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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100년 홍수에도 끄덕없다"…친환경 재료로 무너지지 않는 제방 보강 기술 개발

2022년 08월 24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이달 초부터 지난주까지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정말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저지대가 물에 잠긴 건 물론이고 하천 제방이 무너져서 밤사이 큰 피해를 입은 곳도 많았습니다.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하천 제방이 홍수에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보강공법 개발했다고 해 제가 직접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겠습니다.

[앵커]
하천 제방은 무너지면 안에 있는 마을까지도 침수를 당할 수 있으니까, 꼭 막아야 하는 건데요. 하천 제방이 무너지는 일이 실제로 많이 일어나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20년에만 전국에서 발생한 하천 붕괴나 유실 사고가 2,690건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수해조사에 따르면, 제방 붕괴 원인의 40%가 제방 위로 하천물이 넘쳐 제방 붕괴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하천 제방이 무너지면 강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밀려들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물론 재산 피해도 막대하게 발생합니다.하천 범람의 경우 하천제방 규모 부족 등을 원인으로 발생하게 되는데요. 한국하천일람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하천 3만5,872km 중 제방 정비가 완료된 구간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제방 보강이 필요한 구간은 27.7%, 제방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구간도 21.6%에 이른다고 합니다.

[앵커]
제방 정비가 시급해 보이는데 왜 매번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걸까요?

[기자]
제방 정비가 시급한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물관리 예산 중 하천관리 예산은 계속 줄고 있는 건 물론 주무부처 없이 이리저리 흩어지고 있는데요.실제로 2012년 2조8,000억 원 규모였던 하천관리 예산은 2020년 1조1,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습니다.여기에 2020년부터는 중앙 정부가 지방 하천과 소하천 관련 사업과 예산을 지방으로 이전했는데요. 2020년 이전에는 지방 하천 사업 예산을 국가가 50% 시도가 50%씩 부담했는데, 2020년부터 국가보조금이 끊겼던 겁니다.

또, 수해 대응 종합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수량과 수질 관리 업무를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일원화했지만, 하천 관리는 여전히 국토교통부에 남아 있습니다.여기에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방 하천 관리 사업은 이미 지자체로 넘어간 상태인데요.국토부와 환경부, 지자체까지 하천 정비 주체가 얽혀있는 상황입니다.또, 지자체 재정 자립도가 50% 수준이라 하천 정비 사업 등은 후순위로 계속 밀릴 가능성도 큰데요. 하지만 윤석열 정부 역시 긴축 재정을 기조로 내세운 만큼 지방 하천 사업을 국가 사업으로 다시 가져오긴 어려워 당장의 해결책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책적으로는 관리가 잘 안 되는 상황이다라는 건데요. 기술적으로라도 보강되어야 할 텐데, 현재 제방 붕괴를 막는 기술은 없나요?

