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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간접외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2022년 11월 15일 오전 09:00
■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앵커]
재난이나 참사, 범죄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나서, 시간이 지나도 관련된 장면이 계속 떠올라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러한 경험은 간접외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간접외상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안녕하세요.

[앵커]
최근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간접외상이라는 용어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간접외상이란 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김지은 / 상담심리사]
외상 경험을 직접 겪는 사람만 외상의 피해자가 되고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이를 목격한 사람도 외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럴 때 우리는 간접외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상(마음의 상처) 입었어, 트라우마야' 같이 말할 때는 이 단어를 굉장히 넓은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내릴 때는 죽음이나 신체적 손상을 초래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외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전쟁, 고문, 자연재해나 기술재해, 교통사고, 성폭력 등을 외상 경험의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때 간접 외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가 간접외상을 받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직접적인 외상을 경험하신 분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 간접외상을 경험하신 분들에게도 나타나기 쉬워요. 예를 들어 어떠한 재난이나 참사, 범죄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나서 원치 않는데도 끊임없이 관련된 장면이 떠오른다거나, 조금이라도 그 외상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피해버린다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고 작은 소리나 빛에도 민감해져서 잠이 잘 오지 않고 짜증이 늘어난다거나, "내가 이렇게 웃고 잘 지내면 안 되는 게 아닐까? 나는 나쁜 사람인 것 같아." 같은 생각으로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이 세상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들도, 심지어 나 자신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앵커]
괴로운 마음에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라는 것인데요, 현장에 있지 않고 그냥 뉴스, 영상으로 보기만 해도 간접외상의 영향 받을 수 있나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최근 들어 특히 “혹시 내가 간접외상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사진과 영상 매체가 발달하고, 인터넷 뉴스와 SNS까지 발달하면서 외상 경험을 목격할 수 있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어요. 심지어 관련된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계속 남아서, 시간이 지나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고요.심리학에서 미디어를 통한 간접외상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911테러인데요. 미국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이 사건에 관련된 친척이나 지인이 없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10~11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사건 발생 2개월 후까지도 자신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 사건 때문에 마치 직접 경험한 것과 같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은 아동들이 14.5%나 되었다고 해요. 6개월 후에도 여전히 증상이 남아 있는 아동도 9.2%나 되었고요. 직접 외상 사건을 경험하지 않고 매체를 통해 외상 사건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어린 아동들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앵커]
직접 외상 사건을 경험하지 않고 매체를 통해 외상 사건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런 간접외상 증상이 사람마다도 다를 거 같아요. 차이가 있을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2003년도 연구 중에 이런 것이 있었는데요. 매체를 통해 911테러를 접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이 사람들이 어떤 방식의 매체를 통해 이 사건을 접했는지에 따라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연구했어요. 그 결과 연구진은 신문 등을 통해서 이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보다 텔레비전, 즉 영상을 통해 이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들이 더 심각한 증상을 보고했다고 발표했어요. 영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강력할 수 있다는 거예요. SNS상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영상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평상시에 정서 중심 대처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간접외상을 더 많이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그 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평상시에 너무 쉽게 공감하는, 사실 정확히 말하면 전염되는 사람들도 간접외상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친구가 배가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갑자기 배가 아픈 그런 경험을 자주 하는 분들. 그리고 어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본인도 유사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거나, 재난의 피해자가 본인 또는 본인의 자녀와 유사한 연령일 때도 더 쉽게 공감하게 되면서 간접외상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어요.

[앵커]
각종 디지털 기기로 실시간으로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 있는 요즘 같은 때는 특히 더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그렇다면 간접외상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앞서 말씀드린 현상은 우리가 외상 경험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접하고 나서 겪을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이에요. 외상 후 반응이 나타날 때 이전의 나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내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아냐?" 이렇게 겁부터 먹게 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모두 PTSD 증상을 보이거나 PTSD 진단받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접외상도 마찬가지예요. DeRoma 외의 여러 연구자가 2008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9/11 테러가 발생한 곳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남부의 대학 3곳에서 테러가 발생한 지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측정했거든요. 연구 참여자들은 테러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했다고 해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증상들은 첫날에서 둘째 날 사이의 24시간 내 유의하게 감소하였고요.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평형상태를 회복하는 거죠.

[앵커]
이런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이렇게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회복속도가 늦거나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당연히 그럴 수 있고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라앉고 평형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주의할 사항들이 있어요. 조회 수를 위해 선정적인 헤드라인이나 사진, 영상을 이용한 뉴스를 보거나, 아주 짧고 감정적인 글로만 쓰인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하게 되면, 첫째 일단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는데요 또 둘째로는 우리 뇌가 그 상황을 이해하고 소화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게 돼요. 하지만 반복해서 이런 자극들에 노출되면 간접외상 증상은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앵커]
간접외상을 겪고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할 것 같아요. 간접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는 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만 정보를 구하고, 상황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심층보도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속 관련된 뉴스를 찾아보는 자신을 멈추기 어렵다면 당분간 SNS를 비활성화하거나 삭제하시고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이런 무분별한 자극에 노출되는 것을 조심할 필요도 있지만, 사실은 SNS 기업들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간접외상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사용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증상은 비교적 금방 가라앉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울감이나 예민함, 짜증, 죄책감 등은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도 많아요. 이럴 때 혼자 고립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서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내가 영향을 계속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고합니다.

[앵커]
최근, 이런 증상을 겪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 내용처럼 증상이 계속된다면 관련 내용에 노출을 최소화하시고, 그래도 계속 되신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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