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문학' 하면 최첨단 장비가 동원된 현대 과학으로만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망원경도 한 대 없던 먼 옛날에도 놀라운 천문학의 업적이 이뤄졌다는 사실, 아시나요?
별의 움직임을 알아내려는 열정 하나로 만들어낸 고천문학의 위대한 성과는 오늘날 천문학에도 실질적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 '별소리 다 듣겠네!'에서 그 오랜 옛날의 밤하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양홍진 /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장]
안녕하세요. 열 한번째 별소리를 전해드리게 된 양홍진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고천문 역사에 대한 별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Q. 우리의 최초 천문기록은 무엇인가?!
[양홍진 /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장]
네, 천문 기록은 문헌 기록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한반도 문헌 기록 이전의 대표적인 천문 기록은 고인돌의 덮개돌에 새겨진 별자리 홈입니다. 만주지역을 포함해서 한반도 전역에 남겨진 고인돌 덮개돌에는 북두칠성을 비롯해서 남두육성, 좀생이별, 북쪽왕관자리 등의 별자리가 확인되었는데요, 이로부터 우리는 한반도의 천문학이 청동기시대 이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문헌 기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구려 본기에 기록된 기원전 54년의 일식 기록입니다. 혁거세 거서간 때 일어난 일식은 천체물리학적 계산을 통해서 당시에 실제로 일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고구려에는 여러 천문 관측 기록과 함께 고구려 무덤 별 그림이, 그리고 천상열차분야지도 기록 등이 남아 있어서 기원전 청동기 시대의 우리 천문학이 삼국시대에 더욱 다양하게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Q.역사적으로 특별한 천문기록은?!
[양홍진 /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장]
네, 우선 고천문을 연구하는 저에게는 모든 기록이 특별한데요, 그중에서 동서양의 천문학자 모두에게 눈길을 끄는 기록이 바로 별 폭발 기록 즉, 초신성 기록과 핼리혜성 관측 기록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 시대에 관측된 1527년과 1604년의 초신성 기록이 세계적으로 유명한데요, 이들은 근래에 폭발했기 때문에 지금 현대 천문학에도 매우 중요한 천체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케플러 초신성의 경우는 서양에서 관측한 기록보다 우리 기록이 4일이나 빠르게 관측이 되어있어서 별 폭발 이후에 별들의 밝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현대 천문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핼리 혜성을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핼리 혜성은 에드몬드 핼리가 1758년 사망 당시 관측 기록을 현황 해서 앞으로 다시 지구를 방문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를 통해서 핼리혜성이 주기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이름을 핼리혜성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요, 조선의 왕실 천문학자는 핼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핼리 혜성의 지구 방문을 꾸준히 관측해 기록으로 남겼으며 1759년에는 관측 일지에 그림까지 그려서 혜성의 위치와 크기 꼬리의 방향과 길이까지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당시의 관측 일지가 다행히 남아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 기록이 바로 ‘성변측후단자’입니다.
이러한 기록은 인류 역사에 보기 드문 귀중한 기록인데요. 이들의 역사적, 과학적 가치를 규명하고 인류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기고자 현재 천문학계에서는 이들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Q. 고려·조선 시대 흑점과 오로라 관측 기록 사실인가?
[양홍진 /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장]
네, 사실입니다. 과거 태양의 활동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관측 기록이 바로 흑점과 오로라인데요, 우리 역사서에는 이들의 기록이 충실하고 오랜 시간 동안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려 시대 천문지에는 해 가운데에 검은 점이 있었는데 크기가 오얏, 계란, 복숭아, 배만 하였다는 내용이 남아있습니다. 이 기록이 바로 흑점 기록인데요. 이들을 분석해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흑점의 11.3년 짧은 주기 활동이 잘 나타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고려사에는 오로라 현상을 묘사한 기록이 수백 개가 있는데요. 적기, 붉은 기운으로 표현된 기록을 분석하면 오로라의 특징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려 시대 한반도 북쪽에는 붉은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오로라와 달리 흑점은 맨눈으로 관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문헌 기록에 따르면 당시 자수정을 이용해 흑점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과거의 흑점 관측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과거의 천문 관측은 우리가 알고 있는 관측 장비뿐 아니라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 관측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Q.고천문 연구, 현대의 천문연구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가?!
네, 과거에 기록한 천변 기록은 현대 천문학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대로 천체의 장주기 현상을 연구하는 경우입니다. 현대 천문학은 중세 이후 서양에서 시작한 관측 천문학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중세 이전의 천문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의 역사 기록은 천체의 장주기 변화 연구에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됩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는 태양 흑점을 활용한 태양 장주기 변화 연구와 기후변화 연구, 유성과 유성우의 장주기 변화 연구를 통해서 알아낸 태양계 진화 연구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별이 폭발하면서 급격하게 밝기가 변하는 천체를 연구하는 경우입니다. 현대 천문 관측 기록의 경우 역사가 길지 않은 관계로 우리는 별의 폭발 기록을 직접 관측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천 년 이상의 우리 역사서에는 다양하고 많은 기록을 통해 별의 폭발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폭발 당시의 모습이나 밝기 변화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천문학에서 별의 폭발 시점과 밝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별까지의 거리, 진화 과정과 별의 형태 그리고 우주 공간의 밀도 등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고천문학 연구는 천문학과 함께 역사, 고고학, 문화재, 과학사 등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학문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천문 역사와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이상 오늘의 별소리를 마치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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