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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파손된 배관 스스로 찾아 누수 차단하는 'K-스마트 밸브' 개발

2022년 11월 10일 오전 09:00
■ 정병창 /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앵커]
선박사고, 전투 함정 피격 등을 포함해 산업현장에서 갑자기 배관에 파손이 발생하면 누수가 되는 곳을 신속히 찾아 막아야 하는데요. 갑작스러운 누수가 발생했을 때 파손된 배관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찾고 누수를 막는 'K-스마트 밸브'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정병창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인공지능을 활용해 파손된 배관을 스스로 찾아서 누수를 차단하는 K-스마트 밸브, 어떤 기술인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K-스마트 밸브는 제어밸브에 사람의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센서와 두뇌에 해당하는 CPU를 설치한 후, 사고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잘 훈련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밸브입니다. 배관계 임의 위치에 파손이 발생하면, 관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모든 스마트 밸브는 파손 발생 사실을 즉시 인지하게 됩니다.

파손을 인지한 밸브들은 다음으로 각자의 주변에 파손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요, 여기에 스마트 밸브의 핵심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파손이 발생 곳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밸브 한 쌍만이 스스로 잠김으로써, 파손 배관으로의 누수를 차단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작업자의 개입 없이 개별 밸브가 알아서 인지하고 판단하여 동작합니다.

[앵커]
굉장히 똑똑한 밸브인 것 같은데요. 훈련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고 하셨는데, 작용 방법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스마트 밸브의 전·후 단에는 두 개의 압력 센서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배관에 파손이 발생해 물이 토출되면, 관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져 모든 밸브가 이상 상황을 인지하게 됩니다. 상황을 인지한 밸브들은 개도를 최적 제어하면서, 능동적으로 주변 관내 압력을 변화시키고, 이러한 압력 값을 데이터로 모아서 각자 주변에 파손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합니다.

주변에 파손이 있을 때의 압력 패턴은 어떠한지, 파손이 없을 때의 패턴은 어떠한지를 충분히 학습하여 훈련을 했기 때문에, 밸브 스스로 자기 주변에 파손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혹시 찾아내서 잠그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위를 고치기까지 하나요?

[인터뷰]
누수 부위를 직접 고치는 건 아니고요, 밸브가 누수 부위를 격리하여, 파손이 발생하지 않은 배관계의 고유 기능을 복구하는 것입니다.

전시 상황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해군 함정에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소화계통 배관계의 관내 압력이 일정 이상으로 유지되어, 소화수를 충분히 살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승조원이 화재를 진압하는 도중, 피격으로 인해 배관이 파손되면 관내 압력이 떨어져 소화수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복잡한 함정 내에서 승조원이 파손된 배관 위치를 찾아 이를 복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K-스마트 밸브는 이러한 사고 상황을 인지하고, 누수 부위를 격리하여, 비손상 배관계의 관내 압력을 사고 발생 후 수십 초 이내에 원상태로 복원하여, 화재가 확산하기 전에 진압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앵커]
지금 해군 함정 소화계통의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실제 해군 함정 소화계통을 모사해서 여러 가지 사고 상황에 대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고 상황에서 작동이 가능한가요?

[인터뷰]
호위함 급 함정의 소화계통을 축소 모사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였습니다. 12m x 11m x 2.5m 규모의 배관계에, 10개의 K-스마트 밸브가 골고루 분포되어 설치했는데요, 배관 어느 위치에 파손이 발생해도 다음의 6가지 사고 상황에 대해 정확한 동작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배관 임의 위치 1개소에서 파손이 발생한 경우,

두 번째는 피격에 의해 배관과 주변 스마트 밸브가 동시에 파손된 경우, 주변에 있는 스마트 밸브가 이런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격리해서 누수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배관 임의 위치 2개소가 동시 파손된 경우입니다.

