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과학의 달인] 머리카락 접착제 개발…탈모 해결 실마리

2022년 10월 13일 오전 09:00
■ 이해신 / KAIST 화학과 교수

[앵커]
머리숱이 적거나 탈모로 고민인 경우 탈모 약을 쓰거나 모발 이식술까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탈모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 성과가 전해졌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머리카락을 두피에 손쉽게 심어주는 특수 접착제를 개발한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머리카락을 두피에 손쉽게 심어준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두피 안에 정확히 붙여준다라는 기술인데요. 많은 분들이 반갑게 소식을 들으신 거 같습니다. 어떤 기술인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쉽게 말하면, 모발 이식 접착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의 모발이식술은 뒷머리의 모근을 포함해 피부를 절개하여 심게 되는데요, 이번 기술은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서 모근이 없는 상태의 머리카락에 접착제를 발라 두피에 심어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앵커]
접착제를 쓴다고 하니까 혹시 몸에 해로운 건 아닐까 생각도 드는데요, 어떤 성분인가요?

[인터뷰]
접착제 성분은 PLA (polylactic acid)라고 하는 고분자와 PEG (polyethylene glycol)라고 하는 고분자가 함께 들어가 있고요. 그리고 더불어서 화장품과 약물에 들어가는 PEG 성분이 합쳐져 있는 형태입니다.

[앵커]
공중합체 고분자라고 하는데, 말이 좀 어려운데요. 이것도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공중합체 고분자는 공, 같을 공자를 써서 PEG와 PLA라고 하는 각각의 고분자가 또다시 합쳐져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와인에 들어가 있는 성분을 이용해서 접착제를 만드셨다고 하는데, 그것도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인터뷰]
와인에 있는 탄닌산이라는 성분이 있고요. 탄닌산 성분이 보통 와인을 먹게 되면은 입에 달라붙지 않습니까. 떫다고 하는 표현이 있는데, 그런 성질들이 접착에 기본이 되는 그런 성질이 되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접착제가 어쨌든 몸에 해로운 성분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인터뷰]
맞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존 모발 이식술과는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드릴 텐데, 이게 사실 기존의 모발이식술이라고 하면은 머리가 자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거는 자라지는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차이를 설명해 주시죠.

[인터뷰]
기존 모발 이식은 2단계 수술로 나눠집니다. 뒷머리 두피를 소위 말하자면 포를 뜨는 것과 같이 모근 세포가 있는 채로 모발을 얻는 단계와 그렇게 얻은 모발을 심는 단계인데요. 심은 모발이 일정 시간 후 다시 빠지는 경우 donor 즉 공여할 두피가 없습니다. 개인이 가진 모근 개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방법을 다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첫 번째 단계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공여할 수 있는 한계가 없어지게 됩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것처럼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서 접착제를 발라 심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모발 이식보다 머리카락을 훨씬 간편하게 원하는 부위에 심는다는 건데요, 모발 이식과 달리 자라지는 않죠? 그렇다면 그 머리가 오래 유지될 수 있나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이식한 머리카락이 더 길게 자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돼지에 심었을 경우에 상당한 유지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게 유지력 측면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인터뷰]
저희가 유지를 할 때 동물을 되게 오래 키워야 하는 어려운 점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려운 점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저희가 아직까지는 굉장히 긴 시간 검증을 하지는 않았고 또 접착제도 조금 더 최적화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여러 가지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앵커]
교수님 말씀을 듣다 보니, 재미있는 상상이 되는데, 그동안에 모발 이식이라는 것은 본인의 머리카락만 사용을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말씀해주신 기술을 활용한다면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그렇죠. 원리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식받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제가 생각했을 때는 머리의 색깔이라든지 머리가 나는 방향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발을 쓰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앞서 돼지를 활용해서 동물실험을 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혹시 알레르기 반응 같은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앞에서 설명한 두 가지 물질들, PLA-PEG라고 하는 고분자와 타닌산이 아주 약간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치 수술용 실을 사용하는 부분에도 약간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물질들은 락트산, 포도당, 갈릭산 등으로 생체 내 분해가 되는 물질들입니다. 그래서 FDA에서 허가를 준 물질입니다.

두피 내에 심겨 있는 접착제의 생분해 속도가 약하지만 염증 반응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생분해로 인해 염증반응은 금방 없어지게 됩니다. 현재 쥐와 돼지에서 실험할 경우 두 가지 PLA-PEG와 타닌산의 알레르기 반응은 염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동물실험이 계속 진행 중인 것 같아서 기술이 아직까지는 발전하는 단계인 것 같은데요. 추가 연구계획은 어떨까요?

