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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친환경 폐기물 처리방식 '플라즈마 가스화 기술' 개발

2022년 09월 15일 오전 09:00
■ 최용섭 / 플라즈마기술연구소 소장

[앵커]
나날이 늘어가는 쓰레기 등 환경오염 문제는 지구촌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친환경적으로 폐기물도 처리하고 다양한 사회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플라즈마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 핵융합에너지연구원 플라즈마 기술연구소 최용섭 소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소장님께서 플라즈마 기술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직접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플라즈마 기술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플라즈마 기술 전문연구기관으로 플라즈마 기초기술 연구 및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플라즈마 상용화 기술 개발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장비 분야뿐 아니라 환경개선 기술, 태양전지, 폐자원 가스화 같은 신에너지 개발, 농업, 바이오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융·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플라즈마 기술연구소는 플라즈마 기술의 산업화 촉진을 위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플라즈마 기술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플라즈마, 산업뿐만 아니라 과학뉴스에서도 많이 전해드리고 있고 그런 용어인데요, 정확한 뜻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플라즈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입니다. 보통 물질의 세 가지 상태를 고체, 액체, 기체라고 하는데요. 물을 예로 들었을 때 온도가 낮으면 얼음 상태로 존재하고, 온도가 올라가면 액체, 온도가 더 올라가면 기체 상태가 됩니다.

이 기체에 에너지를 더 가하면 이온과 전자가 서로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가 되어 네 번째 상태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주의 99%는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며, 우리가 낮에 보는 태양, 밤하늘의 별, 번개나 오로라 등은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플라즈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늘날 플라즈마는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칩 8대 제조공정 중 산화, 식각, 증착, 이온주입, 금속배선 등 4가지 공정에서 플라즈마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표면 개질 및 신조재개발, 디스플레이 산업, 에너지 산업 분야, 환경기술 분야, 우주 항공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플라즈마 기술이 적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농업 및 식품 바이오 의료분야에 까지 플라즈마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물체의 네 번째 상태, 고체, 기체, 액체 그리고 플라즈마·우주에서 보면 가장 흔한 형태다 그런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플라즈마 기술연구소에서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저희 플라즈마 기술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주요 분야는 크게 기반기술, 원천기술, 융복합기술로 나누어집니다. 플라즈마 기반기술은 나무를 예로 들면 마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분야인데요. 플라즈마 자체의 물리 화학적 특성, 다른 물질과 접촉 시 플라즈마와의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등 플라즈마의 근본적인 원리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즈마 활용 시, 대부분 물질과의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물리 화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되는 플라즈마 공정을 예로 들자면 공정에 필요한 플라즈마가 균일하게 잘 만들어지는지, 동일한 성능을 지속적으로 잘 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 설계 해석 및 진단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라즈마 물성 데이터가 필요하게 되고, 이러한 물성 데이터를 생산하고 구축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기반기술 분야의 과제입니다.

다음으로 원천기술은 플라즈마를 어떻게 잘 만들까를 고민하는데요. 플라즈마를 적용될 곳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플라즈마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500kW 정도의 대형 전력을 사용하여 6,000도 이상의 고온을 내는 플라즈마 토치 개발부터 사람의 피부나 농식품에 직접 적용해도 되는 아주 낮은 전력의 플라즈마 발생장치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융복합기술은 앞서 연구한 기반기술,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분야인데요. 수 처리, 폐기물 처리 등 환경부터 농식품 분야 등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플라즈마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플라즈마가 폐기물 처리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약 50만 톤 정도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중 90% 가까이는 재활용을 하고 5%는 매립 5% 정도는 소각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하면 친환경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폐기물 소각 방식은 불로 태우는 것인데요. 불로 태울 경우 여러 가지 유해 가스 성분들이 나오게 됩니다.

