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과학의 달인] 치매 부르는 퇴행성 뇌 질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2022년 10월 06일 오전 09:00
■ 정원석 /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앵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 알츠하이머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임상적 활용을 기대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기술을 개발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우선 교수님께서는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계시잖아요. 다양한 질병 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주목하신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알츠하이머병은 노년층에서 나타나는 치매라고 하는 인지 기억 장애 현상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도 말을 하고 있는데요, 많은 의학 발전을 통해 암, 당뇨,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점차 감소 추세이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저희를 포함한 많은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 및 치료제 개발을 연구하고 있고,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알츠하이머의 증상 악화를 잠시 늦추어주는 약물만이 존재했을 뿐 허가받은 치료제가 전무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근 개발한 치료제는 전에 있던 치료제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인터뷰]
APP라고 불리는 단백질로부터 42개의 아미노산으로 잘려진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와는 다른 크기로 잘린 단백질도 뇌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오래된 논문이 연구 부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와는 상관없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세포 밖에서 서로 결합하고 비정상적으로 쌓여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은 검증된 사실입니다.

작년 2021년 6월에 미국 바이오젠이라는 회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항체들은 몸속에 주입되었을 때 뇌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들이 항체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뇌에 침입한 나쁜 병원체로 인식하여 잡아먹어 청소하는 효과를 보입니다.

저희가 카이스트 김찬혁 교수님과 공동 개발한 치료제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항체 치료와는 전혀 다른 기전을 사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고 이와 동시에 뇌에서 일어나는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앵커]
저희도 예전에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조작됐다라는 그런 보도를 여러 차례 전해드린 적 있는데, 과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렇게 설명해주셨는데,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때 항상 걱정되는 부분이 안전성인데요. 그렇다면, 지난해 FDA 승인을 받아 현재 유통되고 있는 치료제는 안전성 면에서 어떤가요?

[인터뷰]
바이오젠의 항체 치료제가 사상 처음으로 FDA의 허가를 받았고,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아밀로이드 베타 후속 항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같은 항체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데요. 동영상에서 보시듯이 노란색의 실타래같이 생긴 아밀로이드 베타 표면을 항체가 인식하면 뇌 안의 면역세포인 마이크로 글리아라는 세포가 항체를 인식하는 Fc 수용체를 통해서 이들을 잡아먹게 되는데요, 이때 잡아먹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나쁜 병원체 물질로 인식되어 마이크로 글리아로부터 염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단백질들이 분비되게 됩니다. 이 현상이 염증 반응에 매우 취약한 뇌에서 일어날 경우 뇌에 물이 차거나, 뇌출혈 현상 일어날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현재 항체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인지 기능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요, 바로 이 같은 항체 치료의 염증성 부작용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번에 개발한 치료제도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지만, 항체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 기전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한 치료제는 부작용이 없을까요?

[인터뷰]
우리 몸속에서는 매일 매일 정상적으로 세포들이 죽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뇌 안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저희는 기억의 기본 단위라고 알려진 신경세포의 연결점인 시냅스들도 매일 매일 사라지고, 또 생성되는 현상을 보고했고 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점은 이렇게 정상적으로 사라지는 세포 및 시냅스들은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되더라도 염증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바로 이 현상을 이용해서 면역세포들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저희 몸에서 죽어 나가는 정상적인 세포로 착각하게 한다면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서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요.

저희 예상대로 염증성 부작용들이 획기적으로 억제되었고 새로운 면역치료제로 안전하게 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앵커]
기존 항체치료제에 염증반응이라는 문제를 해결했다라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이번 치료제의 효능은 얼마나 좋은가요?

[인터뷰]
면역세포에는 Fc 수용체 외에 TAM 수용체라는 단백질이 존재해서 죽어가는 세포 및 시냅스들을 제거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이 TAM 수용체에 결합한다고 알려진 'Gas6'이라는 단백질을 아밀로이드 베타를 인식할 수 있게 인공적으로 변형시킨 '가이아 Abeta'라는 물질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이아 Abeta는 항체와 비슷하게 아밀로이드 베타를 인식하는데요, 이때 마이크로 글리아가 TAM 수용체에 의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잡아먹으면 항체 치료제와는 정반대로 염증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또 TAM 수용체는 아스트로싸이트라고 불리는 저희 뇌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포에도 발현하고 있어서 이 두 가지 세포가 협동해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도록 유도하게 됩니다.

중요하게도 가이아 Abeta는 앞서 말씀드린 뇌부종 뇌출혈을 억제하였고, 또한 신경독성도 전혀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알츠하이머 모델 쥐에서 항체 치료제는 저희가 수행한 인지 기능 실험 중 한 가지 실험에서만 효과가 있었지만 'Gas6'융합 단백질은 2가지 실험 모두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작년까지 FDA에서 승인된 알츠하이머 약들은 모두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약들이었으나, 이제 저희 '가이아 Abeta'는 알츠하이머병의 완전한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는 것이 시작점이지만 이 현상으로 인해 수많은 일이 뇌 안에서 연쇄 반응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신경 세포의 기능 변화, 시냅스의 기능 약화 및 소실, 면역세포들의 염증 반응 증가, 혈관 세포들의 손상 등등이 일어나는데요, 저희는 이 총체적인 문제들을 일으키는 첫 번째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완전한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인 물질을 제거한 후에는 이제 각각의 문제들이 자연적으로 회복되길 기다릴 수도 있고 아니면 2차 치료제를 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연을 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라고 정의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렇게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사회적으로도 변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인터뷰]
많은 연구진의 노력 덕분에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저희 ‘가이아 Abeta’는 부작용이 매우 낮기에 이렇게 조기 진단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에게도 투여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학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현재 항체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뇌부종이나 뇌출혈 위험성 때문에 약물치료 동안 고가의 MRI를 통한 검사를 꾸준히 봐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이아 Abeta’ 치료는 이러한 부대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도 적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 치료제가 상용화되기까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저희가 이번에 Nature Medicine이라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까지는 ‘가이아 Abeta’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물질이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점이 보완되어야 하겠는데요, 대표적으로 저희 치료제의 수용성을 증가시키거나 몸 안에서 쉽게 부서지지 않고 오래 머물게 하는 일 등이 남아있습니다.

또 원숭이와 인간에게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여 혹시 모를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는 것도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이 같은 일들은 학교의 연구실에서 행하기에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작년에 저희가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일리미스 테라퓨틱스'라는 바이오 벤처 회사를 만들었고, 일리미스를 통해서 말씀드린 일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시면 좋은 성과로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퇴행성 뇌 질환에는 '완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가까운 시일 안에 '완치'의 개념이 확립되는데 이번 치료제가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