네 번째는 앞서 예를 든 승조원이 화재 진압 중 배관에 파손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소화수 사용을 파손으로 오인하지 않고 파손 부위만 정확히 찾아내어 격리 가능합니다.

다섯 번째는 순차적으로 1차 파손 복구 후, 화재 진압 중 2차 파손이 발생한 경우,

마지막은 밸브들이 배관 파손 탐지를 위해 개도를 제어하고 있는 도중에 추가 파손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앵커]
한마디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 있다라는 말씀이신데요. 지금은 이런 배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개 사람이 직접 대처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와 비교해 K-스마트 밸브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기존에는 중앙제어실에서 배관계의 압력, 유량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발생 시 원격에서 승조원이 직접 밸브의 개폐를 통제하거나, 주변에서 대기 중인 다수의 승조원이 중앙제어실의 통제하에 파손된 배관을 직접 복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침착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고, 통신 두절 또는 전원 소실 등에 의해 중앙제어실에서의 통제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사고의 수습·복구를 위한 현재의 승조원 규모를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K-스마트 밸브는 모든 밸브가 독립된 알고리즘에 의해 각자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무인화 기술이기 때문에, 중앙제어실의 통제가 불가한 경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또 전원 소실 시에도 작동할 수 있도록 내부에 UPS의 설치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앵커]
이번 기술 개발 이전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기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존 미국 기술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을까요?

[인터뷰]
스마트 밸브는 미 해군연구소에서 승조원 인력 운용비용의 절감을 목적으로 처음 연구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미 해군의 국방 관련 기술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료가 보안 때문에 공개되고 있지 않아서, 미국의 스마트 밸브 기술과 기능적, 정확도 측면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부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미 해군 스마트 밸브가 오작동 문제가 있었다는 말도 있고, 전체 배관계에서 일부 제한된 구역에만 적용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러한 몇 가지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추측해 보면 미 해군의 스마트 밸브에 적용된 기술과 K-스마트 밸브에 적용된 기술은 서로 상이 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능동 자료수집을 통해 오작동의 가능성과 사고대응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K-스마트 밸브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으며, 일부 구역이 아닌 배관계 전체 영역에 적용해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동합니다.

[앵커]
지금 미 해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요?

[인터뷰]
첫 번째는 전투 중 피격으로 인한 소화계통과 무기체계 냉각계통 배관 파손 발생 시, 승조원의 통제가 없어도 골든타임 안에 배관계의 원래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소화용수 또는 냉각수의 사용이 가능토록 하여 화재가 확산하거나 무기체계의 과열에 의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 함정의 생존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음은 물론 전투력 유지가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전투 중 배관 파손 복구를 위해 배치되어있는 승조원의 수를 줄일 수 있어 예산 운영의 효율화가 가능하며, 인구절벽에 따른 승조원 수 감소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K-스마트 밸브는 무인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야기를 계속 나눠보니까, 해군 전력의 향상에도 도움을 주겠지만 다른 분야에도 분명 적용이 가능할 거 같거든요. K-스마트 밸브가 적용 가능한 또 다른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국가 기간 시설인 육상용 석유·화학·발전 플랜트 등의 배관 시스템에도 지진, 폭발, 화재 등에 의한 대형 배관 파손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으로 사고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용 가능한데요, 다만, 대상 시스템의 운용 개념, 사고 시나리오 분석 등의 추가 연구를 통해 대상 플랜트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신기술로의 개발 및 적용 가능합니다. 추가로, 배관계통의 운영을 무인화, 지능화함으로써 자율운항선박 및 무인선박과 같은 미래형 선박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등 인명 피해가 야기되는 대형 재난 사고에 대한 예방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배관계통의 재난 사고 예방을 위한 “보험과 같은” 미래 핵심 설비로 K-스마트 밸브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망망대해에서 배에 문제가 생기면 상선은 물론이고 군함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데요. K-스마트밸브가 배의 성능은 물론 승조원의 안전까지 지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과학의달인' 한국기계연구원 정병창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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