시계 같은 것들은 다 현실에 존재하는 평범한 것들이지만 한데 모아놓은 게 묘한 거거든요. 우리가 꿈꿀 때도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깨고 보면 아, 비현실적이다 하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앵커]
생경한 조합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꿈속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을 작품으로 그려내게 된 살바도르 달리. 왜 꿈이나 무의식에 주목하게 되었을까요?

[인터뷰]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요. 살바도르 달리라는 이름은 사실 형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는데요, 살바도르 달리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또 부모의 사랑도 받으며 자랐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형의 대체물이라는 생각이나, 형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자신은 죽은 형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과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어떤 특이한 행동을 한 이유도 있다고 보고요. 이런 내면에 자리하는 불안한 심리, 무의식 같은 것을 스스로 탐구했습니다. 초현실주의자들과의 소통 그리고 특히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요.

프로이트가 이런 이야기를 했죠. "예술은 무의식이나 과거의 체험으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이런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이론과 해석에도 크게 주목하면서, 자신의 작품 속에도 꿈속에 나올법한 왜곡된 형태의 사물이나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무의식과 꿈이라고 하면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달리가 주목한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시죠.

[인터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워낙 잘 알려져있지만 그중에서도 앵커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무의식과 꿈에 대한 이론이 유명하죠. 무의식에 대한 발견이 바로 프로이트의 큰 업적 중에 하나인데요, 무의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실수나 꿈이나 강박행위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 상태에서의 행동 뒤에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충동, 예를 들면 성적인 충동 같은 것들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데요, 프로이트는 실수가 우연이 아니고 무의식과 관련된 심리적인 행위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특히 달리가 주목했던 ‘꿈'에 대해서는 내면의 욕망이나 억압된 소망, 무의식이 왜곡된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바로 인간의 두 가지 심리적인 경향 때문인데요, 하나는 소망 충족으로서의 꿈을 지향한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그 꿈을 스스로 검열하고 결국에는 직접적으로 행하지 못하고 왜곡되게 표현한다는 해석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달리가 꿈에도 주목을 했지만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누구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달리에게는 한평생을 사랑한 여인이 있었는데요, 바로 '갈라' 입니다. 갈라는 달리를 만나기 전에는 유명한 시인인 폴 엘리아르의 아내였고, 또 화가 막스 에른스트의 연인이기도 했는데요.

이 갈라가 바로 달리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었다고 하고요. 달리는 갈라에 대해서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보다, 심지어 돈보다도 갈라를 더 사랑한다면서, 자신은 갈라로 인해서 치유 받았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고 다녔을 정도로 열렬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달리는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한 내면과 기행이 잦은 좀 특별한 사람이었는데요. 갈라는 이런 개성이 넘치는 달리를 항상 위로하고 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고 합니다. 달리는 이런 갈라를 자신의 그 무엇보다도 가장 사랑했다고 알려져 있고요, 달리가 말하길 자신의 그림 대부분은 갈라의 피로 그렸다고 했을 정도로 예술 활동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괴짜'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천재'로 통하는 '달리'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저희가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환상과 공상의 세계를 경험한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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