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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코끼리 코처럼 잡는다…바늘부터 박스까지 잡는 만능 로봇 손

2022년 10월 24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오늘은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요즘 커피를 타거나 요리하는 로봇, 서빙 로봇 이런 건 이제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간단한 동작만 할 뿐 아직 사람처럼 섬세한 작업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죠.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매우 얇은 바늘부터 무거운 물건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만능 로봇 손을 개발했습니다. 코끼리가 코를 이용해 물건을 오므려 잡거나 흡착하는 방식을 모사했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아직 로봇 손이 사람 손을 따라가기는 멀어 보이는데. 지금까지 관련 기술 어디까지 발전해왔나요?

[기자]
사실 로봇 손 기술은 일상생활용 로봇보다는 산업용 로봇에 핵심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상당 부분 적용됐지만, 단순 반복적인 작업만 할 뿐 그 이상의 작업은 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손이 부품을 조립하거나 상자를 옮기는 일은 할 수 있지만, 모양이 서로 다른 물건을 집거나 미세한 부품을 옮기는 일은 거의 못하는 상황인 거죠. 따라서 위치가 조금 바뀌거나 부품 간 오차가 발생하면 지금의 로봇 손은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 전체에 오류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처럼 손가락을 가진 고성능의 로봇 손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손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손이 개발된 바 있는데요. 대부분 인공지능이나 다양한 센서 등을 달아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했는데, 이를 위해 센서를 달거나 딥러닝을 해야 하는 등 추가 작업이 많이 필요하고, 개발 비용도 기존 로봇손에 비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앵커]
그럼 이번에 소개할 로봇 손은 기존의 로봇 손과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우선 모양부터 살펴보면요. 로봇 손 끝이 유연한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져있습니다. 안쪽을 보면 벌집 모양의 미세한 관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개발한 로봇손은 물체에 가까이 다가간 뒤 진공을 통해 표면에 밀착해 흡착하거나 구조체 가운데 있는 줄을 잡아 당겨 반으로 접혀 집게처럼 오므리면서 물체를 잡습니다. 물체를 잡는 로봇손 모습, 어딘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바로 코끼리가 코끝을 오므려 물건을 잡은 모습을 모사한 건데요. 코끼리 코 모사를 통해 기존 집게 형식과 흡착 형식을 동시에 활용한 로봇손을 만든 겁니다. 연구진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송성혁 /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기존 흡착형 같은 경우에는 큰 물체도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주 얇은 물체는 못 잡았고요. 집게형 같은 경우에는 작은 물체는 잡을 수 있었지만 큰 물체는 못 잡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집게와 흡착형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도록 해서 마치 코끼리 코가 작은 물체는 꼬집어서 잡고, 큰 물체는 흡착해서 잡는 거처럼 저희도 아주 작은 물체부터 큰 물체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집게·흡착 융합형 그리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앵커]
뭔가 코끼리 코처럼 생겨서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얼마나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물건을 집을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연구진이 시연을 보여줬다면서요?

[기자]
네 제가 몇 가지 영상을 준비해왔는데요.함께 보면서 설명 드릴께요. 지금은 파티를 준비하는 로봇손입니다. 저희가 속도를 굉장히 빨리 당긴건데요, 이 상자 같은 경우 직각모양인데도, 잘 집는 것을 볼 수가 있고, 작은 핀은 잡아서 꽂는 것도 굉장히 자유자재로 하죠. 지금 둥근 전구를 집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흡착을 해서 전구를 가져오고 손을 돌려서 전구를 끼우는 것도 자유롭고, 아주 얇은 초도 꼽고 초에 불을 키는 것 까지 가능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얇은 한방침이에요, 0.25mm의 아주 얇은 한방침인데요, 사람도 손잡이가 아니면 저 얇은 부분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리퍼 기준으로 보면 100분의 1 크기의 아주 얇은건데도,쉽게 잡아서 꼽죠.

[앵커]
이게 휘지 않고 그대로 꼽을 수 있다는 것도 되게 신기하네요.

[기자]
네, 그렇죠.

[앵커]
지금까지 봤던 어떤 로봇 손 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지금 보시는 것은 바늘에 실을 꼽는 거거든요,사실은 사람이 하기도 어려운 건데, 그것 까지 굉장히 잘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앵커]
사람 손가락을 닮은 로봇 손도 아닌데 정말 다양한 작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요. 이렇게 정교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로봇손에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사실 저도 로봇손의 섬세하고 다양한 동작이 너무 신기해서 인공지능이나 각종 센서 기술이 많이 적용됐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로봇손이 그런 복잡한 제어 기술 없이도 그리퍼를 켜고 끄는 동작만으로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는 겁니다.

물론 잡으려는 물체가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위치가 조금 틀어져도 괜찮다고 합니다.

기존 다른 로봇손은 달라진 위치를 센서를 통해 다시 분석한 뒤 로봇이 새로운 위치에서 잡는 행동을 하게 되지만, 개발한 로봇손은 물체에 바로 가까이 다가가 흡착해서 잡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에 대한 연구진의 설명도 들어보겠습니다.

[송성혁 /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저희 그리퍼는 센서나 복잡한 제어 기술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 그리퍼를 작동하는 것은 공압 실린더를 켜고 끄는 동작만 하고 있는데, 저희 그리퍼의 하드웨어 기술이 굉장히 우수하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AI나 이런 제어 기술 없이도 이런 동작들이 가능한 거고요.]

[기자]
연구진은 하드웨어적으로 뛰어난 로봇손을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최근 ICT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교한 동작을 위해 인공지능이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아직 로봇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 기술을 높일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손에 만약 인공지능이나 다양한 센서 기술이 적용된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개발한 로봇 손은 어디에 활용될 수 있나요?

[기자]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손으로 앞서 다양한 시연을 보여준 건 일상생활에도 로봇손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래도 무엇보다 로봇 손이 바로 적용 가능한 분야는 산업이겠죠. 가장 먼저 물류센터를 꼽았는데요. 최근 새벽 배송이나 당일배송 등이 늘어나면서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자동 분류하고 포장, 배송하는 과정을 로봇이 하는 무인창고가 확대되고 있는데요.

지금 물류센터의 방식은 주문이 들어오면 컴퓨터가 컨베이어벨트를 움직여 상품을 작업자 앞에 옮겨주는데요. 그런데 주문한 상품을 택배상자에 담아 포장하는 건 모두 사람이 합니다. 각각의 물건을 담을 때는 그에 맞는 로봇손이 작동하지만,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상품이 모여있을 때는 하나의 로봇손으로는 자유롭게 집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개발한 로봇손은 교체 없이도 부서지기 쉬운 물건부터 얇고 작은 것은 물론 큰 물건까지 모두 옮길 수 있어 다품종 소량 공정에 적용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앵커]
오늘 자유자재로 작업이 가능한 '로봇 손' 영상과 설명을 보니, 제 손만큼이나 자연스러워서 놀랐는데요. 앞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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