[기자]
우선은, 하천 범람으로 제방 붕괴를 막는 방법은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제방의 높이는 설계할 때 홍수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현재는 8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홍수를 견디는 높이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만약 100년 만에 폭우가 온다면 지금의 제방 높이로는 하천 범람을 막을 수 없게 되는 거죠. 문제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여름 강수량 자체도 늘었고, 집중 호우 역시 늘고 있어 제방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하천 정비 사업에 주로 쓰이는 보강 기술은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하는 건데요. 콘크리트 블록을 제방 아래부터 넣어야 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요. 또 콘크리트 블록으로 겉면에만 설치하게 되면 물이 잘 통과하지 못해 제방을 기준으로 하천 양쪽 생태계가 달라지기도 하고, 콘크리트 블록 자체에서 독성물질이 나와 환경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기존 제방 보강 기술은 하천 구간에서 강한 물 흐름만 보강할 뿐 제방으로 물이 넘쳤을 때 붕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100년 한 번 오는 폭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친환경 제방 보강 기술을 개발한 거군요. 어떤 기술인지 다시 한 번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친환경 제방 보강 기술인데요.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폴리머를 골재와 섞어 제방 표면에 바르는 간단한 방식입니다.바이오폴리머가 접착제 역할을 해 제방이 단단해지는 건데, 콘크리트 제방의 80% 수준의 지반 강도를 보여, 높은 수압과 빠른 유속에도 제방 흙 유실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제정 공정 또한 간단한데요.현장에서 직접 바이오폴리머와 골재를 섞어서 기존 제방에 보강하는 시공까지 반나절이면 끝나고요.경제적 장점도 있는데, 기존 보강 공법 대비 건설 비용은 30%, 유지관리 비용은 7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안홍규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바이오폴리머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미생물이라든지 유기물로부터 추출한 중합체로 보시면 됩니다. 이것을 일반 골재와 붙여서 아주 단단하게 만드는 거죠.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서 일정 정도의 건설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저희가 판단을 했고요. 바이오폴리머가 환경과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 물질이 용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환경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앵커]
제방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그 위에 그냥 바르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까 정말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보강 기술이 적용된 제방과 기존 제방의 붕괴 실험을 직접 해봤다고 하던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연구진이 개발한 보강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실제 하천 규모에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홍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초당 6톤의 물을 흘려 제방이 얼마나 단단한지 또 얼마 만에 무너지는지 본 겁니다. 가장 먼저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흙 제방을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홍수 위험 수위까지 물이 차오르자 제방 벽으로 물이 젖어드는 걸 볼 수 있죠. 흙 토사들이 주변에서 깎아져 내려오는 거잖아요.물이 지나가는 길이 점점 더 커지고,제방의 약한 부위부터 물이 새어 나오면서 약 15분 만에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다음은 풀이 자란 식생 제방인데요. 식물이 자라게 되면 뿌리가 흙을 잡고 있어 조금 더 튼튼하거든요. 그래서 식생 제방은 물이 차올라 제방 위로 넘쳐도 바로 무너지진 않습니다. 스며드는 걸 볼 수 있죠? 하지만 역시나 제방의 약한 부분부터 물이 많이 새는 걸 볼 수 있죠. 약 30분 만에 식생 제방도 무너지기 시작해 결국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바이오폴리머로 보강한 제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물이 차오르고 한참 뒤부터 조금씩 반대쪽으로 물이 새어 나왔는데요.앞서 흙 제방이나 식생 제방은 약한 부위에서 집중적으로 물이 새어 나왔던 것과 달리 마치 천연 정수기처럼 제방 곳곳에서 졸졸졸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바이오폴리머와 골재 사이의 공극이 많아 물이 분산돼 흘러나오는 건데요. 연구진이 실험을 진행했던 6시간 동안 무너짐 없이 처음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만큼 홍수로 인한 하천 범람에도 붕괴 시간을 지연시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졌습니다.

[앵커]
네, 영상을 보니까 제방의 내구력을 확실하게 키우는 건 분명해 보이네요. 그런데 얼핏 보니까 아스팔트를 까는 콜타르같이 보이던데, 혹시 환경적으로 문제는 없나요?

[기자]
색깔이 검정색처럼 보이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앞서 잠깐 설명했듯이 바이오폴리머는 유기물로부터 추출한 중합체를 통칭하는 말인데요. 연구진은 피자마라는 식물의 천연 오일 성분인 폴리올을 사용해 바이오폴리머를 만들었습니다. 프탈레이트 계열의 가소제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전혀 없는 친환경 제품으로 시멘트와 달리 물 속에 들어간다고 해도 강알칼리물질과 수산화칼슘이 나오지 않아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술에 대한 해양독성평가도 했는데,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은 물론 개구리와 피라미 등에도 영향이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바이오폴리머가 골재 사이의 강도는 높이면서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40% 정도의 공극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방에서 식물이 잘 자라고,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장점도 지녔습니다.

[앵커]
네, 그렇다면 기능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비용면으로나 확실히 우위를 보이는 공법인데요, 바로 현장 적용이 가능한가요?

[기자]
네 바로 현장 적용이 가능합니다. 연구진이 이미 대구 신천과 김해 대청천에 개발한 보강 공법을 적용한 보강 공사를 진행한 상태이고요. 시범 사업 이후 앞으로 실제 하천 제방 보강 사업에 적용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홍수 분담을 위해 일부러 제방 높이를 낮게 설계해 물을 넘치게 하는 월류제방도 있는데,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이오폴리머도 후속 연구를 통해 개발할 예정입니다.

[앵커]
이제는 폭우가 새로운 일상, 뉴 노멀이 될 거라고 하는데 이런 방재기술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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