지금은 발생한 유해 물질들을 후단시설을 통해서 포집한 후 굴뚝으로 배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온의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폐기물을 처리하면 유해가스도 적게 나오면서 폐기물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깨끗한 합성가스를 생산하여, 수소로 만들거나, 발전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폐기물 성분 중에서 가스화되지 않는 성분들의 경우에는 유리화해서 순환 골재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뿐 아니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가스로까지 생산한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런데 폐기물에서 가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인터뷰]
저온 가스화를 통해서도 폐기물로부터 가스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유해성분들의 함량이 높아서 후단 세정설비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플라즈마 가스화의 경우에는 플라즈마 토치를 활용해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인 1,400도 정도의 분위기에서 가스화를 진행합니다. 이 정도 고온환경에서는 유해물질 거의 분해가 되어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합성가스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앵커]
플라즈마가 이렇게 환경 분야에도 적용되지만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적용될 거 같은데요. 어떤 부분에 좀 적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최근에는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알코올 소독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도 하였는데요.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과정에서는 ‘라디칼’이라는 것이 발생하는데 라디칼과 물을 합성한 라디칼수가 피부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소독제와 동일 수준의 살균 및 항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화학약품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농식품을 더욱 오랫동안 저장하는 기술 등을 통해 농생명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여러분들이 더욱 안전한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다양한 농업 관련 플라즈마 기술들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앵커]
플라즈마 기술이 아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고 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짚어주셨는데, 우리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인터뷰]
플라즈마 기술은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으로 사회 및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즈마 연구를 통해 인공위성의 눈 역할을 하는 광학계 제작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는데요. 초정밀 연마용 플라즈마 발생원 기술을 개발해 우주산업에서 주목받는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를 0.2나노미터 수준으로 연마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미래전략산업이자 국방력과도 직결되는 우주기술 확보를 통해 최첨단 산업군의 자체기술 확보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플라즈마 기술은 최첨단 산업군부터 앞서 설명했던 환경 분야, 의료, 미용, 농식품 등에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다양한 기업과의 기술협력으로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국가 산업 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플라즈마 기술의 좋은 점을 많이 설명해주셨는데. 단점이나 한계가 있을까요?

[인터뷰]
플라즈마 기술도 당연히 한계가 존재합니다. 산업적 응용을 위해서는 경제성이 필연적으로 확보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즈마를 이용한 폐기물 처리 기술의 경우 기술 자체는 오래전에 개발이 되어서 산업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10년 전에 청송에 하루 10톤 정도를 처리하는 플라즈마 소각로가 있었고, 연천에는 일 1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플라즈마 가스화로를 건설한 사례가 있었습니다만 2015년에 다 정리되고 말았습니다.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환경 분야에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했고 플라즈마 기술도 경제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기술 혁신을 통해서 플라즈마 기술의 비용을 낮추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성과 비용 문제는 앞으로도 조금 더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는 말씀이신데요. 마지막으로 플라즈마 기술 연구소에 앞으로의 계획도 전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플라즈마 기술연구소는 전라북도 새만금 초입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바탕으로 RE100 산단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파리시 면적의 4배에 해당하는 409㎢의 새만금에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산업을 유치하고자 합니다.

먼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반드시 설치해야 할 산업폐기물 소각장 같은 경우에는 친환경 RE100 산단에 어울리는 플라즈마 소각장으로 건설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산업에서 나오는 모든 폐자원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플라즈마를 이용한 농생명 바이오 연구 결과를 실증할 수 있는 실증단지를 건립하는 일도 새만금 개발청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를 활용하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신뢰성 평가를 의뢰해 오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되는 부품 소재에 대한 신뢰성 평가 의뢰가 많아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신뢰성 센터도 구축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들을 잘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 자체에 대한 기반연구를 강화하고,
관련 플라즈마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연구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앵커]
오늘 저희가 플라즈마 기술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점차 많이 상용화되어서 우리 환경과 경제에 선순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라즈마 기술연구소 최용섭 소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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