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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스스로 나를 힘빠지게 하는 '내면의 비판자'

2022년 08월 23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우리가 살다 보면 남으로부터 듣는 말도 많지만 나에게 스스로 속삭이는 목소리도 늘 듣게 되죠. 나의 내면에서 나를 향해 속삭이는 이 목소리를 어떻게 인지하고, 또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하는지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님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나에게 속삭이는 내면의 소리에는 어떤 도전을 앞두고 할 수 있다. 외칠 때도 있지만 사실 저는 뭔가 자책을 하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은데요. 심리학에서 이런 내면의 목소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서요?

[인터뷰]
네, 나의 내면에서 나를 향해 속삭이는 부정적인 소리를 심리학에서는‘내면의 비판자’라고 합니다. 이 목소리는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움을 주기보다는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데요. 예를 들면​ "네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네가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결국, 넌 실패하고 창피만 당하게 될 거야." ,"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야." 이런 부정적인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오랜 세월 타인으로부터 들었던 비판의 목소리가 층층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목소리가 익숙해져 나의 목소리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내면의 비판자는 누구에게나 있고,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게 됩니다. 다만 자신이 얼마나 인식하는지의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내면의 비판자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비판자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인터뷰]
내면 비판자는 주로 부모님,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말들이 '부정적 암시'가 되어 우리 내면에 내사되는데요. 혹은 스스로에게 했던 말일 수도 있는데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나에게 부정적으로 했던 말을 무심결에 믿어 버린 경우, 지금은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더 이상 없는데도 그 말들이 어느새 나의 내면화가 되어 스스로에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어린 시절의 경험은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또 내면 비판자는 평소에는 좀 잠잠하다가, 어떤 특정한 상황을 만나거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튀어나와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만들면서 일순간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자동적 사고라고 하고, 트라우마에서는 침투적 사고라고 합니다.

[앵커]
주변의 부정적인 언행이 우리 인생에 계속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내면 비판자라는 것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게 있나요?

[인터뷰]
IFS라고 내면 가족체계치료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파트를 일곱 가지의 '내면 비판자' 유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에서 일곱 가지 유형은 완벽주의자, 작업감독자, 내면 통제자, 파괴자, 죄책감 고취자, 순응 추구자, 훼손자가 있는데요.

대부분의 사람은 한 가지 유형이 아닌 여러 유형의 내면 비판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완벽주의자 유형의 사람들 안에 살고 있는 내면 비판자는 스스로에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고, 게으른 사람,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비판받거나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 자기 자신을 혹사시키고 힘들게 합니다.

타인의 비난을 상상하며 자기 세계에 갇혀 자기 검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어서 불안한 감정을 자주 느낍니다. 또 일을 할 때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진지해서 모든 상황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문제에 집착하느라 일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앵커]
말씀을 듣다 보니까 내면 비판자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요. 내면 비판자가 우리 안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내면 비판자는 불안이나 자기비판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녀가 어떠한 속상한 일도 당하지 않도록 늘 머리 위에서 맴도는 헬리콥터 부모와 비슷합니다. 넌 할 수 없고, 창피만 당할 거고,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바보 같은 모습 들키지 않으려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누구보다도 최고이길 바랍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이 이 세상을 호령할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하듯이 우리 내면의 비판자도 우리가 특별하기를 기대합니다. 최고의 모습만 보이길 바라고, 더 잘하길 바라고, 완벽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당당히 나서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럴 능력이 없다고 주입 시킵니다.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좋은 의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내면의 비판자는 확성기를 들고 우리의 장점을 몰아내고 단점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앵커]
내가 당당히 나서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너는 그럴 능력이 없어 계속 헬리콥터처럼 주위를 돌면서 계속 주입을 시킨다니까 참 경계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내면 비판자와 관련돼서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고요?

[인터뷰]
네, 호주의 심리학자 주디스 윌슨 박사와 로날드 라피 박사는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성격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보여주었는데요.

단어의 절반은 '지루한/무지한/게으른/이기적인' 등의 부정적인 단어였고, 나머지 절반은 '존경할 만한/능력 있는/영리한/따뜻한' 등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그 단어가 자신을 얼마나 묘사하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각각의 단어에 점수를 매기는 시간까지 측정을 했는데요.

결과는 사회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따분한/부족한/요령 없는' 등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불안장애가 있는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점수를 매기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면의 비판자가 확신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내가 정말 이럴까?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를 고심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내면의 비판자는 우리 생각만큼 강하지도,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내면 비판자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에게 '넌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확신하지 못하고,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지만 주저합니다. 이렇게 내면의 비판자는 이미 불안합니다.

그러니 실제로 그가 틀렸다는 것을 우리가 스스로 증명해 보여주면 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가 과소평가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더 능력 있고 보다 멋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내면의 비판자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비판은 종종 심한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불행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일을 미루거나 미래에 목표 달성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꾸짖기보단 자기연민을 실천해야 합니다.

자기연민은 자신의 실수를 관대하게 용서하며, 실망하고 당황한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신중한 노력입니다. 내 안에서 들리는 내면 비판자의 목소리가 비난하기 좋아하던 부모님이나 과거에 누군가의 잔재라 할지라도 우리가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직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거나, 자신이 멍청했다고 꾸짖진 않는지, 그런 실수를 하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지,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텍사스대 교육심리학 부교수 크리스틴 네프는 "우리 대부분은 인생에서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좋은 친구를 갖고 있다"며 "자기연민이란, 스스로에게 따뜻하고 힘이 되는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자기연민은 우리의 정서적 회복력을 강화하고 건강과 행복, 생산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네, 나를 좀 더 따뜻하게 돌봐주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자기연민을 강조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자기연민이 강한 사람의 특징은 뭘까요?

[인터뷰]
네, 영국 더비 대학에서 자기연민과 건강한 습관 간의 연관성을 연구한 심리학자 사라 던은 "자기 연민이 강한 사람일수록 일반적으로 더 능동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기연민을 부모님이 건네는 선의의 조언에 비유했는데요.

"부모님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잠자리에 들어 일찍 일어나라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자기연민이 강한 사람은 과도한 자기비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상냥하게 대하는 방법과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연민이 강한 사람들은 실수를 바로잡는데 더 큰 동기를 보입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시험을 망친 후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과 같은 도덕적 차원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입니다.

자기연민은 일종의 안정감으로, 과도하게 자기방어적이거나 절망감에 젖어들지 않고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며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범한 후에 강한 자기비판에 빠지지만, 그럴 때일수록 내면의 비판자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을 잘 지켜내기 위해서 자기연민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계속 나눠보니까 진짜 나를 위한 '목소리'가 무엇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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