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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추상표현주의 거장 '마크 로스코'

2022년 09월 16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거대한 화폭에 단순하게 채색된 사각형 판화로 유명한 화가 '마크 로스코' 들어보셨습니까?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마크 로스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먼저 작가 소개부터 해주시죠.

[인터뷰]
네, 마크 코스코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요, 어릴 때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는데요. 학업에 뛰어났던 로스코는 예일대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뉴욕으로 건너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는데요. 특히 스승이었던 막스 웨버는 예술을 '정서적, 종교적 표현의 도구'로 가르치고요, 로스코는 이 부분에서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젊은 아티스트들 그리고 갤러리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게 되고요, 또 일정한 수입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드로잉, 페인팅, 조소 같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1935년에는 추상표현주의 예술가 집단인 'Ten'의 창설에 일조하기도 했고요. 로스코는 작업 초기에 종이와 캔버스 위에 풍경화와 초상화 등, 추상이 아닌 구상 회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뉴욕의 지하철을 배경으로 작업하기도 하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였던 소통의 단절과 무관심, 외로움 같은 소재에 주목했습니다.

1938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되면서 러시아식 이름이었던 '마르쿠스 로스코비츠'에서 '마크 로스코'로 개명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시기부터 로스코의 작업은 크게 변화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당시에 후안 미로와 막스 에른스트 등의 영향을 받아서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요. 또 클리포드 스틸이라는 추상화가와 절친하게 교류하면서 로스코의 색면회화가 크게 발전합니다. 1940년대 말부터 형태를 배제하기 시작하고요, 1950년대에는 뉴욕 예술계의 주류에 속하게 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됩니다. 이후에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하면서 명성을 높이게 됩니다.

[앵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마크 로스코 그림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다고요? 어떤 감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인터뷰]
추상화를 보면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 화가의 작품은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직접 작품을 본 관람객들의 대다수가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시면, 보통 두 가지에서 세 가지 정도의 색감이 캔버스에 마치 스며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는데요.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내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저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면, 사람의 감정을 색감으로 시각화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요. 실제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 심리적으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또 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만을 모아둔 채플, 즉 예배당도 있을 정도로 로스코의 작품은 감정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앵커]
앞서 말씀해주신 대로라면 초기에는 구상작업도 많이 했다라고 하셨잖아요. 그것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마크 로스코의 초기 구상 작업 중에는 주로 야외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나, 지하철을 소재로 한 작업들이 있는데요. 특히 '지하철 판타지'에서는 뉴욕의 지하철이 배경이고요. 지하철 안에 등장하는 인물을 묘사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언뜻 봐도 차가운 느낌이 드는데요, 인물들의 무표정한 얼굴이나 어두운 색감도 그렇고요. 마치 종이 인형처럼 아주 얇고 힘없어 보이는 체형으로 그려졌죠. 공간도 아주 답답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평면적이고 냉소적으로 그려진 이유는 뉴욕 지하철을 묘사하면서 도심 속, 특히 지하철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의 특징을 이용해서 인간 소외와 소통의 단절을 표현한 겁니다. 이처럼 마크 로스코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작품에 담기도 했습니다.

[앵커]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
네, 흔히 알려진 색면추상 작업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각형 형태의 캔버스 안에 몇 가지 안 되는 컬러가 붓질로 채워져 있는데요. 로스코의 작품에 대해서 'floating rectangle', 즉 떠다니는 사각형이라는 비유를 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보시면 캔버스 위에 그려진 붓질이 일렁이는 것 같이 보이는데요, 저는 한편으로는 물 먹은 한지 위에 먹이 번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이 마크 로스코는 살아생전에 자신의 작업 방식을 주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캔버스 위에 밑칠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밑칠을 하지 않은 캔버스를 '로우 캔버스'라고 하는데요. 이 경우에는 캔버스가 물감을 흡수해서 물감이 스며드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로스코는 로우 캔버스에 물감을 묽게 해서 수차례 덧칠하면서 작업했다고 하고요, 이런 작업 과정 때문에 작품 속에 일렁이는 듯한 붓 터치가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마크 로스코의 작업양식을 표현하는 단어가 따로 있다라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말인가요?

[인터뷰]
네, 미술계에서는 마크 로스코의 작업 화풍을 보고 '멀티폼' 양식이라고 불렀습니다. 로스코의 '멀티폼' 양식은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화되고 깊어지는데요. 캔버스 화폭에 단순한 색감들로 칠해진 형식입니다. 색으로 뭉쳐진 이 '색감 덩어리들'을 작품에 따라서 다양한 배치로 표현했는데요. 이런 방식을' 멀티폼'이라고 칭하고요. 초반에는 이 색감들이 다소 유동적으로 배치가 되어있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단순화된 배열로 자리 잡습니다. 사실 단순하다고만 표현하기는 좀 어려움이 있는데요, 로스코의 작품 속 색감 또한 크게는 2~3가지 색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은 오묘하게 깊이가 느껴질 정도로 아주 복잡하게도 볼 수 있기 때문이고요. 그런 특징들 때문에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감정을 끌어낼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앞서 마크 로스코 작품이 모여있는 채플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습니다. 로스코 채플, 즉 예배당인데요. 1964년에 프랑스계 미국인 컬렉터이기도 한 메닐 부부가 마크 로스코에게 '곧 예배당을 지을 건데 작품을 그려달라'고 작품을 의뢰하게 됩니다. 1964년부터 1967년까지, 14개의 벽화를 포함해서 이 공간을 채우는 거대한 작품들을 그리게 되고요. 이 건물의 건축 설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때는 마크 로스코가 좀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당시의 감정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 예배당에 들어오는 자연광에 따라서 작품의 색감이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이 로스코 채플은 매년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해서 작품을 보며 명상을 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치유를 받기도 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앵커]
이런 공간의 설계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아주 마크 로스코가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그렇다면 이 채플의 개관을 지켜봤나요?

[인터뷰]
아닙니다. 마크 로스코는 당시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요. 1968년에는 이 우울증이 심해짐과 동시에 대동맥류를 앓아서 입원했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주치의로부터 대작을 그리는 것을 자제하라는 조언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또, 살면서 두 번의 결혼을 했는데요. 두 번째 아내인 멜과 1969년에 별거하게 되면서 건강도 한층 더 악화됐습니다. 스튜디오에서 혼자 지내던 마크 로스코는 1970년에, 자신의 작업실 바닥에 쓰려져 있었다고 하고요. 조수가 발견을 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이때 스튜디오에 있던 당시에 로스코가 주로 그렸던 어두운 색감의 작품이 아니라, 아주 채도 높은 붉은 색감의 작품이 놓여있었다고 하고요. 결국, 로스코는 그렇게 공들였던 로스코 채플의 개관을 보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앵커]
안타깝네요, 예술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만큼 저희가 그 그림을 볼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감상법으로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인터뷰]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을 볼 때 '이렇게 감상해라.' 하고 감상법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벽에 걸린 캔버스로부터 약 45cm 정도 거리를 두고 감상하라고 권장합니다. 보통 작품을 볼 때 정해진 관람 방식은 없지만, 때에 따라서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하는데요. 마크 로스코는 멀리에서 작품을 보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캔버스 화면에 관람객이 들어오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특히 로스코의 색면추상은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색감의 중심으로 갈수록 더욱 깊어져서, 점점 빠져드는 느낌인데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내면에 맞닿아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을 회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관람자의 깊은 심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45cm 거리에서 작품을 감상해달라, 로스코의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의도대로 한번 따라보면 좋겠습니다. <사이언스 인 아트> 박수경 아트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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