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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인물 장 미셸 바스키아 이야기

2022년 10월 21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미국의 낙서 예술가이자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인물 '장 미셸 바스키아'를 아십니까?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팝아트 계열의 천재적인 자유구상화가로 낙서를 예술 차원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장 미셸 바스키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검은 피카소'라고 하니까 정말 어떤 인물일지 궁금한데 장 미셸 바스키아 어떤 작가입니까?

[인터뷰]
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장 미셸 바스키아인데요. 1960년에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장 미셸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바스키아의 어머니는 바스키아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뉴욕의 주요 미술관 관람을 다녔다고 하고요. 이 과정에서 피카소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미술적인 지식을 자연스럽게 쌓았습니다.

바스키아는 유명해지기 전에, 이미 뉴욕에서 'SAMO'라는 스트릿아트 그룹으로도 활동했었는데요. 이 그룹의 또 다른 구성원은 바스키아가 '시티애즈스쿨'이라는 영재 양성 기관에서 만난 알 디아즈입니다. SAMO는 브루클린과 맨해튼 골목에 그라피티 예술로 도발적인 텍스트를 남기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재치있게 풀어냈고요. 이후에 바스키아는 앤디 워홀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게 됩니다.

미국의 시대적인 흐름과 사회적인 문제, 또 자전적인 이야기 등을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다채로운 붓 터치로 담아내 화제가 됐는데요. 20대 초반에 이미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세계적인 행사죠, 카셀 도큐멘타에 최연소로 참여하게 되고요,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도 최연소로 작품을 출품하면서 일찍이 인지도를 쌓습니다. 바스키아는 주로 부와 빈곤 같은 상반된 개념이나 인종차별, 권력 구조 같은 주제에 주목하고 주로 작품을 담았습니다.

[앵커]
앞서 바스키아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앤디 워홀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게 되었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바스키아가 앤디 워홀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인터뷰]
네, 앤디 워홀은 당대 최고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예술가죠. 뉴욕의 미술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주류에 속하면서, 언제나 이슈를 몰고 다녔던 스타 예술가인데요. 바스키아와의 첫 만남은 한편으론 마치 소설 같기도 합니다. 무명시절의 바스키아가 작은 사무실에서 자신의 그림으로 직접 만든 엽서를 판매하고 있을 때인데요, 한 레스토랑에 미술평론가와 앤디 워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로 가서 엽서를 판매하게 되는데요. 이때 앤디 워홀은 바스키아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고요, 이후에 바스키아의 재능과 잠재력을 알아보면서 서로 깊은 우정을 쌓고 또 영감을 주고받게 됩니다.

[앵커]
정말 소설 같네요. 아주 당당하게 다가가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줬다라는 말씀이신데, 앤디 워홀도 인정한 바스키아의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인터뷰]
바스키아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새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있는데요. 2017년에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한화 약 1,248억 원의 금액으로 낙찰된 '무제'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파란색 배경에 바스키아 특유의 거친 필치와 붉은색, 노란색 등의 원색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검은색의 선으로 거칠게 그려진 두개골의 형태가 인상적인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1982년에 그려졌습니다. 경매 당시에 앤디 워홀의 이전 기록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가의 금액으로 낙찰된 거라 크게 화제가 됐었고요, 낙찰자는 일본의 한 컬렉터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방금 설명해주신 무제라는 그림도 그렇고, 바스키아 작품들은 한눈에 딱 보면 알아볼 만큼 특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바스키아 작품의 특징들이 어떤 게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네, 바스키아의 작품 속에서는 뼈나 두개골, 장기 같은 것들이 묘사되어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부터 해부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스키아가 7살 때 교통사고를 겪게 되는데요. 그때 비장 제거 수술을 했을 정도로 큰 교통사고였습니다. 이때 병원에 입원해있는 바스키아를 위해서, 바스키아의 어머니가 '그레이의 해부학'이라는 책을 선물하는데요. 병원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바스키아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공부하기를 원했습니다.

