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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가뭄에도 걱정 없다…모래 속에 물 저장하는 '샌드댐' 가동

2022년 09월 26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소식을 좀 알아볼까요?

[기자]
강원도 산간 지역에 경우에는 계곡과 같은 어떤 소규모 취수원에서 물을 의존하고 있어서 가뭄이 발생하면 식수 부족을 겪는다고 합니다. 국내 연구진이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모래저장형 댐, 그러니까 샌드댐을 개발해서 가동 중이라고 해 제가 현장에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올 초에 특히 가뭄 문제가 정말 심각했잖아요. 이런 산간지역 같은 곳은 농사뿐 아니라 식수까지도 부족할 거 같은데 문제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저도 취재하면서 이렇게까지 부족할 수 있구나 놀란 경우가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사실 97.5%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역 곳곳의 작은 소도시까지도 가뭄으로 인해서 물이 안 나온다, 이런 일을 겪긴 사실상 어렵다고 보죠. 하지만 나머지 2.5%, 그러니까 전국의 5,920곳은 상수도 미보급지역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원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특히나 상수도 미보급지역 중에서도 10% 정도는 전국에 한 600여 곳 정도 되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계곡 물이라는 게 물탱크에 저장을 한 뒤에야 안정적으로 물을 쓸 수 있는 건데 소규모 수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물의 공급은 될 수 있지만, 물탱크의 양을 얼마나 채우냐가 문제입니다.

계곡 물이 깨끗하니까 오염원이 없어서 깨끗하다. 이런 정도의 장점은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늘수록 계곡 물이 마르고 이용할 수 있는 물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급수차를 동원해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월은 계곡 물이 얼고 또 비도 오지 않는 날이 늘어나면서 춘천시 일대 9개 마을은 소방서에서 또 그리고 춘천시에서 급수 차량과 식수 공급을 받아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서 가뭄 발생 횟수가 더 늘고 있다는 건데요. 한국방재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물론 다르지만 한 2~3년마다 가뭄이 발생을 하는데, 약 7년 주기로 아주 극한 가뭄이 발생한 거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10년대 이후부터는 가뭄이 더 잦게 일어났다는 것도 볼 수 있잖아요. 게다가 최근 KAIST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에 연구 결과 100년에 한 번 생기던 심각한 가뭄이 2030년 이후부터는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계곡 등 소규모 취수원에 의존하는 물 공급 소외지역에 대한 안정적인 수원 확보 기술이 굉장히 지금 시급한 상황입니다.

[앵커]
앞으로 기후변화를 생각해보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그러니까 재난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좀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국내 연구진이 모래저장형 댐, 이른바 샌드댐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는데 이게 일단 어떤 건지 먼저 좀 짚어주시죠.

[기자]
네, 샌드댐 말 그대로 모래에다가 물을 저장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는데 모래에 물을 어떻게 저장하지? 이렇게 생각이 먼저 들잖아요. 모래랑 물이 함께 섞여 있다라고 우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샌드댐은 물이 쉽게 지하로 빠지지 않는 계곡이나 하천 위에다가 댐이나 보 등을 먼저 설치를 하고 이렇게 확보된 공간에 모래와 같은 투수성 재료를 채운 뒤, 모래 틈 사이사이에 물이 저장되어 있는 구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사실 샌드댐은 아프리카와 같은 건조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댐 형식입니다. 이런 건조 지역은 1년에 한 번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오는 홍수가 발생하는데, 이때 생겨난 많은 물을 모래나 흙과 섞어서 쉽게 마르지 않게 만들고 그 속에 저장된 물을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샌드댐도 종류가 여러 개인데요. 계곡 전체를 막는 독립형 샌드댐과, 다단식 샌드댐, 그리고 계곡 물의 흐름을 유도해서 물을 저장하는 바이패스형 샌드댐이 있습니다. 샌드댐은 모래 속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증발을 막고 또 동결에도 자유롭기 때문에 가뭄은 물론이고 겨울철에 비가 오지 않을 때 그리고 너무 추울 때도 물 공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앵커]
원래는 아프리카 등 건조한 지역에서 사용하던 그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우리나라 산간 계곡 지역에 적용을 했다라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바이패스형 샌드댐을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 지역에 설치를 했습니다. 물로리 지역은 45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산골 마을인데요. 기존에는 계곡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을 물탱크에 모은 뒤에 간이상수도를 이용해서 물을 사용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물탱크 용량이 30톤 정도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충분히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또, 비가 많이 올 때는 계곡에 유랑이 급격히 늘어나 흙과 자갈이 섞인 혼탁수 그러니까 흙탕물로 바뀌기 때문에 식수 사용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이 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상류에 사방댐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에 독립형 샌드댐을 만약에 만들면 홍수 발생 시 하류 지역으로 범람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이 됐습니다. 그래서 상류에 사방 시설 없어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면서도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바이패스형 샌드댐을 처음으로 시공한 겁니다.

