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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속은?] 나의 취약한 모습,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022년 11월 01일 오전 09:00
■ 임지숙 / 상담심리학자

[앵커]
우리는 스스로 취약한 부분이 보이면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하죠? 하지만 취약점은 감출수록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할 수 있는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자신의 취약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임지숙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사전적으로는 이 '취약하다'라는 말이 무르고 약한 부분을 얘기를 하는 건데, 심리에서의 취약성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 이해하면 될까요?

[인터뷰]
'취약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떠세요? 아마도 뭔가 그 부분을 감추고 싶고 취약하면 공격당하고 무시당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드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취약성이라는 단어는 주로 '안전 취약성', '홍수 취약성', '보안 취약성' 등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이럴 때의 취약성은 무르고 약한 성질이나 특성 혹은 어떤 것에 민감하거나 약하여 쉽게 부서지거나 영향을 받거나 손상되는 성질을 일컫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취약성은 주로 스트레스 연구와 관련지어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응 민감성'의 의미로 많이 쓰여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죠.

그러나 취약성은 우리 모두 가진 보편적 감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감추고 싶고 피하고 싶다고 해도 취약함만 우리 마음속에서 도려낼 수는 없죠! 오늘은 취약함이 과연 부정적이기만 할까? 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앵커]
저는 취약성을 들으면 제 약점 이지 않나 이렇게 느껴지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취약함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인터뷰]
곰팡이가 생겼을 때 그 곰팡이를 감추려고 꽁꽁 싸매고 가릴수록 곰팡이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피어납니다. 반대로 햇볕에 곰팡이를 드러내고 햇볕을 쬐어주면 사그라지게 되죠. 취약함도 이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서 감추려고 하면 부정적 속성이 더욱 커지고 반대로 드러내게 되면 오히려 취약성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앵커]
곰팡이로 비유를 해주시니깐 이해가 쉬운데요, 그렇다면 취약한 부분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요?

[인터뷰]
네. 아직은 고개가 갸우뚱하실 텐데요. 취약성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브레네 브라운' 박사는 취약하다는 감정을 '불확실성'과 '위험', '감정의 노출'로 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상대가 나를 반드시 똑같이 사랑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사랑의 불확실함을 감수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드러냅니다. 또 사랑하면 상처받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런 순간에 우리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게 되죠. 사랑의 감정을 노출하는 것 또한 행복함과 동시에 두려움을 줍니다.

순간의 행복에 취한다는 것은 짧지만 강렬하고 또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험, 감정의 노출로 인한 취약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즉, 우리는 취약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세상에 참여하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자기 자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앵커]
스스로 취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바라 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만약 내가 취약성을 인정하지 않을 때 어떤 부분이 나타날까요?

[인터뷰]
취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역기능적 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성공했다고 느끼는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의 환경을 탓하며 합리화하거나 반대로 자신을 비난하면서 스스로 '루저','못난이' 라고 규정짓게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취약한 나 자신을 감추기 위해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음식을 폭식하는 것으로 회피하기도 하고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바쁜 스케줄로 나를 몰아넣기도 하죠.

또 완벽해진다면 나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되기도 합니다. 역으로 보면 취약함을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역기능적인 방어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고 이렇게 취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는 우리를 결국 고립되게 만듭니다.

사실 취약함을 두려워하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싶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인데 결국 취약한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까 봐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앵커]
취약성을 감출수록 오히려 더 힘들어진단 말씀이신데요, 그런데 가장 걱정 되는 게 대인관계 아니겠습니까? 만약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것도 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내가 취약한 면이 있다는 것이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먼저 말씀드렸던 것처럼 취약함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 특정한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취약성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개인차가 큰데요. 취약함을 잘 다루려면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감정적인 공명을 통해 함께하고 있음을 전하면서 나와 타인의 감정과 그 맥락을 잘 알아줄 수 있는 공감능력이 필요합니다.

나를 거울처럼 잘 비춰주면서도 진솔 성을 갖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나의 취약한 면을 털어놓고, 이해받고, 상대방도 나처럼 취약한 면이 있음을 나눌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취약함은 더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와 타인을 연결해주고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결코 상대가 완벽해서 사랑이 더욱 깊어지게 되지는 않거든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괜찮은 면뿐만 아니라 실수나 단점을 보면서 더욱 애정을 느끼는 경우가 오히려 많습니다. 취약함이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거죠.

[앵커]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단점을 나한테 공개했을 때 그때 더 단단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합니다. 만약 주변에서 용기를 내 취약성을 보여준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요 저는?

[인터뷰]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태도는 ‘동정심’을 드러내는 겁니다. 안됐다고 느끼는 감정이고 굳이 따지자면 나쁜 감정은 아닌데 동정은 왜 부정적으로 다가올까요? 동정은 약간의 우월감을 가지는 감정, 즉 위계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TV 드라마 속 주인공이 역경에 처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상대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나는 안전한 TV 밖 상황에 있음에 안도하며 그 주인공을 안됐다고 느끼는 거거든요.

즉, 고통과 분투하고 있는 타인과 거리를 두면서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공명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흔히 '동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해요.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을 동정하기를 바라지는 않죠. 정서적으로 유쾌한 감정이 아니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동정은 스스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갇혀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무척 조심해야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동정심은 경계 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 할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내 스스로 취약한 부분을 인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몸이 아플 때 느끼는 육체적 고통과 마음이 아플 때 느끼는 사회적 고통을 우리 뇌는 큰 틀에서 구별하지 않습니다. UCLA 심리학과의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 연구팀이 2003년 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컴퓨터 게임을 통해 세 사람이 축구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는데 연구 참여자만 소외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합니다.

추후 참여자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분석한 결과,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배측 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됨을 발견했고 게임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심화하면 해당 뇌 부위는 더욱 활성화됐습니다. 2011년에 발표된 컬럼비아대 생리학과 에드워드 스미스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별을 경험한 40명에게 자신의 헤어진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뇌에서 팔에 매우 뜨거운 것이 닿았을 때와 같은 부위가 활성화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우리가 몸이 아플 때 우리 자신을 돌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도 우리 자신을 당연히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약하다고 꾸짖고 채찍질할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앵커]
네, 오늘은 심리적 취약성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내가 취약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나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취약성을 극복하는 시작이다 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임지숙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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