바스키아는 이 책을 시작으로 해부학의 도식에 빠져들게 되고요, 이 책이 훗날 바스키아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바스키아는 작품 속에 완전한 신체를 그리기보다는, 두개골이나 뼈의 일부 혹은 장기, 또는 흉터 등을 그려 넣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초반에 바스키아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함께 미술관을 다니면서 지식을 쌓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해부학에 대한 관심 역시 어머니의 책 선물로 인해서 시작됐기 때문에 바스키아의 작품세계에 어머니의 도움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바스키아가 두개골이나 뼈의 일부 혹은 장기, 흉터 이런 것들을 그려 넣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그런 소재가 담고 있는 의미는 뭘까요?

[인터뷰]
바스키아 작품은 주로 인종차별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나, 자전적 이야기 또는 죽음을 주제로 다뤘는데요. 바스키아가 금전적으로 크게 어렵게 살았다기보다는 중산층의 가정에서 자라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례긴 합니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 유색인종의 인권 문제가 심각했는데요. 바스키아 또한 흑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또 고민하게 됩니다.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부터 '루이 암스트롱, 지미 헨드릭스, 찰리 파커' 등을 그렸죠. 대가에 오른 흑인들의 머리 위에 바스키아 특유의 상징인 '왕관'을 그려 넣고는 했습니다.

그 밖에도 당시 80년대 미국에서 대두 되던 마약이나 이혼, 가출 같은 문제들을 마치 낙서하듯이 텍스트를 활용해 작품 속에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죽음에 대한 주제는 자연스럽게 조금 전에 이야기한 두개골과 장기 같은 소재들과 이어지는데요. 교통사고로 인해 수술로 제거했던 '비장'이라는 뜻의 영어 'spleen'을 작품에 종종 새겨넣습니다.

2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앤디 워홀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바스키아는 '죽음'을 작품에 담는데요. 특히 1988년에 그려진 '죽음을 타고'라는 작품은 이전의 다채롭던 색감이나 붓 터치와 다르게, 어둡고 황폐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앤디 워홀의 갑작스러운 죽음 전후에 바스키아는 유명세와 여러 구설에 휘말려 심리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였고요. 약물 중독이 심해져서 정신이 피폐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그려진 작품인 '죽음을 타고'는 바스키아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서 건조하고 그야말로 '죽음'이 드리워져 있는 작품입니다.

[앵커]
20대 중반 이후 죽음을 표현했던 바스키아인데요. 찾아보니까 바스키아가 이른 나이에 사망을 했더라고요. 30년도 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거 같은데 작품을 굉장히 많이 남겼습니다. 작품을 어느 정도 남겼나요?

[인터뷰]
바스키아는 겨우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짧은 생을 직감한 것인지, 바스키아의 발자취를 보면 매 순간을 불태우며 산 것 같은데요. 어린 나이부터 작가로서의 인정에 대한 목마름과 명성을 얻은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일찍이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죠. 바스키아는 30년을 채 살지 못했지만, 무려 3천여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바스키아의 작품들을 보고 마치 어린아이가 그림을 그린 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바스키아는 정말 어린 아이가 스케치북에 자신이 느끼는 대로 곧장 그리듯이, 밑그림 작업을 하지 않고 바로 페인팅을 했다고 알려졌고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보면 틀에 갇히지 않은,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이 있습니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종종 경매에도 출품되는데요, 워낙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인 인기 또한 많아서 2017년의 최고가 낙찰 외에도 상당히 높은 경쟁률로 낙찰되고 있습니다.

[앵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바스키아, 미술 시장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고요?

[인터뷰]
네, 저는 이 영화를 학창시절 미술사 시간에 처음 접했는데요. 바스키아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꼭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줄리안 슈나벨 감독의 영화 '바스키아'인데요. 1996년에 만들어진 영화고요. 바스키아의 27년간의 불꽃 같았던 삶을 담아냈습니다.

특히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가죠, 데이비드 보위가 영화 내에서 앤디 워홀 역으로 출연하는데요.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관계가 끈끈했던 만큼, 영화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스키아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를 함께 관람하고 있는 장면부터 영화가 시작되고요.

이후에 바스키아의 일상과 작가로 활동하게 되는 계기, 인지도를 쌓고 큐레이터 그리고 갤러리와 접촉하고 전시를 하는 과정과 작업실에서의 모습까지 예술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영화입니다. 바스키아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모습까지도 담겨져 있는 만큼, 바스키아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층 더 깊게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최근에도 바스키아 작품들이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도 바스키아를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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