[인터뷰]
말씀드린 것처럼 연구비 부족으로 동물 피부에서 머리카락이 얼마나 길게 유지될 수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돼지를 약 1년간 장기간 유지하면서 심은 헤어의 거동을 보아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을 보면서 접착제의 변화를 아마도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최종 접착제 조성이 결정이 되면 허가용 독성연구를 수행하여 임상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추가적 연구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기술이 얼른 상용화되기를 바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언제쯤 일반적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일반적 시술이라는 것이 임상시험이 들어가는 단계라고 했었을 때는 지금 3~5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개발된 접착제 최적화가 말씀드린 것처럼 필요하고요. 그와 동시에 사용된 접착제가 동물실험에서 어떻게 거동하는지 수 개월간 장기 추적관찰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이 약 2~3년 정도 소요가 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 후에 최종 결정된 접착제 조성의 독성연구와 대량생산연구를 같이 병행하다보면 4~5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앵커]
저희가 교수님이 나오셨으니까 꼭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모다모다 샴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이번 기술과 비슷한 원리를 이용했다고요?

[인터뷰]
이번에 개발된 기술과 과거 개발한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 기술을 비교했을 때 두 기술 사이에 성분상의 공통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헤어에 코팅이 되는 원리와 헤어를 심어 고정하는 생체접착의 원리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모다모다의 작용 원리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모다모다에 사용된 성분은 THB와 천연 폴리페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THB는 다양한 다른 분자들에 붙는 성질이 있습니다. 즉 샴푸의 점도에 영향을 미치는 고분자에 붙어 존재합니다. 또한, 물에 녹지 않는 폴리페놀에 달라붙어 물에 녹게 하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용화시켜 주게 되면 폴리페놀이 헤어 단백질에 붙게 되고 산소와 만나 갈변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샴푸 후 물로 씻어줄 때 THB는 전량 다 씻겨 내려가게 됩니다.

[앵커]
머리카락의 색깔을 바꾸는 기술과 머리카락을 두피에 붙이는 기술, 원리는 같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런데 가장 큰 이슈가 되는게 모다모다 샴푸 속에 있는 특정 유전독성 물질에 대한 논란이지 않습니까?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인터뷰]
지난해 12월 식약처가 THB 사용 금지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 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샴푸의 위해성 평가를 정확히 하고 다시 처분하라고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진은 모다모다 샴푸는 유전독성이 없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습니다.

식약처가 인증한 기관에서 유전독성을 검사한 결과를 화면에 보여드리겠습니다. 표에서 2를 넘어야 박테리아 수준에서 유전독성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표를 보시면 2를 넘지 않습니다. 지금은 모다모다의 위해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저에게 알려준 기관은 없습니다.

[앵커]
식약처의 THB 위험 지적에 대해 교수님께서 이견을 제시하시는 건데, 어떤 취지로 주장하시는 건가요?

[인터뷰]
모다모다는 하나의 새로운 기술로 보아야 합니다. 유해성과 위해성의 차이를 알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어떤 제품에 들어간 하나하나의 성분에 대한 독성은 '유해성'이라고 하고요, 여러 성분이 공존하는 일반적 제품 단에서의 평가는 '위해성'이라고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원료 단에서는 유해하지만, 제품 단에서는 위해 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담배와 보톡스입니다. 담배의 여러 성분 중 일부 성분은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품 단에서 위해성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톡스도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원료는 독입니다. 하지만 제품으로 그 용법과 용량을 조절하여 약으로 사용하여 위해성을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같은 물질도 어떤 기전으로, 어떤 양으로 사용되느냐가 중요합니다.

THB의 유전독성 위험을 제기한 기존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 연구는 염색약을 중심으로 이뤄진 겁니다. 연구 기준이 된 THB 용량과 모다모다 샴푸를 사용할 때의 THB 양을 비교하면 500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용량이 적은 데다 머리카락을 감고 씻어내 때문에 인체에 쌓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으로 전체적으로 보고 다시 위해성 평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원료 단계에서 독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품으로 만들었을 때는 해가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대응 방향도 정해졌나요?

[인터뷰]
저는 학자로서 왜 유해성이 없는지에 대한 분자 수준의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 이외에 제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교수님께서 '모다모다 샴푸'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체 접착, 그리고 헤어코팅 이 두 분야 모두, '머리카락'으로 고민하고 갖고 계신 분들에게는 정말 관심이 가는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