연구팀은 하천 옆 소규모 취수원에 샌드댐을 먼저 설치를 하고, 3종류의 크기가 다른 모래를 차곡차곡 쌓았는데요. 댐 아래쪽에 모래층이 머금고 있는 물을 밖으로 공급할 수 있는 특수 배관시스템을 설치해서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샌드댐 건설로 물로리는 하루 평균 190톤의 물을 마을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또 모래와 자갈로 만드는 천연정수기를 생각해봤을 때 샌드댐 역시 모래로 인해 자연수질 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수질을 확인해본 결과 식수로 적합하다는 인정까지 받았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샌드댐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극한 가뭄 상황이 와도 최소 10일 동안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확인을 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겨울철부터 올봄까지 가뭄이 굉장히 심했잖아요, 물로리 주민들은 올해는 샌드댐 덕분에 물 걱정이 없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용춘식 / 강원도 물로리 주민 : 비가 와서 장마지면은 그때는 문제가 없는데 가물면 이제 물이 마르니까 고통을 겪고 이제 그래서 시간적으로 물이 없을 때 아침 다섯 시에 열고 저녁 아홉 시면은 막아…. (샌드댐 건설 이후) 물을 잘 나오게 해 주니까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먹고 지금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샌드댐 설명해주실 때 화면 그림을 보니까 샌드댐 표면이 마른 모래였는데 거기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모래가 물을 머금고 있는데 어떻게 깨끗한 물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기자]
네, 원래도 샌드댐 안에 물을 공급하는 배관이 있기 때문에 이 배관을 통해서 나오는 물만 밑으로 나올 수 있어서 깨끗한 물이 나오는 건데요. 이때 배관은 구멍이 뚫린 유공관을 사용을 하게 됩니다. 앞쪽에서 밸브를 열면 압력에 의해서 관 속에 있는 물이 물 밖으로 나오는 건 당연한 건데, 이때 관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모래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만 빼내는 겁니다.

그런데 기존에는 유공관의 구멍이 사실상 작긴 해도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서 모래나 자갈이 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샌드댐의 수량이 줄어들거나, 혹은 물이 섞인 흙탕물이 나와서 바로 식수 사용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앞서 잠깐 설명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샌드댐 기술에는 특수 배관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단일 유공관이 아니라 필터팩 스크린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유공관을 겹쳐서 취수관의 개공률 그러니까 물의 투과 능력을 높여 막힘 현상을 개선시킨건데요. 이 부분은 연구진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정일문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샌드댐 안에 그 유공관이라고, 작은 구멍이 나 있는 파이프를 설치해서 물을 집수 모아서 기존 관로에 연결하는 그런 체계가 갖춰져 있고요. 그 핵심 기술에서는 또 모래가 관에 끼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래 입자가 파이프에 끼어서 흐름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필터팩 스크린을 저희가 개발을 해서 특허를 출원한 그런 상태입니다.]

[기자]
기존 유공관은 사실 자주 막혀서 2년 정도 주기로 샌드댐의 모래를 모두 빼내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연구팀은 워터젯 혹은 진공청소기와 같은 기술로 관 청소를 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용 배관도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유공관이 막힐 경우에도 재공사 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가뭄 때마다 물 걱정을 해야 하는 소규모 수도시설 지역에서는 참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널리 적용하려면 남은 과제들도 좀 있을 거 같습니다.

[기자]
네 우선 춘천시 물로리에 설치된 샌드댐이요 연구를 위한 시범 사업이었거든요. 올해 말 춘천시에 이관돼 영구적으로 관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하고요.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모두 마친 상태이고, 시범사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함께 현장 적용 기술도 개발한 상태입니다. 연구팀은 계곡의 형태나 수량에 따라서 지역마다 지역별 맞춤형 샌드댐을 지어야겠다. 이렇게 밝혔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어디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전국의 다른 물 소외지역에도 샌드댐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한, 샌드댐 건설 비용은 상수도 설치 비용의 10%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경제성도 있다고 덧붙여서 설명했습니다.

[앵커]
매년 가뭄으로 고생하는 지역 주민들도 많은데 앞으로 샌드댐 건설로 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라보겠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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